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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날 무시하던 넌 이제 안녕
업계의 모두가 말한다.송유진은 배도현 곁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충성스러운 ‘개’라고.얼마나 충성스럽냐면... 누구나 다 알 정도다.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염치도 없이 들러붙는다며 손가락질했지만 송유진은 개의치 않았다.그런데 그날 밤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그토록 갈망했던 남자가 더 이상 자신이 사랑했던 그 사람과 닮지 않았다는 것을.결국 송유진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배도현을 유혹하기 위해 일부러 밀당 전략을 벌인다며 비웃었고 배도현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얼마 후 그는 송유진의 지갑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는데 사진 속 소년은 그와 닮은 듯하면서도 확연히 달랐다.그 순간부터 배도현은 미친 듯이 집착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날 밤 광란의 질주 끝에 교통사고가 났을 때 그는 송유진에게 전화를 걸어서 비굴하게 말했다.“유진아... 나 다쳤어. 한 번만 와주면 안 돼?”애원하는 듯한 목소리. 간절한 기다림.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한 남자의 차가운 웃음이었다.“배도현, 이제 와서 꼬리를 흔들며 애원하는 거야? 설마 이번엔 네가 ‘충성스러운 개’가 되고 싶은 거야?”...한재혁은 업계에서 악명 높은 망나니였다.무서울 것 없고 거칠 것이 없는 철없는 금수저.그러나 열여덟 살 되던 해 그는 외할머니댁으로 보내졌다. 성질 좀 죽이고 사람 되라는 가족의 강제 조치였다.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자신보다 세 살 어린 소녀 송유진을 만났다.그때부터였다. 반항기 가득했던 소년은 한순간에 다정한 ‘옆집 오빠’가 되었다.한재혁은 매일 송유진의 곁을 지키며 꼼꼼하게 숙제를 봐주면서 잔소리했고 그러다 어느새 그녀를 중심으로 하루가 돌아가고 있었다.친구들은 그런 한재혁을 놀렸다.“야, 너 이제 착한 모범생이라도 되려는 거야?”그는 곁눈질로 조용히 문제를 풀고 있는 소녀를 보고 친구에게 단호하게 말했다.“닥쳐, 네가 뭘 알아?”그리고 몇 년 후 대학교 2학년.송유진이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조금은 수줍은 목소리로 그에게 고백했다.“재혁 오빠, 나 좀만 기다려 줄래요? 나도 곧 어른이 될 거예요.”그녀의 솔직하고 뜨거운 감정에 한재혁은 마음이 흔들렸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마주한 순간 그는 깨달았다.시간이 지나 오랜만에 송유진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도 그는 여전히 그녀에게 마음이 기울고 만다는 것을.
악녀의 훈련 일지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소설 속에 들어가 흑막의 악랄한 양누나가 되어버리면 어떡하냐고?그런 상황이 와도 백연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세상에는 그녀가 못 꼬실 남자는 없었고 오직 길들이지 못한 개만 있을 뿐이었으니까.처음에 상황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였다.흑막 같은 동생은 백연을 볼 때마다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다고 했고, 소설 속 여자주인공의 서브 남자주인공은 백연에게 허영에 눈먼 여자를 증오한다고 말했다. 물론 남자주인공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역시 그녀에게 잔꾀 부릴 필요 없으니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식으로 말했다.그런데 나중에는 그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게 되는데...백연은 어리석고 악랄하며 이기적인 인물이었지만 그들은 전부 백연이 그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데...목 비틀고 싶다던 흑막 같은 동생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분명 우리가 먼저 친해졌는데, 왜 내가 서브로 밀려난 거냐고...”서브병만 유발하던 서브 남자주인공은 백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그 사람과 파혼하고 나랑 결혼해. 나도 너 먹여 살릴 수 있어.”거기다가 남자주인공이라는 작자는 한밤중에 술에 잔뜩 취해 찾아와 소리쳤다.“하, 나만 사랑한다며!”...책 속의 진짜 여자주인공이 드디어 귀국했는데 자신을 사랑해야 할 남자들이 전부 딴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긴 걸 발견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아, 미안. 너만 졸졸 따라다니던 남자들 말이야... 전부 나한테 푹 빠진 것 같아.”
사라진 시간 속에서
송지안은 자기 아들에게 직접 신장이식 수술을 진행하려 하고 있었다.이번 수술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 신장은 바로 그녀 자신의 몸에서 이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직접 아들의 수술을 집도해야 했다. 24시간에 걸친 긴 수술 끝에 수술실의 불이 마침내 꺼졌고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그녀는 옆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 임우진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려던 찰나 문틈 사이로 남자가 자신의 인턴 의사와 다정하게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우진 오빠, 이번 수술 무슨 일 생기진 않겠죠? 만약 우리 아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죠? 내가 대신 신장을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적어도 우리 아이의 목숨이 남의 손에 달려 있지는 않잖아요.”우리 아들이라는 말에 송지안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그녀가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 따지려는 순간 남자가 강아름을 다정하게 품에 안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송지안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로 아이가 하나 생겼다고 믿고 있어. 그 애는 전혀 의심하지 않아. 늘 도현이를 자신의 친아들로 여겨왔으니까. 이번 수술도 최선을 다할 거야. 게다가 예전에 네가 날 구하려다 신장 하나를 잃었잖아.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송지안과 결혼한 거니까 이제 우리 아이를 위해 신장을 되돌려주는 거야. 이건 공평하잖아.”
죽어줘서 고마워
5년간의 연애와 3년간의 결혼생활, 송서아는 박유준과 그렇게 백년해로할 줄 알았다.심지어 남편 박유준의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들었을 때도 함께 죽으리라 마음먹었다. 생과 사는 결코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을 거라 믿었으니까.하지만 박유준은 죽지 않았다. 그는 단지 다른 이의 남편이 되어 있었을 뿐.송서아는 깊은 슬픔을 떨쳐내고 이토록 황당한 쇼를 직접 끝냈다. 그리고 가문의 뜻에 따라 정략결혼을 받아들였다.경원에서 명성이 자자한 김씨 일가, 이 집안 장남이 이혼녀와 결혼한다는 소식은 상류층에 소문이 쫙 깔렸다.송서아 본인마저도 김원우가 딱한 사정이 있어서 서둘러 자신과 결혼하는 거로 여겼다.김씨 일가는 그녀에게 원하는 걸 주었고 그녀 또한 김원우의 체면을 살려줘야만 했다.사리 밝은 송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이를 원한다면 우리 함께 입양해요. 내가 잠시 숨어지낸 뒤에 우리 아이라고 외부에 알리면 되죠.”별안간 김원우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너야말로 원하면 얘기해. 굳이 이렇게 돌려 말하지 말고.”김원우의 친구들은 그가 왜 멀쩡한 부잣집 도련님 생활을 뿌리치고 송서아의 꽁무니나 쫓아다니냐고 쉬쉬거렸다.다만 김원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쫓아다니는 게 뭐? 결국 다 내 것이 될 텐데!”다들 그가 달갑게 송서아의 껌딱지가 되어준다고 비웃었지만 정작 그들은 알지 못했다. 짝사랑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옆자리를 차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달콤한 함정
“서예은? 질린 지가 언젠데.” 주현진은 비웃음이 담긴 눈빛으로 술잔을 흔들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말했다. “지안이처럼 애교 많은 여자가 진짜 여자지. 서예은은...” 구석진 곳, 유리잔 하나가 남자의 손바닥 안에서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 서예은은 연애 3주년 기념 케이크를 꽉 움켜쥔 채, 그의 선명한 손가락 마디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은하 그룹 대표 박시우는 천천히 손가락의 피를 닦아내며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서예은 씨, 나랑 결혼할래요?” ... 경성이 발칵 뒤집혔다. 모두는 그저 하찮은 디자이너가 재벌에게 매달린 줄 알았지만, 사실 이 결혼은 그가 5년 전부터 꾸민 함정이었다. 박시우의 프라이빗 갤러리에는 그녀의 옆모습이 천여 점이 걸려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비 오는 골목에서 고양이를 돌보던 모습부터 패리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보석을 정리하던 순간까지. 깊은 밤, 그는 담배를 물고 폭우 속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주현진의 CCTV 영상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자기 아내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 ... 훗날, 한 경제 기자는 냉혈한으로 소문난 박 대표가 아내 앞에 무릎 꿇고 떨리는 손으로 임신 진단서를 들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반면 서예은은 결혼반지를 흔들며 가볍게 웃었다. “박시우 씨, 놀랍죠?” 순간, 냉혈한으로 소문났던 남자는 눈가가 붉게 달아오르더니 그녀의 약지에 난 오래된 반지 흔적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예은아, 네가 스물두 살이었던 그 해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 “무... 무슨 말이요?” “케이크가 너무 달콤했어.” 박시우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를 다시금 품에 안는 방법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에게 버림받고 이윽고 커서는 재벌가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여자, 난청이라는 하자가 있는 여자, 그게 바로 채시아였다. 결혼한 지도 어언 3년이지만 그녀의 남편은 단 한 순간도 그녀를 아내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남편의 친구들은 그녀를 ‘귀머거리’라 부르며 조롱했고 남편의 어머니는 “장애를 가졌으면 얌전히 집에나 있어!”라며 그녀에게 모욕감을 안겨주었다. 심지어 그 와중에 남편의 첫사랑까지 나타나 그녀를 몰아세웠다. “오빠가 사랑한다는 말 한번도 안 해줬죠? 나한테는 질리도록 해줬는데. 그때는 그게 어찌나 유치하고 또 오글거리던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나도 오빠를 사랑했다는 걸. 그래서 오빠를 돌려받으러 왔어요. 채시아 씨한테서.” 채시아는 묵묵히 그 말을 들으며 남편과 함께했던 지난 3년을 돌이켜보았다. 그러고는 그제야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려 12년이나 남편을 사랑했지만 그녀의 사랑은 그저 한낱 보잘것없은 감정에 불과했다. 그걸 깨달은 순간 채시아는 마음을 굳혔다. “성빈 씨, 그간 나랑 사느라 고생 많았어요. 우리 이만 이혼해요.” 하지만 순순히 허락할 줄 알았던 남편이 대뜸 화를 내며 그녀를 집에 가둬버렸다. “누구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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