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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약속
99번째로 서울의 신흥 권력자가 벌인 정사의 뒤처리를 하던 때에 백하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장 의사 신분으로 다시 복귀할래요. 만약 죽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을 거고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옅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때 네가 선호 치료비 마련하려고 그 생지옥에 갔던 거 알지? 그러다 목숨 잃을 뻔도 했잖아. 선호랑 다시 만난 지 이제 1년도 안 됐는데... 정말 후회 안 해?” 백하임은 거울 속에 비친 뼈만 남은 듯 초췌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어린 동생을 홀로 키워냈다. 졸업 후에는 서울 최고의 병원에서 일할 수도 있었지만 백하임이 선택한 건 전쟁터였다. 총알이 허벅지를 관통해도, 폭발로 인해 팔 하나를 잃어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후회 안 해요. 열흘 뒤에 차 한 대만 보내줘요.” 전화를 끊은 백하임은 의수로 바닥에 흩어진 콘돔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지난 반 년 동안 고선호는 매일 밤, 다른 여자를 데려와 문밖에서도 생생히 들릴 만큼 그들의 신음을 흘려보냈다. 매번 끝나면 백하임에게 뒷정리를 시켰고 심지어 사랑을 나눈 상대에게 임신이 쉽게 되도록 도움을 주는 약까지 직접 처방하게 했다. 이 모든 건 다 전에 그녀가 고선호를 배신했던 일 때문이다. 즉, 아직 그는 그 일을 잊지 못해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는 것이다.
그의 가짜 사랑에 속아
송해인은 한은찬을 15년 동안 죽을 만큼 사랑했지만 정작 출산 당일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은찬은 그녀의 귀에 바짝 다가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해인아, 영원히 깨어나지 마. 내게 넌 이제 아무런 가치도 없어.” 다정하고 깊은 정을 가진 남편이라고 믿었지만 알고 보니 그녀에게 끝없는 혐오와 이용만 품고 있었다. 그리고 송해인이 목숨을 걸고 낳은 쌍둥이 남매는 병상 앞에서 한은찬의 첫사랑을’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완전히 절망한 송해인은 깨어나자마자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단호하게 이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혼 후 한은찬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의 삶 곳곳이 송해인의 흔적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 여자는 이미 그의 습관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다시 만났을 때 송해인은 수석 의학 전문가의 신분으로 회의에 나타났고 찬란히 빛나는 모습으로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한때 그에게만 온전히 마음을 쏟았던 이 여자는 이제 눈길 한 번 주려 하지 않았다. 한은찬은 그녀가 아직 화가 나 있을 뿐 자신이 한마디만 하면 송해인은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어차피 그녀는 그를 뼛속까지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그 후 배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 약혼식에서 그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송해인이 활짝 웃으며 배도현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질투에 미쳐버린 한은찬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유리잔을 움켜쥐어 산산조각을 냈다. 그러자 손에 피가 흘러내렸다...
너 없이도 잘 살아
임가윤은 문태오를 목숨처럼 사랑했다.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의 곁을 지키며 별별 방법을 다 시도했다.자연임신, 민간요법, 시험관 시술, 심지어 수술까지...하지만 돌아온 건 매번 그가 몰래 먹였던 피임약이 섞인 한약뿐이었다.문태오는 어떻게든‘엄마’가 되는 걸 막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다시 눈을 뜨자 7년 전 화재 현장으로 돌아갔다.첫사랑을 품에 안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불길을 헤쳐 나간 남자.결국 홀로 남은 임가윤은 짙은 연기 속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그 순간, 문득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문태오 역시 환생했다.다만 이번 생에서 그는 망설임 없이 첫사랑을 선택했다.결국 더 이상 매달리지 않기로 결심했다.문태오가 첫사랑을 위해 찾아와 파혼을 통보하던 날, 일말의 미련도 없이 소꿉친구의 사촌 오빠와 초고속 결혼을 해버렸다.상대는 바로, 화재 속에서 그녀를 구해준 소방관 서지강이다.넓은 어깨와 근육질 몸매, 쭉 뻗은 다리.강렬한 수컷 향기를 내뿜는 남자는 혼인 신고한 첫날에 월급 통장까지 넘겨주었다.문태오는 괜한 자존심 싸움이라고 비웃었다.“나한테 복수하려고 아무 남자랑 결혼해봤자 소용없어. 내 마음은 변치 않아.”하지만 현실을 깨닫는 데 얼마 안 걸렸다.그에게 버림당한 임가윤은 어느덧 국제 AI 정상 회의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게다가 그렇게 무시했던 남자도 결코 평범한 소방관이 아니었다.그리고 전생에 7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했던 그녀가 이번 생에는 서지강과 사랑스러운 쌍둥이 남매를 낳았을뿐더러 또 하나의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것도!결국 후회가 밀려와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가윤아, 우리도 아이가 있었어야 했는데...!”
순정은 순정을 낳고
재벌가 딸이자 천재 소녀인 서규영은 가난한 고태빈을 7년 동안 쫓아다녔다. 그러다 그와 결혼한 지 3년 만에야 비로소 고태빈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태빈이 서규영과 결혼한 이유는 그녀의 돈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해외로 유학 보내기 위해서였다.그리고 그 여자는 귀국하여 출산한 뒤 한 달에 8천만 원이 드는 산후조리원에서 지냈다.고태빈이 말했다.“해은이 출산한 지 얼마 안 돼서 몸이 많이 약하니까 네가 음식 좀 신경 써서 만들어 줘.”시어머니가 말했다.“내 아들처럼 훌륭한 남자 곁에는 여자가 많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고태빈의 동생이 말했다.“그동안 아이 하나 낳지 못했잖아요. 우리 오빠랑 결혼했으면 고마운 줄 알고 우리 가족한테 잘해야죠.”온 가족이 그녀에게 불륜녀의 산후조리를 도우라고 하자 서규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런데 서규영이 전남편의 가족들을 상대할 때마다 누군가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도와줬다.그 사람은 모두에게 존경받는, 한때 그녀와 앙숙이었던 박시형이었다.“왜 날 돕는 거야? 목적이 뭐야?”박시형은 두 눈이 빨개진 채 서규영을 붙잡고 말했다.“서규영, 난 널 10년 동안 짝사랑했어. 지난 10년 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
죽어줘서 고마워
5년간의 연애와 3년간의 결혼생활, 송서아는 박유준과 그렇게 백년해로할 줄 알았다.심지어 남편 박유준의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들었을 때도 함께 죽으리라 마음먹었다. 생과 사는 결코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을 거라 믿었으니까.하지만 박유준은 죽지 않았다. 그는 단지 다른 이의 남편이 되어 있었을 뿐.송서아는 깊은 슬픔을 떨쳐내고 이토록 황당한 쇼를 직접 끝냈다. 그리고 가문의 뜻에 따라 정략결혼을 받아들였다.경원에서 명성이 자자한 김씨 일가, 이 집안 장남이 이혼녀와 결혼한다는 소식은 상류층에 소문이 쫙 깔렸다.송서아 본인마저도 김원우가 딱한 사정이 있어서 서둘러 자신과 결혼하는 거로 여겼다.김씨 일가는 그녀에게 원하는 걸 주었고 그녀 또한 김원우의 체면을 살려줘야만 했다.사리 밝은 송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이를 원한다면 우리 함께 입양해요. 내가 잠시 숨어지낸 뒤에 우리 아이라고 외부에 알리면 되죠.”별안간 김원우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너야말로 원하면 얘기해. 굳이 이렇게 돌려 말하지 말고.”김원우의 친구들은 그가 왜 멀쩡한 부잣집 도련님 생활을 뿌리치고 송서아의 꽁무니나 쫓아다니냐고 쉬쉬거렸다.다만 김원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쫓아다니는 게 뭐? 결국 다 내 것이 될 텐데!”다들 그가 달갑게 송서아의 껌딱지가 되어준다고 비웃었지만 정작 그들은 알지 못했다. 짝사랑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옆자리를 차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백 번의 청혼
윤이슬은 서울 상류사회에서 가장 고고하고 차가운 매력을 가진 인물로 통했다. 수많은 재벌 2세들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했으나 결국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기억을 잃은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강원도 대관령의 양떼목장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던, 이름이 혁이라는 남자였다. 키는 훤칠했고 얼굴은 한눈에 시선이 멈출 만큼 잘생겼다. 말수는 적지만 마음만큼은 뜨겁게 그녀 곁을 지켰다. 평생 결혼에 뜻이 없던 윤이슬조차도 그가 99번이나 청혼을 반복하자, 결국 마음의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서울로 돌아와 혼인신고를 하려던 날, 혁이는 문득 집안의 오래된 규칙이 떠올랐다. 그날의 운세 풀이에서 길운이 떠야만 혼인이 성립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그가 99번이나 운세를 보았음에도 결과는 단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 모두 액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윤이슬이 임신했을 때, 100번째 운세를 봤는데 그마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또다시 액운이었다. 윤이슬의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혁이는 눈가를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액운이라는 결과 따위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반드시 윤이슬, 아이와 함께 가정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혼인신고를 하러 가던 길, 누군가 뒤에서 고의로 차를 들이박았다. 혁이는 충돌 직후 범인의 공격에 쓰러졌고 윤이슬은 잔혹한 납치범들에게 끌려갔다.
재벌집 딸의 수상한 사생활
진짜 영애와 가짜 영애의 사주풀이 이야기.한씨 가문에서 쫓겨난 뒤, 한가을은 순식간에 몸값이 1조가 넘는 진짜 영애가 되었다.한씨 일가는 너무나 후회가 되어 여태껏 키워온 은혜를 핑계로 강씨 가문에게 지분을 내놓으라고 했다.그러나 한가을은 피식 웃더니 진실 부적을 한씨 일가의 못생긴 얼굴에 붙였다.똥차 남친이 자신에게 매달리니 한가을은 손짓 하나로 매일 밤 악몽을 꾸게 했다.사촌 형제들은 그녀가 창피하다며 무시했다.그러던 어느 날, 송씨 일가가 직접 그녀를 찾아왔다.“강 도사님이 제 딸을 살려준다면 그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 수 있습니다!”게다가 강씨 가문과 원한 사이인 서씨 일가도 뻔뻔함을 무릅쓰고 찾아왔다.“이 동생이 여태껏 철이 없었어요. 강 도사님만 도와준다면 강 대표님을 제 친형처럼 모실게요!”결국 그녀에게 버릇없이 굴던 사촌 동생마저 강아지처럼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가을 누나는 내 유일한 누나예요! 누가 감히 내 누나를 건드린다면 지옥 끝까지 쫓아갈 거예요!”정신을 차린 강씨 가문은 그제야 그들이 여태껏 불쌍하게 여겼던 귀염둥이가 진정한 불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험악한 것들을 쫓고 부적을 그리고 사람까지 살리며 게다가 금수저, 이수현에게 대시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하여 이수현이 스스로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 “대시할 필요 없어. 난 이미 네 것이야.”
악녀의 훈련 일지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소설 속에 들어가 흑막의 악랄한 양누나가 되어버리면 어떡하냐고?그런 상황이 와도 백연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세상에는 그녀가 못 꼬실 남자는 없었고 오직 길들이지 못한 개만 있을 뿐이었으니까.처음에 상황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였다.흑막 같은 동생은 백연을 볼 때마다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다고 했고, 소설 속 여자주인공의 서브 남자주인공은 백연에게 허영에 눈먼 여자를 증오한다고 말했다. 물론 남자주인공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역시 그녀에게 잔꾀 부릴 필요 없으니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식으로 말했다.그런데 나중에는 그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게 되는데...백연은 어리석고 악랄하며 이기적인 인물이었지만 그들은 전부 백연이 그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데...목 비틀고 싶다던 흑막 같은 동생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분명 우리가 먼저 친해졌는데, 왜 내가 서브로 밀려난 거냐고...”서브병만 유발하던 서브 남자주인공은 백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그 사람과 파혼하고 나랑 결혼해. 나도 너 먹여 살릴 수 있어.”거기다가 남자주인공이라는 작자는 한밤중에 술에 잔뜩 취해 찾아와 소리쳤다.“하, 나만 사랑한다며!”...책 속의 진짜 여자주인공이 드디어 귀국했는데 자신을 사랑해야 할 남자들이 전부 딴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긴 걸 발견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아, 미안. 너만 졸졸 따라다니던 남자들 말이야... 전부 나한테 푹 빠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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