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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악연
진영재와 가장 허무했던 10년을 함께 한 강유나, 그녀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그가 원하는 건 다 줬다고 자부했었다.하지만 그녀의 엄마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사지를 헤맬 때, 그는 그녀를 버리고 엄마를 친 가해자인 그의 첫사랑을 보석하기 위해 경찰서로 향했다.결국 엄마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안고 세상을 떠났고 그는 자신의 첫사랑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그녀가 유골함을 안고 따져 물었지만 돌아온 건 이 한마디뿐이었다."못 견디겠으면 꺼져."그래서 강유나는 마음을 접었다.하지만 진영재가 끝까지 쫓아오더니 혼인 신고서를 휙 던지며 선언했다."유나야, 우리는 사실혼이야."갑작스럽게 생긴 서류를 보며,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던 강유나는 거의 웃음을 터뜨렸다."작은 삼촌."그녀는 아예 눈도 돌리지 않고, 혼인 신고서를 진영재의 얼굴에 던지며 콧방귀를 뀌었다."너 정말 한심하다."지금 세월에는, 늦게 온 사랑만큼 하찮은 게 없었다.-------------------------------------------모두가 알다시피, 강유나는 내성적이고 침묵적이었고, 진영재는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는 성격이었다.서로 전혀 관계없는 두 사람이 한 연극 같은 사건으로 10년이나 얽히게 되었다.강유나는 그들이 어릴 적부터 맺어진 혼약이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감정이 생길 거라고 믿었다.그러나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던 순간, 강유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진영재는 애틋한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그녀를 위해 그 감정을 쏟을 일이 없었던 거였다.그와의 만남은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었다.그래서 잠시 스쳤던 인연이 막을 내렸고 그는 더는 날 기억할 필요도 없었다.
산후조리원으로 온 비밀
서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원시아에게는 ‘아내 바라기’로 불리는 완벽한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그런 그녀가 산후조리 중이던 어느 날, 낯선 사람에게서 친구 추가 요청을 받았다.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신도운이 바람피웠어요. 증거도 있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독이 발린 갈고리처럼 눈에 박혀 숨이 턱 막혔다. 원시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세면대 앞에 서서 그녀가 방금 갈아입은 피 묻은 바지를 손수 빨고 있는 신도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밖에서는 위엄 있고 고귀한 신해 그룹의 대표, 하지만 그녀의 앞에서는 누구보다 익숙하게 허드렛일을 해내는 남자였다. 그는 원시아의 일만큼은 단 한 번도 남의 손에 맡긴 적이 없었다. 원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리고 그 친구 요청을 바로 삭제했다. 신도운은 원시아가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세상 모든 남자가 바람을 피운다 해도 신도운만큼은 절대 아닐 거라 믿은 것이었다. 그러나 사흘 뒤, 또다시 같은 계정에서 요청이 왔다. [못 믿겠다면 신도운의 코트 안주머니를 확인해 보세요.] 상대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차 있었고 원시아의 심장은 점점 공포심에 쥐어짜이듯 조여 왔다.
목숨값 연애
서울 군부대 병원, 이서하는 해외에서 돌아온 젊은 인재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부대 병원 외과 최연소 과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수많은 대형 수술을 직접 집도해 온 그녀의 두 손은 의사로서의 생명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귀한 손이 지금은 누군가의 군화에 짓밟힌 채 가차 없이 짓이겨지고 있었다. 그 발의 주인은 다름 아닌 이서하의 남편이자 부대 사단장인 강태민. 그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각 잡힌 군복은 흐트러짐 하나 없었고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마치 지금 벌어지는 일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그리고 닫힌 문 너머에서는 이서하의 여동생이 몇 명의 사내들에게 밀려 침대에 눕혀지고 있었다. 이내 이서하의 귀에는 공포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 도움조차 제대로 청하지 못한 채 내뱉는 절규가 끊임없이 들렸다. 그 소리 하나하나가 지금 이서하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만들었다. “이서하, 지금 당장 가서 나연이 엄마 수술을 도와줘. 만약 거부한다면 바로 네 여동생 방문을 열 거야. 그러면 서울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지금 네 여동생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게 되겠지.” 이서하는 이를 꽉 깨물고 핏발이 선 눈으로 강태민을 쏘아보며 물었다. “강태민,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너 없이도 잘 살아
임가윤은 문태오를 목숨처럼 사랑했다.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의 곁을 지키며 별별 방법을 다 시도했다.자연임신, 민간요법, 시험관 시술, 심지어 수술까지...하지만 돌아온 건 매번 그가 몰래 먹였던 피임약이 섞인 한약뿐이었다.문태오는 어떻게든‘엄마’가 되는 걸 막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다시 눈을 뜨자 7년 전 화재 현장으로 돌아갔다.첫사랑을 품에 안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불길을 헤쳐 나간 남자.결국 홀로 남은 임가윤은 짙은 연기 속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그 순간, 문득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문태오 역시 환생했다.다만 이번 생에서 그는 망설임 없이 첫사랑을 선택했다.결국 더 이상 매달리지 않기로 결심했다.문태오가 첫사랑을 위해 찾아와 파혼을 통보하던 날, 일말의 미련도 없이 소꿉친구의 사촌 오빠와 초고속 결혼을 해버렸다.상대는 바로, 화재 속에서 그녀를 구해준 소방관 서지강이다.넓은 어깨와 근육질 몸매, 쭉 뻗은 다리.강렬한 수컷 향기를 내뿜는 남자는 혼인 신고한 첫날에 월급 통장까지 넘겨주었다.문태오는 괜한 자존심 싸움이라고 비웃었다.“나한테 복수하려고 아무 남자랑 결혼해봤자 소용없어. 내 마음은 변치 않아.”하지만 현실을 깨닫는 데 얼마 안 걸렸다.그에게 버림당한 임가윤은 어느덧 국제 AI 정상 회의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게다가 그렇게 무시했던 남자도 결코 평범한 소방관이 아니었다.그리고 전생에 7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했던 그녀가 이번 생에는 서지강과 사랑스러운 쌍둥이 남매를 낳았을뿐더러 또 하나의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것도!결국 후회가 밀려와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가윤아, 우리도 아이가 있었어야 했는데...!”
순애보 남편의 배신
“안녕하세요. 이민 신청 할게요.”신수아는 창구에 서서 준비 자료를 전부 직원에게 건넸다.곧이어 직원이 그 서류들에 해당 도장을 찍고 그중에서 한 장 뽑아서 신수아에게 건넸다.“15일 안에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니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신수아가 머리를 끄덕이고 문밖을 나선 순간 뒤에서 직원들이 쉬쉬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저분 주강빈 대표님 와이프잖아? 왜 이민 신청하지? 둘이 싸웠나?”“아무리 싸워도 이민까진 오버야! 주 대표님 팔불출로 유명한데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사모님이 이민을 신청하겠어?”“그러게 말이야. 5년 전에 두 분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서 나처럼 거의 SNS를 안 하는 사람도 다 알 정도인데... 게다가 3년 전에 사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수혈이 시급할 때 주 대표님이 뭇사람들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하게 수혈해주셨잖아. 그 당시 몸의 절반가량의 피를 뽑아서 겨우 살렸다고 들었어. 또 1년 전에 사모님이 고작 한 시간 연락이 안 된다고 언론매체를 동원해서 전 세계적으로 수색에 나섰잖아. 사모님이 이렇게 몰래 이민하면 대표님 미쳐 발광하는 거 아니야?”뭇사람들의 의논에 신수아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들으면 들을수록 본인만 우스운 꼴이 되었다.그랬다. 주강빈이 그녀에 대한 사랑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처음처럼 사랑하라
“온서빈 씨, 온라인 면접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계약서는 메일로 보내드렸고 보름 안에 런던으로 오셔야 하는데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전화기 반대편에서 바다 건너 멀리 있는 남자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자 온서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번에 동의했다.“문제없습니다. 제시간에 갈게요.”전화가 끊어질 때쯤 문이 열리고 심유정이 들어와 온서빈을 보자마자 살가운 얼굴로 종이봉투를 건넸다.“어제 로펌에 일이 생겨서 같이 새해를 맞이하지 못했네. 화 풀어.”진심을 담은 그녀의 말에 온서빈이 별다른 질문도 없이 봉투를 건네받아 들여다보니 종이봉투 안에는 나무 팔찌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얼마나 성의가 없으면 팔찌에 아무런 포장도 하지 않았을까.무척 비싼 거다. 하지만 이 팔찌가 비싼 게 아니라 세트로 들어있는 다른 염주 팔찌가 비싼 거고 이 나무 팔찌는 그저 증정품에 불과했다.나무 팔찌가 있다는 건 심유정이 염주 팔찌를 샀다는 말인데 증정품을 그에게 준 거다.어제 송성진이 보내준 사진 속 눈길을 사로잡는 질감과 크기의 팔찌를 보지 못했다면 온서빈은 5년을 사귄 여자 친구가 진품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남자 친구에겐 증정품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거다.
이번 생엔 만나지 말자
송여진과 주지한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지만 평생 서로를 원망했다.송여진은 주지한이 평생 사랑하겠노라 맹세해 놓고 기억을 잃은 뒤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걸 원망했고 주지한은 송여진이 함부로 기억을 잃은 그를 집으로 데려오는 바람에 사랑하는 여자가 뱃속에 아이를 가진 채로 바다에 투신한 걸 원망했다.결혼한 첫해, 주지한은 공개적으로 송여진의 은밀한 사진을 경매했고 송여진은 그런 주지한의 뚝배기를 깼다.결혼한 이듬해, 주지한이 밖에서 모델들과 파티를 열면 송여진은 주지한이 소장한 몇십억짜리 예술품에 불을 질렀다.결혼한 지 3년째 되던 해, 주지한이 경매에서 끝물에 올려붙이면 송여진은 주지한과의 몇백억짜리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으로 저항했다.원망이 극에 달했을 때 그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제일 잔인한 말로 상대에게 곱게 죽지는 못할 거라고 저주를 퍼부었다.그러다 결혼한 지 5년째 되던 해 주지한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송여진이 만성 백혈병 말기에 걸린 것이다.숨을 거두기 전 주지한은 송여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지니야, 이번 생에 네게 해야 할 책임은 다한 것 같다. 불쌍한 건 유진밖에 없어.”“다음 생이 있다면...”
전처 길들이기
심가은은 벼랑 끝에 몰린 순간, 최정희와 계약을 맺고 백이현과 결혼했다. 3년 동안 그녀는 온순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며 다리 불편하고 까칠했던 백이현이 다시 일어서도록 곁에서 헌신했다. 그래서 이제 조금은 편안한 부부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백이현의 첫사랑 주서연이 돌아왔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그는 주저 없이 젖은 채 서 있는 아내를 두고 주서연을 데리러 갔다. 출장이라는 핑계를 대며 주서연과 콘서트에 가고 심지어 집에까지 데려와 그녀 앞에서 대놓고 애정을 과시했다. 실망과 배신이 쌓여가던 어느 날, 심가은은 결국 이혼을 결심한다. ...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한 연회장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마주쳤다. 한때 촌스럽고 답답하던 전 아내 심가은은 고급 맞춤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기품을 뿜어내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그 눈빛은 이제 다른 사람만을 향해 있었고 다른 이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백이현은 질투로 미쳐갔다. 그는 결국 심가은을 벽에 몰아붙이며 윽박질렀다. “누가 허락했어? 네가 다른 남자한테 한눈파는 걸?” 심가은은 주저 없이 백이현의 뺨을 후려쳤다. “어디서 굴러온 개 같은 남자가 들이대는 거야? 또 들이대면 성추행으로 신고할 거야!” ...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뒤, 그녀는 이웃 서민준을 만났다. 온화하고 믿음직한 그는 언제나 심가은의 곁을 지켜주며 작고 사소한 일조차 세심히 챙겨주었다. 서민준과 함께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소중히 떠받들리며 사랑받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그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재벌딸의 인턴생활
회사 단체 채팅방에서 행정 팀장이 갑자기 시비를 걸었다. [방금 어떤 인턴이 옷매무새도 제대로 못 한 채 대표님 사무실에서 나오는 걸 봤어요. 입술도 다 번졌던데요? 참 열심히 사네요!] 채팅방은 순식간에 다들 그 인턴이 어느 부서인지 추측하느라 난리법석을 떠는 메시지들로 도배가 됐다. 상대방은 곧바로 비아냥을 이어 갔다. [요즘 MZ세대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이런 암묵적인 관행까지 받아들이네. 진짜 도가 지나쳐.] [우리는 죽어라 기획안 만들고 있는데 누구는 다리만 벌리고 입만 놀리면 쉽게 오퍼를 받는 꼴이라니!] [병 걸릴까 봐 무섭지도 않나 봐? 저런 능력 없는 낙하산 대표한테도 몸을 팔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뻔뻔해서 내가 다 역겨워. 대표님은 막 약혼하셨는데 너는 그걸 알면서도 끼어든 방해꾼이야!”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답장했다. [사정도 모르면서 함부로 떠들지 말고, 발언 자제하세요.] 그러자 다음 순간, 그녀가 곧장 나를 멘션 했다. [내 말에 양심이 찔렸니? 감히 말대꾸까지 해? 네가 바닥에 무릎 꿇은 사진이라도 뿌려야겠어? 천박한 년!] 나는 멍해졌다. ‘나는 친아빠 사무실에서 바닥에 떨어진 콘택트렌즈를 찾아주고 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이게 암묵적인 관행을 받아들인 게 된 거지?’
순정은 순정을 낳고
재벌가 딸이자 천재 소녀인 서규영은 가난한 고태빈을 7년 동안 쫓아다녔다. 그러다 그와 결혼한 지 3년 만에야 비로소 고태빈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태빈이 서규영과 결혼한 이유는 그녀의 돈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해외로 유학 보내기 위해서였다.그리고 그 여자는 귀국하여 출산한 뒤 한 달에 8천만 원이 드는 산후조리원에서 지냈다.고태빈이 말했다.“해은이 출산한 지 얼마 안 돼서 몸이 많이 약하니까 네가 음식 좀 신경 써서 만들어 줘.”시어머니가 말했다.“내 아들처럼 훌륭한 남자 곁에는 여자가 많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고태빈의 동생이 말했다.“그동안 아이 하나 낳지 못했잖아요. 우리 오빠랑 결혼했으면 고마운 줄 알고 우리 가족한테 잘해야죠.”온 가족이 그녀에게 불륜녀의 산후조리를 도우라고 하자 서규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런데 서규영이 전남편의 가족들을 상대할 때마다 누군가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도와줬다.그 사람은 모두에게 존경받는, 한때 그녀와 앙숙이었던 박시형이었다.“왜 날 돕는 거야? 목적이 뭐야?”박시형은 두 눈이 빨개진 채 서규영을 붙잡고 말했다.“서규영, 난 널 10년 동안 짝사랑했어. 지난 10년 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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