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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악연
진영재와 가장 허무했던 10년을 함께 한 강유나, 그녀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그가 원하는 건 다 줬다고 자부했었다.하지만 그녀의 엄마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사지를 헤맬 때, 그는 그녀를 버리고 엄마를 친 가해자인 그의 첫사랑을 보석하기 위해 경찰서로 향했다.결국 엄마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안고 세상을 떠났고 그는 자신의 첫사랑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그녀가 유골함을 안고 따져 물었지만 돌아온 건 이 한마디뿐이었다."못 견디겠으면 꺼져."그래서 강유나는 마음을 접었다.하지만 진영재가 끝까지 쫓아오더니 혼인 신고서를 휙 던지며 선언했다."유나야, 우리는 사실혼이야."갑작스럽게 생긴 서류를 보며,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던 강유나는 거의 웃음을 터뜨렸다."작은 삼촌."그녀는 아예 눈도 돌리지 않고, 혼인 신고서를 진영재의 얼굴에 던지며 콧방귀를 뀌었다."너 정말 한심하다."지금 세월에는, 늦게 온 사랑만큼 하찮은 게 없었다.-------------------------------------------모두가 알다시피, 강유나는 내성적이고 침묵적이었고, 진영재는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는 성격이었다.서로 전혀 관계없는 두 사람이 한 연극 같은 사건으로 10년이나 얽히게 되었다.강유나는 그들이 어릴 적부터 맺어진 혼약이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감정이 생길 거라고 믿었다.그러나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던 순간, 강유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진영재는 애틋한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그녀를 위해 그 감정을 쏟을 일이 없었던 거였다.그와의 만남은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었다.그래서 잠시 스쳤던 인연이 막을 내렸고 그는 더는 날 기억할 필요도 없었다.
처음처럼 사랑하라
“온서빈 씨, 온라인 면접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계약서는 메일로 보내드렸고 보름 안에 런던으로 오셔야 하는데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전화기 반대편에서 바다 건너 멀리 있는 남자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자 온서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번에 동의했다.“문제없습니다. 제시간에 갈게요.”전화가 끊어질 때쯤 문이 열리고 심유정이 들어와 온서빈을 보자마자 살가운 얼굴로 종이봉투를 건넸다.“어제 로펌에 일이 생겨서 같이 새해를 맞이하지 못했네. 화 풀어.”진심을 담은 그녀의 말에 온서빈이 별다른 질문도 없이 봉투를 건네받아 들여다보니 종이봉투 안에는 나무 팔찌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얼마나 성의가 없으면 팔찌에 아무런 포장도 하지 않았을까.무척 비싼 거다. 하지만 이 팔찌가 비싼 게 아니라 세트로 들어있는 다른 염주 팔찌가 비싼 거고 이 나무 팔찌는 그저 증정품에 불과했다.나무 팔찌가 있다는 건 심유정이 염주 팔찌를 샀다는 말인데 증정품을 그에게 준 거다.어제 송성진이 보내준 사진 속 눈길을 사로잡는 질감과 크기의 팔찌를 보지 못했다면 온서빈은 5년을 사귄 여자 친구가 진품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남자 친구에겐 증정품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거다.
부서진 약속
99번째로 서울의 신흥 권력자가 벌인 정사의 뒤처리를 하던 때에 백하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장 의사 신분으로 다시 복귀할래요. 만약 죽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을 거고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옅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때 네가 선호 치료비 마련하려고 그 생지옥에 갔던 거 알지? 그러다 목숨 잃을 뻔도 했잖아. 선호랑 다시 만난 지 이제 1년도 안 됐는데... 정말 후회 안 해?” 백하임은 거울 속에 비친 뼈만 남은 듯 초췌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어린 동생을 홀로 키워냈다. 졸업 후에는 서울 최고의 병원에서 일할 수도 있었지만 백하임이 선택한 건 전쟁터였다. 총알이 허벅지를 관통해도, 폭발로 인해 팔 하나를 잃어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후회 안 해요. 열흘 뒤에 차 한 대만 보내줘요.” 전화를 끊은 백하임은 의수로 바닥에 흩어진 콘돔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지난 반 년 동안 고선호는 매일 밤, 다른 여자를 데려와 문밖에서도 생생히 들릴 만큼 그들의 신음을 흘려보냈다. 매번 끝나면 백하임에게 뒷정리를 시켰고 심지어 사랑을 나눈 상대에게 임신이 쉽게 되도록 도움을 주는 약까지 직접 처방하게 했다. 이 모든 건 다 전에 그녀가 고선호를 배신했던 일 때문이다. 즉, 아직 그는 그 일을 잊지 못해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는 것이다.
재벌딸의 인턴생활
회사 단체 채팅방에서 행정 팀장이 갑자기 시비를 걸었다. [방금 어떤 인턴이 옷매무새도 제대로 못 한 채 대표님 사무실에서 나오는 걸 봤어요. 입술도 다 번졌던데요? 참 열심히 사네요!] 채팅방은 순식간에 다들 그 인턴이 어느 부서인지 추측하느라 난리법석을 떠는 메시지들로 도배가 됐다. 상대방은 곧바로 비아냥을 이어 갔다. [요즘 MZ세대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이런 암묵적인 관행까지 받아들이네. 진짜 도가 지나쳐.] [우리는 죽어라 기획안 만들고 있는데 누구는 다리만 벌리고 입만 놀리면 쉽게 오퍼를 받는 꼴이라니!] [병 걸릴까 봐 무섭지도 않나 봐? 저런 능력 없는 낙하산 대표한테도 몸을 팔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뻔뻔해서 내가 다 역겨워. 대표님은 막 약혼하셨는데 너는 그걸 알면서도 끼어든 방해꾼이야!”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답장했다. [사정도 모르면서 함부로 떠들지 말고, 발언 자제하세요.] 그러자 다음 순간, 그녀가 곧장 나를 멘션 했다. [내 말에 양심이 찔렸니? 감히 말대꾸까지 해? 네가 바닥에 무릎 꿇은 사진이라도 뿌려야겠어? 천박한 년!] 나는 멍해졌다. ‘나는 친아빠 사무실에서 바닥에 떨어진 콘택트렌즈를 찾아주고 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이게 암묵적인 관행을 받아들인 게 된 거지?’
죽어줘서 고마워
5년간의 연애와 3년간의 결혼생활, 송서아는 박유준과 그렇게 백년해로할 줄 알았다.심지어 남편 박유준의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들었을 때도 함께 죽으리라 마음먹었다. 생과 사는 결코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을 거라 믿었으니까.하지만 박유준은 죽지 않았다. 그는 단지 다른 이의 남편이 되어 있었을 뿐.송서아는 깊은 슬픔을 떨쳐내고 이토록 황당한 쇼를 직접 끝냈다. 그리고 가문의 뜻에 따라 정략결혼을 받아들였다.경원에서 명성이 자자한 김씨 일가, 이 집안 장남이 이혼녀와 결혼한다는 소식은 상류층에 소문이 쫙 깔렸다.송서아 본인마저도 김원우가 딱한 사정이 있어서 서둘러 자신과 결혼하는 거로 여겼다.김씨 일가는 그녀에게 원하는 걸 주었고 그녀 또한 김원우의 체면을 살려줘야만 했다.사리 밝은 송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이를 원한다면 우리 함께 입양해요. 내가 잠시 숨어지낸 뒤에 우리 아이라고 외부에 알리면 되죠.”별안간 김원우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너야말로 원하면 얘기해. 굳이 이렇게 돌려 말하지 말고.”김원우의 친구들은 그가 왜 멀쩡한 부잣집 도련님 생활을 뿌리치고 송서아의 꽁무니나 쫓아다니냐고 쉬쉬거렸다.다만 김원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쫓아다니는 게 뭐? 결국 다 내 것이 될 텐데!”다들 그가 달갑게 송서아의 껌딱지가 되어준다고 비웃었지만 정작 그들은 알지 못했다. 짝사랑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옆자리를 차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날 무시하던 넌 이제 안녕
업계의 모두가 말한다.송유진은 배도현 곁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충성스러운 ‘개’라고.얼마나 충성스럽냐면... 누구나 다 알 정도다.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염치도 없이 들러붙는다며 손가락질했지만 송유진은 개의치 않았다.그런데 그날 밤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그토록 갈망했던 남자가 더 이상 자신이 사랑했던 그 사람과 닮지 않았다는 것을.결국 송유진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배도현을 유혹하기 위해 일부러 밀당 전략을 벌인다며 비웃었고 배도현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얼마 후 그는 송유진의 지갑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는데 사진 속 소년은 그와 닮은 듯하면서도 확연히 달랐다.그 순간부터 배도현은 미친 듯이 집착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날 밤 광란의 질주 끝에 교통사고가 났을 때 그는 송유진에게 전화를 걸어서 비굴하게 말했다.“유진아... 나 다쳤어. 한 번만 와주면 안 돼?”애원하는 듯한 목소리. 간절한 기다림.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한 남자의 차가운 웃음이었다.“배도현, 이제 와서 꼬리를 흔들며 애원하는 거야? 설마 이번엔 네가 ‘충성스러운 개’가 되고 싶은 거야?”...한재혁은 업계에서 악명 높은 망나니였다.무서울 것 없고 거칠 것이 없는 철없는 금수저.그러나 열여덟 살 되던 해 그는 외할머니댁으로 보내졌다. 성질 좀 죽이고 사람 되라는 가족의 강제 조치였다.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자신보다 세 살 어린 소녀 송유진을 만났다.그때부터였다. 반항기 가득했던 소년은 한순간에 다정한 ‘옆집 오빠’가 되었다.한재혁은 매일 송유진의 곁을 지키며 꼼꼼하게 숙제를 봐주면서 잔소리했고 그러다 어느새 그녀를 중심으로 하루가 돌아가고 있었다.친구들은 그런 한재혁을 놀렸다.“야, 너 이제 착한 모범생이라도 되려는 거야?”그는 곁눈질로 조용히 문제를 풀고 있는 소녀를 보고 친구에게 단호하게 말했다.“닥쳐, 네가 뭘 알아?”그리고 몇 년 후 대학교 2학년.송유진이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조금은 수줍은 목소리로 그에게 고백했다.“재혁 오빠, 나 좀만 기다려 줄래요? 나도 곧 어른이 될 거예요.”그녀의 솔직하고 뜨거운 감정에 한재혁은 마음이 흔들렸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마주한 순간 그는 깨달았다.시간이 지나 오랜만에 송유진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도 그는 여전히 그녀에게 마음이 기울고 만다는 것을.
전처의 놀이감이 된 신부
나는 내 남편 한서준에게 세상 끝까지 증오하는 전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한서준은 예전에 이렇게 말했다. “정씨 가문이 내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어. 나는 정초아를 차라리 죽는 것만도 못하게 만들 거야.” 첫째 날, 한서준은 정초아가 타 온 커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온갖 트집을 다 잡았다. 다시 타 오라고 열 번 넘게 시켰고, 정초아는 뜨거운 커피를 들고 들락거리다가 결국 손등이 데여 물집이 잔뜩 올라왔다. 그제야 한서준은 겨우 그만하라고 했다. 둘째 날, 부서 회의 자리에서 한서준은 정초아가 밤새 준비한 기획안을 사람들 앞에서 한심할 정도로 깎아내렸다. 회의실 가득 퍼진 웅성거림 속에서 정초아의 얼굴은 점점 새하얗게 질려 갔다. 셋째 날, 한서준은 가장 까다롭고 고객도 제일 악명 높은 남성 프로젝트를 정초아에게 떠넘겼다. 안진성 대표가 어떤 인간인지 뻔히 알면서도 정초아에게 사흘 내내 술자리에 나가 접대를 하라고 밀어붙였다. 정초아가 일곱 번째로 커피를 들고 그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나는 결국 더는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무심한 척 책상 옆을 지나가다가 슬쩍 한서준의 소매를 붙들었다. “당신은 정초아한테... 정말 복수만 하려는 거야?”
이번 생엔 만나지 말자
송여진과 주지한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지만 평생 서로를 원망했다.송여진은 주지한이 평생 사랑하겠노라 맹세해 놓고 기억을 잃은 뒤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걸 원망했고 주지한은 송여진이 함부로 기억을 잃은 그를 집으로 데려오는 바람에 사랑하는 여자가 뱃속에 아이를 가진 채로 바다에 투신한 걸 원망했다.결혼한 첫해, 주지한은 공개적으로 송여진의 은밀한 사진을 경매했고 송여진은 그런 주지한의 뚝배기를 깼다.결혼한 이듬해, 주지한이 밖에서 모델들과 파티를 열면 송여진은 주지한이 소장한 몇십억짜리 예술품에 불을 질렀다.결혼한 지 3년째 되던 해, 주지한이 경매에서 끝물에 올려붙이면 송여진은 주지한과의 몇백억짜리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으로 저항했다.원망이 극에 달했을 때 그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제일 잔인한 말로 상대에게 곱게 죽지는 못할 거라고 저주를 퍼부었다.그러다 결혼한 지 5년째 되던 해 주지한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송여진이 만성 백혈병 말기에 걸린 것이다.숨을 거두기 전 주지한은 송여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지니야, 이번 생에 네게 해야 할 책임은 다한 것 같다. 불쌍한 건 유진밖에 없어.”“다음 생이 있다면...”
차갑게 식은 달콤한 허니문
남편은 내가 수십억 원짜리 프로젝트를 그가 제일 아끼는 여비서한테 ‘자발적으로’ 넘겼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자신이 석 달 동안 차가운 태도를 견딘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느닷없이 나에게 한설도로 신혼여행을 가자는 말을 꺼냈는데 그 말을 들은 여비서는 질투가 폭발했는지 사직서를 내겠다고 회사에서 대놓고 소란을 피웠다.늘 그녀를 예뻐하던 남편은 식은땀을 흘리며 사흘 밤낮을 달래더니 출장을 핑계 삼아 신혼여행을 미뤘다. 그러곤 그 허니문 비행기 티켓 한 장을 그녀에게 슬쩍 건넸다.그 후, 그는 나를 붙잡고 무심하게 말했다.“사랑은 일에 비하면 사소한 거지. 나는 회사 대표니까 당연히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해.”“넌 내 아내잖아.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응원해 줄 거라 믿어.”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 전 나는 여비서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봐버렸는데 둘이 머리를 맞대고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든 채 찍은 커플 셀카였다.남편은 내가 이제 이해심 깊고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하며 흡족해했다. 그리고 이번에 신혼여행을 못 간 건 아쉽지만 돌아오면 나한테 더 로맨틱한 여행을 선물하겠다고 했다.하지만 그는 내가 이미 회사에 사직서를 냈고 그의 이름이 서명된 이혼 서류도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모른다.이제 우리 사이에 ‘다음’은 없다.
네가 떠난 그 자리에
고건우의 여자친구로 산 지 8년... 하지만 이제야 그저 쉽게 버려지는 심심풀이 놀이 상대였음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고건우는 이익을 위해 망설임도 없이 여자친구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고 했다.“한나야, 네가 그랬었잖아. 내 몸을 좋아한다고. 그럼 우리가 헤어지게 되어도 내 탓은 아닌 거지?”그 말을 들은 진한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그래요.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요. 앞으로 서로 아는 척도 하지 마요.”그렇게 고건우를 차버린 진한나는 고건우의 친구 중에서 정체가 가장 궁금했던 친구를 유혹하여 복수하기로 하는데...역시나 고건우는 그녀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자 흔들리고 말았고 그녀에 대한 집착에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사실 진한나가 바로 그가 이익을 위해 결혼하려던 집안의 딸이었다.“진한나, 넌 내 거라고 했어. 넌 평생 내 거여야만 해!”...하연우는 고건우 친구 중 가장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예전에 고건우가 진한나에게 이런 경고를 한 적 있었다. 절대 하연우를 건드리지 말라고... 하지만 고건우와 헤어졌으니 더는 고건우의 경고를 들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하연우를 유혹하기는커녕 그녀가 도리어 유혹당하게 되었다. 하연우는 진한나를 벽으로 가두며 말했다.“복수로 날 이용하려고요? 차라리 연기 말고 진짜로 해보는 건 어때요.”
종말에 만난 만렙 남편
대학교를 졸업하고 슬럼프에 빠진 하선아는 마지못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오래 전에 각성했던 공간 이동 초능력 덕분에 어느 날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식량이 부족한 세계에서 사는 남자와 돈이 필요한 여자는 금세 의기투합하여 손을 잡기로 했다.“여기서 금이나 다이아몬드는 땅에 굴러다녀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어요.”남자의 말에 하선아는 눈이 반짝거렸다. 알고 보니 종말을 맞이한 세상에 살고 있어 동식물이 돌연변이를 일으켰고,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을뿐더러 수질이 오염되고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좀비까지 득실거린다고 했다.혼란의 시대에서 1년 동안 고군분투한 서준수는 이제 식량난에 부딪혔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악착같이 버텨서 전우를 챙겨주었다.“통닭, 오리구이, 만두, 찐빵, 깨끗한 물... 당신이 원하는 건 전부 다 구해줄게요.”그리고 하선아는 어깨를 당당히 폈다. 수정구슬의 에너지 덕분에 피부 미백은 물론 체력도 강해지고 근시도 완치되어 안경을 벗었다. 심지어 금과 골동품은 넘쳐날 정도로 쌓여 있었다.서준수가 다른 세상에서 보내준 책, 가사집, 만화 덕분에 그녀는 단숨에 문학계 거장으로 거듭났다.남존여비 사상으로 똘똘 뭉친 할머니, 가식적이고 탐욕스러운 친척들은 울면서 용서를 구했다.공간이 확장되면서 드디어 종말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순간 불빛이 훤한 도시를 마주한 하선아.반면, 서준수는 이 세상의 통치자로서 최후의 인류를 지키기 위해 나라를 세웠다.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사람들 앞에서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왕좌를 하선아 씨에게 기꺼이 넘겨주겠습니다.”
계약은 중지, 사랑은 시작
A 대의 정지연 교수가 초고속 결혼을 했다.초고속 결혼을 한 재벌 남편은 주민환은 그녀에게 결혼 협의서를 던져주며, 서로의 사생활은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헛된 꿈은 꾸지 말라는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그래서 이 결혼은 각자 원하는 것만 취하면서 적당히 시간이나 보내다 때 되면 헤어지는 나날이 될 줄 알았는데, 후회를 한 누군가가 협의서를 찢더니 강압적으로 훅 다가온다.이 바닥 사람들은 정지연이 문씨 가문에서 쫓겨난 가짜 딸이라고 비웃으며 재벌가에 시집가게 된 것도 다 대체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민환에게는 예전부터 깊이 사랑하던 여자 친구가 있는데 그 사람이 돌아오면 쫓겨나는 건 시간문제였다.하지만 다음 순간, 누군가가 주민환의 취중 진담을 찍게 된다.[우리 예쁜 여보야는 스스로가 재벌가의 여왕님이야. 난 우리 여보가 A 대의 천재 소녀에 서전 세게 적으로 유명한 과학자가 되는 걸 오랫동안 지켜봤어. 우리 여보가 나랑 결혼한 건 여보의 손해야. 우리 여보랑 대화를 하려고 대표이사인 내가 매일 밤마다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다니까? 내 모든 재산은 다 우리 여보한테 있어. 나한테 오는 답장이 조금만 느려도 다급해져서 A 대까지 찾아가고 싶어. 이런 것도 깊은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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