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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줘서 고마워
5년간의 연애와 3년간의 결혼생활, 송서아는 박유준과 그렇게 백년해로할 줄 알았다.심지어 남편 박유준의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들었을 때도 함께 죽으리라 마음먹었다. 생과 사는 결코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을 거라 믿었으니까.하지만 박유준은 죽지 않았다. 그는 단지 다른 이의 남편이 되어 있었을 뿐.송서아는 깊은 슬픔을 떨쳐내고 이토록 황당한 쇼를 직접 끝냈다. 그리고 가문의 뜻에 따라 정략결혼을 받아들였다.경원에서 명성이 자자한 김씨 일가, 이 집안 장남이 이혼녀와 결혼한다는 소식은 상류층에 소문이 쫙 깔렸다.송서아 본인마저도 김원우가 딱한 사정이 있어서 서둘러 자신과 결혼하는 거로 여겼다.김씨 일가는 그녀에게 원하는 걸 주었고 그녀 또한 김원우의 체면을 살려줘야만 했다.사리 밝은 송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이를 원한다면 우리 함께 입양해요. 내가 잠시 숨어지낸 뒤에 우리 아이라고 외부에 알리면 되죠.”별안간 김원우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너야말로 원하면 얘기해. 굳이 이렇게 돌려 말하지 말고.”김원우의 친구들은 그가 왜 멀쩡한 부잣집 도련님 생활을 뿌리치고 송서아의 꽁무니나 쫓아다니냐고 쉬쉬거렸다.다만 김원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쫓아다니는 게 뭐? 결국 다 내 것이 될 텐데!”다들 그가 달갑게 송서아의 껌딱지가 되어준다고 비웃었지만 정작 그들은 알지 못했다. 짝사랑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옆자리를 차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첫 사랑은 계모 딸
서고은은 업계에서 소문난 매혹적인 아가씨였다. 그녀의 살짝 올라간 붉은 입술과 눈꼬리는 사람을 홀릴 듯 아름다웠다. 이시현은 재벌가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상속자로 차갑고 고고했으며 금욕적이고 절제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극과 극인 두 사람이 깊은 밤 마이바흐 뒷좌석에서 서로를 놓지 못한 채 얽히고, 자선 파티의 화장실에서 미친 듯이 탐하며, 개인 와인 창고의 통유리 앞에서 그가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고 박아댄 끝에 다리가 풀려버리는 순간들을 아무도 몰랐다. 또 한 번의 이성을 놓아버린 채 빠져든 밤이 지나간 뒤, 욕실에서는 빗물이 흐르는 듯한 샤워 소리가 들렸다. 서고은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아버지 서동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주도에 있다는 죽을 날 앞둔 재벌가 도련님이 액운을 막아주는 신부를 급하게 찾는다면서요. 내가 시집갈게요.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전화기 너머로 서동수는 억누르지 못한 기쁨이 가득했다. “말만 해! 네가 시집만 가준다면 아버지가 뭐든지 다 들어줄게!” “집에 가서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지만,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전화를 끊고 일어나 옷을 입으려던 순간, 시야 한쪽에 이시현이 옆에 두고 간 노트북 화면이 들어왔다. 카톡 대화창이 환히 켜져 있었고, 마지막 메시지는 ‘단비’라는 여자에게서 온 것이었다. [시현 오빠, 번개 쳐서 너무 무서워요...] 서고은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그때 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고, 이시현이 걸어 나왔다. 물방울이 그의 쇄골을 따라 흘러내렸고, 셔츠는 자연스럽게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어 금욕적인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게 나른한 분위기를 풍겼다. “회사에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 외투를 집어 들며 여전히 냉정한 목소리로 이시현이 말했다. 서고은은 붉은 입술을 가볍게 올리며 대답했다. “회사 일 맞아? 아니면 네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거야?”
백번째 신부
남자친구의 특별한 취향을 위해, 나는 성형외과에서 99번의 수술을 받았다.그가 말했다.“백 번째 수술이 끝나면, 우리 결혼하자.”그 한마디에, 나는 미친 듯이 기뻤다.병원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봤다.오늘은 백 번째 수술이 끝난 날.오늘 밤은 내가 심도윤에게 평생 잊지 못할 밤을 선물할 차례였다.교외 고급주택의 대문을 살짝 밀고 들어갔다.그런데 안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속에, 익숙한 내 이름이 섞여 있었다.걸음을 멈췄다.“도윤아, 경성권 제일가는 유흥계 여자를 완전히 가지고 놀다니, 대단하다. 그 여자는 아직도 네가 진심으로 결혼할 거라 믿는 모양이야.”“2주 뒤에 네가 청혼하는 상대가 자기 아닌 걸 알면 미쳐버리겠지? 분명 예전 상대들이랑 짜서 네 회사를 박살내려고 들걸?”심도윤이 담배를 물고 비웃듯 말했다.“그럴 용기 없어. 내 손에 걔랑 99명의 남자 영상이 있거든. 덤비면 그거 인터넷에 올려서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줄 거야.”“와, 도윤아 진짜 짱이다! 그 여자는 아직 모르겠지? 그 영상 속 남자들이 전부 네가 아니라는 걸.”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터졌다.그 찰나, 나는 완전히 굳어버렸다.그래서였다. 매번 일이 끝나기 전에 그가 내게 우유 한 잔을 먹이던 이유가.모든 게, 나를 더럽히기 위한 준비였다.나는 손에 쥔 수술 기록서를 찢어버렸다.그의 이름이 적힌 부분이 산산이 흩어졌다.뒤돌아서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네가 청혼 상대가 내가 아니라면 좋아. 나도 결혼할 상대를 바꿔줄게. 그게 네가 만든 결말이라면, 난 끝까지 맞서줄 거야.’
그의 가짜 사랑에 속아
송해인은 한은찬을 15년 동안 죽을 만큼 사랑했지만 정작 출산 당일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은찬은 그녀의 귀에 바짝 다가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해인아, 영원히 깨어나지 마. 내게 넌 이제 아무런 가치도 없어.” 다정하고 깊은 정을 가진 남편이라고 믿었지만 알고 보니 그녀에게 끝없는 혐오와 이용만 품고 있었다. 그리고 송해인이 목숨을 걸고 낳은 쌍둥이 남매는 병상 앞에서 한은찬의 첫사랑을’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완전히 절망한 송해인은 깨어나자마자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단호하게 이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혼 후 한은찬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의 삶 곳곳이 송해인의 흔적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 여자는 이미 그의 습관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다시 만났을 때 송해인은 수석 의학 전문가의 신분으로 회의에 나타났고 찬란히 빛나는 모습으로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한때 그에게만 온전히 마음을 쏟았던 이 여자는 이제 눈길 한 번 주려 하지 않았다. 한은찬은 그녀가 아직 화가 나 있을 뿐 자신이 한마디만 하면 송해인은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어차피 그녀는 그를 뼛속까지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그 후 배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 약혼식에서 그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송해인이 활짝 웃으며 배도현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질투에 미쳐버린 한은찬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유리잔을 움켜쥐어 산산조각을 냈다. 그러자 손에 피가 흘러내렸다...
산후조리원으로 온 비밀
서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원시아에게는 ‘아내 바라기’로 불리는 완벽한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그런 그녀가 산후조리 중이던 어느 날, 낯선 사람에게서 친구 추가 요청을 받았다.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신도운이 바람피웠어요. 증거도 있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독이 발린 갈고리처럼 눈에 박혀 숨이 턱 막혔다. 원시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세면대 앞에 서서 그녀가 방금 갈아입은 피 묻은 바지를 손수 빨고 있는 신도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밖에서는 위엄 있고 고귀한 신해 그룹의 대표, 하지만 그녀의 앞에서는 누구보다 익숙하게 허드렛일을 해내는 남자였다. 그는 원시아의 일만큼은 단 한 번도 남의 손에 맡긴 적이 없었다. 원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리고 그 친구 요청을 바로 삭제했다. 신도운은 원시아가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세상 모든 남자가 바람을 피운다 해도 신도운만큼은 절대 아닐 거라 믿은 것이었다. 그러나 사흘 뒤, 또다시 같은 계정에서 요청이 왔다. [못 믿겠다면 신도운의 코트 안주머니를 확인해 보세요.] 상대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차 있었고 원시아의 심장은 점점 공포심에 쥐어짜이듯 조여 왔다.
못난이 연애법칙
심윤서는 어릴 때부터 예쁜 얼굴로 인해 수많은 이성의 관심을 받았다. 열여덟 살 대학에 입학하는 해에 평소 순종적이던 그녀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찾아가 일부러 추하게 보이는 화장을 하고 심씨 가문의 딸이라는 신분까지 숨긴 채 홀로 부산의 천경대학교에 입학한 것이었다. 대학 생활 2년 동안 심윤서는 더 이상 남자들의 시선을 끌지 않았고 조용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룸메이트와 바에 갔다가 우연히 부산에서 이름난 부잣집 도련님으로 제멋대로이고 거침없기로 유명한 전우빈을 만나게 되었다. 전우빈은 2년 전 갑자기 천경대에 건물 한 채를 기부하고 대학원에 들어와 공부를 시작했고 평소 수업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고 가끔 슈퍼카를 타고 캠퍼스를 누비며 소란을 일으키곤 했다. 바에서 전우빈이 자신을 구해준 후 심윤서는 전우빈에게 완전히 빠져버렸음을 깨달았고 발렌타인데이 때 심윤서는 용기를 내어 전우빈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평범하고 재미없는 자신이 거절당할 거로 생각했지만 그녀는 최소한 마음을 전해보고 싶었다. 결국 전우빈은 심윤서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심윤서는 전우빈이 사랑하는 사람은 강하연임을 알게 되었고 결국 자신은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옥 초대장
남하연은 한때 청담고에서 가장 부러움을 많이 받던 여자애였다. 단지 맑고 수수한 외모 때문도, 성적이 좋아서도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뒤에 언제나 황성민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인 두 사람은 같은 대학에 가자고 굳게 약속했다. 장난으로 미래에 낳을 아이의 이름까지 지어두었을 만큼, 그들에게 ‘함께’가 아닌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찬란했던 세계는 단 하루 만에 무너져버렸다. 황성민의 아빠와 남하연의 엄마가 옷매무새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한 침대에 누워 있던 그날... 그 현장을 목격한 황성민의 엄마는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졌다. 붉은 피가 황성민의 깨끗한 교복 위로 점점이 튀었다. 하룻밤 사이 집안은 풍비박산 났고 두 사람의 관계 또한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었다.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황성민의 눈동자에는 남하연을 향한 뼛속 깊은 증오만 남았다. 그는 복수하듯 남하연을 밀어냈다. 둘이 함께 찍었던 사진을 찢어버리고 소중히 쌓아온 약속들을 모조리 짓밟아 버린 뒤 차갑게 말했다. “내 세상에서 영원히 꺼져 버려.” 남하연은 그가 바라는 대로 떠났다. 가장 완벽하고도 잔인한 방식으로 그의 세계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 그리고 십 년 뒤, 황성민은 보란 듯이 성공했다. 그는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견고한 삶을 일궈냈고 곁에는 집안과 외모를 모두 갖춘 약혼녀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모교의 옛 교실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빛바랜 종이 위에는 잊으려 애썼던 남하연의 글씨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이러했다. [성민아, 난 목숨으로 죗값을 치렀어. 이제... 나를 용서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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