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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사라진 시간 속에서
송지안은 자기 아들에게 직접 신장이식 수술을 진행하려 하고 있었다.이번 수술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 신장은 바로 그녀 자신의 몸에서 이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직접 아들의 수술을 집도해야 했다. 24시간에 걸친 긴 수술 끝에 수술실의 불이 마침내 꺼졌고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그녀는 옆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 임우진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려던 찰나 문틈 사이로 남자가 자신의 인턴 의사와 다정하게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우진 오빠, 이번 수술 무슨 일 생기진 않겠죠? 만약 우리 아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죠? 내가 대신 신장을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적어도 우리 아이의 목숨이 남의 손에 달려 있지는 않잖아요.”우리 아들이라는 말에 송지안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그녀가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 따지려는 순간 남자가 강아름을 다정하게 품에 안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송지안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로 아이가 하나 생겼다고 믿고 있어. 그 애는 전혀 의심하지 않아. 늘 도현이를 자신의 친아들로 여겨왔으니까. 이번 수술도 최선을 다할 거야. 게다가 예전에 네가 날 구하려다 신장 하나를 잃었잖아.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송지안과 결혼한 거니까 이제 우리 아이를 위해 신장을 되돌려주는 거야. 이건 공평하잖아.”
너를 다시금 품에 안는 방법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에게 버림받고 이윽고 커서는 재벌가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여자, 난청이라는 하자가 있는 여자, 그게 바로 채시아였다. 결혼한 지도 어언 3년이지만 그녀의 남편은 단 한 순간도 그녀를 아내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남편의 친구들은 그녀를 ‘귀머거리’라 부르며 조롱했고 남편의 어머니는 “장애를 가졌으면 얌전히 집에나 있어!”라며 그녀에게 모욕감을 안겨주었다. 심지어 그 와중에 남편의 첫사랑까지 나타나 그녀를 몰아세웠다. “오빠가 사랑한다는 말 한번도 안 해줬죠? 나한테는 질리도록 해줬는데. 그때는 그게 어찌나 유치하고 또 오글거리던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나도 오빠를 사랑했다는 걸. 그래서 오빠를 돌려받으러 왔어요. 채시아 씨한테서.” 채시아는 묵묵히 그 말을 들으며 남편과 함께했던 지난 3년을 돌이켜보았다. 그러고는 그제야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려 12년이나 남편을 사랑했지만 그녀의 사랑은 그저 한낱 보잘것없은 감정에 불과했다. 그걸 깨달은 순간 채시아는 마음을 굳혔다. “성빈 씨, 그간 나랑 사느라 고생 많았어요. 우리 이만 이혼해요.” 하지만 순순히 허락할 줄 알았던 남편이 대뜸 화를 내며 그녀를 집에 가둬버렸다. “누구 마음대로?!”
백 번의 청혼
윤이슬은 서울 상류사회에서 가장 고고하고 차가운 매력을 가진 인물로 통했다. 수많은 재벌 2세들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했으나 결국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기억을 잃은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강원도 대관령의 양떼목장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던, 이름이 혁이라는 남자였다. 키는 훤칠했고 얼굴은 한눈에 시선이 멈출 만큼 잘생겼다. 말수는 적지만 마음만큼은 뜨겁게 그녀 곁을 지켰다. 평생 결혼에 뜻이 없던 윤이슬조차도 그가 99번이나 청혼을 반복하자, 결국 마음의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서울로 돌아와 혼인신고를 하려던 날, 혁이는 문득 집안의 오래된 규칙이 떠올랐다. 그날의 운세 풀이에서 길운이 떠야만 혼인이 성립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그가 99번이나 운세를 보았음에도 결과는 단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 모두 액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윤이슬이 임신했을 때, 100번째 운세를 봤는데 그마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또다시 액운이었다. 윤이슬의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혁이는 눈가를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액운이라는 결과 따위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반드시 윤이슬, 아이와 함께 가정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혼인신고를 하러 가던 길, 누군가 뒤에서 고의로 차를 들이박았다. 혁이는 충돌 직후 범인의 공격에 쓰러졌고 윤이슬은 잔혹한 납치범들에게 끌려갔다.
달콤한 함정
“서예은? 질린 지가 언젠데.” 주현진은 비웃음이 담긴 눈빛으로 술잔을 흔들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말했다. “지안이처럼 애교 많은 여자가 진짜 여자지. 서예은은...” 구석진 곳, 유리잔 하나가 남자의 손바닥 안에서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 서예은은 연애 3주년 기념 케이크를 꽉 움켜쥔 채, 그의 선명한 손가락 마디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은하 그룹 대표 박시우는 천천히 손가락의 피를 닦아내며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서예은 씨, 나랑 결혼할래요?” ... 경성이 발칵 뒤집혔다. 모두는 그저 하찮은 디자이너가 재벌에게 매달린 줄 알았지만, 사실 이 결혼은 그가 5년 전부터 꾸민 함정이었다. 박시우의 프라이빗 갤러리에는 그녀의 옆모습이 천여 점이 걸려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비 오는 골목에서 고양이를 돌보던 모습부터 패리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보석을 정리하던 순간까지. 깊은 밤, 그는 담배를 물고 폭우 속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주현진의 CCTV 영상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자기 아내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 ... 훗날, 한 경제 기자는 냉혈한으로 소문난 박 대표가 아내 앞에 무릎 꿇고 떨리는 손으로 임신 진단서를 들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반면 서예은은 결혼반지를 흔들며 가볍게 웃었다. “박시우 씨, 놀랍죠?” 순간, 냉혈한으로 소문났던 남자는 눈가가 붉게 달아오르더니 그녀의 약지에 난 오래된 반지 흔적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예은아, 네가 스물두 살이었던 그 해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 “무... 무슨 말이요?” “케이크가 너무 달콤했어.” 박시우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재벌 집 딸인 줄 알았던 수지는 20여 년 동안 김은경의 수혈꾼으로 살았는데 진짜 딸이 나타난 뒤로 집에서 쫓겨났다.진짜 딸 하윤아는 그녀를 된통 괴롭혔고 뭇사람들은 갖은 야유를 날렸다. 그랬던 수지는 어느 날 갑자기 신분이 확 바뀌어버리는데... 전국 최고 재벌가인 신비로운 남씨 가문의 유일한 외동딸이라고 한다.친부모님과 다섯 오빠들 전부 그녀를 애지중지하면서 무한한 사랑을 퍼부었다. 한도 제한 없는 은행카드를 건네며 용돈으로 실컷 쓰라고 했고 한정판 수입차를 마음껏 몰게 했으며 최고급 럭셔리 오트 쿠튀르도 원하는 대로 사 입게 했다...게다가 세계 최고 갑부 약혼남까지 차려졌지만 이 남자가 줄곧 수지를 외면하고 있다. 쌀쌀맞은 태도로 대하는가 하면 집까지 찾아와 파혼을 제기하고 있다.파혼? 마침 같은 생각이라면서 수지가 맞장구를 쳤다.다만 이 남자는 파혼을 제기하더니 또다시 그녀에게 집착하며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애정 공세를 퍼부었다.짜증 난 수지가 그에게 쏘아붙였다.“이봐요, 적당히 좀 하시죠?”이에 박서진이 되물었다.“적당히라니요? 그렇게 해서 수지 씨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겠어요?”“꺼져!”“우리 자기 이젠 날 꺼지라고 하네요? 사랑하니까 그런 거겠죠. 왜 딴 사람들한텐 안 그러겠어요?”이 광경을 본 뭇사람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세계 갑부가 알고 보니 영락없는 팔불출이었네.”한편 박서진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녀를 외면했던 예전 모습이 너무 원망스럽고 얄미울 따름이었다.
청각을 되찾은 그녀의 복수
신지은은 앞길이 창창하던 거문고 연주자였다. 23살에 이미 콘서홀에서 독주회를 열 정도의 재능과 명성을 갖췄지만 한 번의 사고로 그녀는 양쪽 귀의 청력을 모두 잃었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무너졌다. 커리어는 한순간에 추락했고 주변의 친구들은 하나둘씩 멀어졌다. 심지어 가족들마저 한 달 치 치료비를 내준 뒤, 더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런 신지은의 곁에 끝까지 남아 있던 사람은 단 한 명, 연인 강재민뿐이었다. 강재민은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가족과의 연을 끊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상속받을 수 있었던 수백억의 재산도 스스로 포기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고작 서른 평 남짓한 임대 아파트로 들어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달, 신지은은 건물에서 뛰어내려 모든 걸 끝내려 했다. 하지만 강재민이 그녀를 붙잡아 끌어내렸고 두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말없이 서로를 꽉 끌어안았다. 두 번째 달, 신지은은 한밤중에 수면제 한 통을 전부 삼켰다. 그러나 강재민이 곧바로 이를 알아차리고 병원으로 데려가 위세척을 했고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바닥에 글자를 써 내려갔다.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얼마 후, 강재민은 수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신지은에게 하나하나 가르쳐 주었다. 그는 손짓 하나, 표정 하나로 그녀에게 다시 말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러고는 몇 번이나 반복적으로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전했다. 그렇게 조금씩 신지은은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은 사람처럼 재활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강재민은 한 디자인 회사에 취직해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가장 기초적인 도면을 그리는 신입 사원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의 가짜 사랑에 속아
송해인은 한은찬을 15년 동안 죽을 만큼 사랑했지만 정작 출산 당일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은찬은 그녀의 귀에 바짝 다가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해인아, 영원히 깨어나지 마. 내게 넌 이제 아무런 가치도 없어.” 다정하고 깊은 정을 가진 남편이라고 믿었지만 알고 보니 그녀에게 끝없는 혐오와 이용만 품고 있었다. 그리고 송해인이 목숨을 걸고 낳은 쌍둥이 남매는 병상 앞에서 한은찬의 첫사랑을’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완전히 절망한 송해인은 깨어나자마자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단호하게 이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혼 후 한은찬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의 삶 곳곳이 송해인의 흔적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 여자는 이미 그의 습관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다시 만났을 때 송해인은 수석 의학 전문가의 신분으로 회의에 나타났고 찬란히 빛나는 모습으로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한때 그에게만 온전히 마음을 쏟았던 이 여자는 이제 눈길 한 번 주려 하지 않았다. 한은찬은 그녀가 아직 화가 나 있을 뿐 자신이 한마디만 하면 송해인은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어차피 그녀는 그를 뼛속까지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그 후 배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 약혼식에서 그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송해인이 활짝 웃으며 배도현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질투에 미쳐버린 한은찬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유리잔을 움켜쥐어 산산조각을 냈다. 그러자 손에 피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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