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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은 계모 딸
서고은은 업계에서 소문난 매혹적인 아가씨였다. 그녀의 살짝 올라간 붉은 입술과 눈꼬리는 사람을 홀릴 듯 아름다웠다. 이시현은 재벌가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상속자로 차갑고 고고했으며 금욕적이고 절제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극과 극인 두 사람이 깊은 밤 마이바흐 뒷좌석에서 서로를 놓지 못한 채 얽히고, 자선 파티의 화장실에서 미친 듯이 탐하며, 개인 와인 창고의 통유리 앞에서 그가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고 박아댄 끝에 다리가 풀려버리는 순간들을 아무도 몰랐다. 또 한 번의 이성을 놓아버린 채 빠져든 밤이 지나간 뒤, 욕실에서는 빗물이 흐르는 듯한 샤워 소리가 들렸다. 서고은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아버지 서동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주도에 있다는 죽을 날 앞둔 재벌가 도련님이 액운을 막아주는 신부를 급하게 찾는다면서요. 내가 시집갈게요.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전화기 너머로 서동수는 억누르지 못한 기쁨이 가득했다. “말만 해! 네가 시집만 가준다면 아버지가 뭐든지 다 들어줄게!” “집에 가서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지만,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전화를 끊고 일어나 옷을 입으려던 순간, 시야 한쪽에 이시현이 옆에 두고 간 노트북 화면이 들어왔다. 카톡 대화창이 환히 켜져 있었고, 마지막 메시지는 ‘단비’라는 여자에게서 온 것이었다. [시현 오빠, 번개 쳐서 너무 무서워요...] 서고은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그때 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고, 이시현이 걸어 나왔다. 물방울이 그의 쇄골을 따라 흘러내렸고, 셔츠는 자연스럽게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어 금욕적인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게 나른한 분위기를 풍겼다. “회사에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 외투를 집어 들며 여전히 냉정한 목소리로 이시현이 말했다. 서고은은 붉은 입술을 가볍게 올리며 대답했다. “회사 일 맞아? 아니면 네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거야?”
남편의 첫사랑이 나였다니
[선 고구마, 후 사이다] 결혼한 3년 동안, 박재현은 고성은과 한 달에 2번만 만나서 부부로서의 의무를 이행했다. 그는 그녀에게 무심하고도 무지했다. 그렇게 3년의 계약이 끝나고, 그는 부리나케 첫사랑을 만나러 가려고 했다. 고서은 또한 쿨하게 뒤돌아섰다. “박재현, 우리 이혼하자.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에게는 더 이상 어떠한 기대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가정을 포기한 채 일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직장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고성은의 곁에는 더 이상 박재현의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재능에 한 번, 또 한 번 굴복하기 시작했다. 박재현은 점점 더 그녀에게로 이끌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완전히 떠난 다음이었다. 그제야 과거의 진실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는 그녀를 두 번이나 잊었다. 그녀가 오직 그를 지켜주기 위해 익숙한 곳을 떠나 와줬는데도, 그녀가 원하는 건 오직 은혜를 갚는 것뿐인데도 몰라줬다. 후회가 치밀었지만, 고성은은 이미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라가 있었다. 포기하지 않으려고 해도 돌아오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사모님 노릇에는 관심이 없으시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박재현이 그녀를 쫓아다닐 차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후의 수를 꺼낼 수밖에 없다.
너를 다시금 품에 안는 방법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에게 버림받고 이윽고 커서는 재벌가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여자, 난청이라는 하자가 있는 여자, 그게 바로 채시아였다. 결혼한 지도 어언 3년이지만 그녀의 남편은 단 한 순간도 그녀를 아내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남편의 친구들은 그녀를 ‘귀머거리’라 부르며 조롱했고 남편의 어머니는 “장애를 가졌으면 얌전히 집에나 있어!”라며 그녀에게 모욕감을 안겨주었다. 심지어 그 와중에 남편의 첫사랑까지 나타나 그녀를 몰아세웠다. “오빠가 사랑한다는 말 한번도 안 해줬죠? 나한테는 질리도록 해줬는데. 그때는 그게 어찌나 유치하고 또 오글거리던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나도 오빠를 사랑했다는 걸. 그래서 오빠를 돌려받으러 왔어요. 채시아 씨한테서.” 채시아는 묵묵히 그 말을 들으며 남편과 함께했던 지난 3년을 돌이켜보았다. 그러고는 그제야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려 12년이나 남편을 사랑했지만 그녀의 사랑은 그저 한낱 보잘것없은 감정에 불과했다. 그걸 깨달은 순간 채시아는 마음을 굳혔다. “성빈 씨, 그간 나랑 사느라 고생 많았어요. 우리 이만 이혼해요.” 하지만 순순히 허락할 줄 알았던 남편이 대뜸 화를 내며 그녀를 집에 가둬버렸다. “누구 마음대로?!”
나를 사랑하는 내 남편의 친구
송가빈과 박동진은 무려 15년이나 함께 했다. 풋풋했던 학창 시절도 함께 했고 사회인이 돼서도 늘 함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평생을 약속한 부부가 되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박동진처럼 다정한 남자가 또 없다고, 그녀는 복 받은 거라고. 모두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하나같이 입을 모아 박동진은 최고의 남자라고 했다. 그러나 송가빈은 알고 있었다.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또한, 그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것도 말이다. 그의 외도를 알게 된 송가빈은 망설임 없이 이혼할 것을 요구했다. “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띄지 마.” 한편, 그런 그녀의 행동을 쭉 지켜보던 남자가 있었으니... ... 정찬수는 무려 15년이나 송가빈을 몰래 좋아하고 있었다. 송가빈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얼굴로 그의 절친한 친구와 연애하고 있었을 때, 그는 주먹을 꽉 말아쥐며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박동진과 송가빈의 신혼 첫날밤, 정찬수는 두 사람의 집 앞에 서서 꺼지지 않는 안방의 불을 밤새 무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손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그걸 본 도우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세상에! 도련님,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정찬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소파로 가 털썩 앉았다. 손에 새겨진 상처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그가 직접 담뱃불로 지져버린 것이었다. 정찬수는 그날 미동도 없이 소파에만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위험한 눈빛을 뿜어냈다. “결혼했다고 해도 상관없어. 뺏어오면 돼. 송가빈은 내 거야. 살아서도 내 옆에만 있어야 하고 죽을 때도 나랑 같이 묻혀야 해.”
이번 생엔 만나지 말자
송여진과 주지한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지만 평생 서로를 원망했다.송여진은 주지한이 평생 사랑하겠노라 맹세해 놓고 기억을 잃은 뒤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걸 원망했고 주지한은 송여진이 함부로 기억을 잃은 그를 집으로 데려오는 바람에 사랑하는 여자가 뱃속에 아이를 가진 채로 바다에 투신한 걸 원망했다.결혼한 첫해, 주지한은 공개적으로 송여진의 은밀한 사진을 경매했고 송여진은 그런 주지한의 뚝배기를 깼다.결혼한 이듬해, 주지한이 밖에서 모델들과 파티를 열면 송여진은 주지한이 소장한 몇십억짜리 예술품에 불을 질렀다.결혼한 지 3년째 되던 해, 주지한이 경매에서 끝물에 올려붙이면 송여진은 주지한과의 몇백억짜리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으로 저항했다.원망이 극에 달했을 때 그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제일 잔인한 말로 상대에게 곱게 죽지는 못할 거라고 저주를 퍼부었다.그러다 결혼한 지 5년째 되던 해 주지한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송여진이 만성 백혈병 말기에 걸린 것이다.숨을 거두기 전 주지한은 송여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지니야, 이번 생에 네게 해야 할 책임은 다한 것 같다. 불쌍한 건 유진밖에 없어.”“다음 생이 있다면...”
전처의 놀이감이 된 신부
나는 내 남편 한서준에게 세상 끝까지 증오하는 전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한서준은 예전에 이렇게 말했다. “정씨 가문이 내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어. 나는 정초아를 차라리 죽는 것만도 못하게 만들 거야.” 첫째 날, 한서준은 정초아가 타 온 커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온갖 트집을 다 잡았다. 다시 타 오라고 열 번 넘게 시켰고, 정초아는 뜨거운 커피를 들고 들락거리다가 결국 손등이 데여 물집이 잔뜩 올라왔다. 그제야 한서준은 겨우 그만하라고 했다. 둘째 날, 부서 회의 자리에서 한서준은 정초아가 밤새 준비한 기획안을 사람들 앞에서 한심할 정도로 깎아내렸다. 회의실 가득 퍼진 웅성거림 속에서 정초아의 얼굴은 점점 새하얗게 질려 갔다. 셋째 날, 한서준은 가장 까다롭고 고객도 제일 악명 높은 남성 프로젝트를 정초아에게 떠넘겼다. 안진성 대표가 어떤 인간인지 뻔히 알면서도 정초아에게 사흘 내내 술자리에 나가 접대를 하라고 밀어붙였다. 정초아가 일곱 번째로 커피를 들고 그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나는 결국 더는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무심한 척 책상 옆을 지나가다가 슬쩍 한서준의 소매를 붙들었다. “당신은 정초아한테... 정말 복수만 하려는 거야?”
순정은 순정을 낳고
재벌가 딸이자 천재 소녀인 서규영은 가난한 고태빈을 7년 동안 쫓아다녔다. 그러다 그와 결혼한 지 3년 만에야 비로소 고태빈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태빈이 서규영과 결혼한 이유는 그녀의 돈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해외로 유학 보내기 위해서였다.그리고 그 여자는 귀국하여 출산한 뒤 한 달에 8천만 원이 드는 산후조리원에서 지냈다.고태빈이 말했다.“해은이 출산한 지 얼마 안 돼서 몸이 많이 약하니까 네가 음식 좀 신경 써서 만들어 줘.”시어머니가 말했다.“내 아들처럼 훌륭한 남자 곁에는 여자가 많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고태빈의 동생이 말했다.“그동안 아이 하나 낳지 못했잖아요. 우리 오빠랑 결혼했으면 고마운 줄 알고 우리 가족한테 잘해야죠.”온 가족이 그녀에게 불륜녀의 산후조리를 도우라고 하자 서규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런데 서규영이 전남편의 가족들을 상대할 때마다 누군가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도와줬다.그 사람은 모두에게 존경받는, 한때 그녀와 앙숙이었던 박시형이었다.“왜 날 돕는 거야? 목적이 뭐야?”박시형은 두 눈이 빨개진 채 서규영을 붙잡고 말했다.“서규영, 난 널 10년 동안 짝사랑했어. 지난 10년 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남자의 외도를 알게 된 원유희. 밀려오는 배신감에 정신없이 술을 마시다 다음날 낯선 남자와 호텔 스위트룸에서 눈을 뜨게 되는데…… 놀란 원유희는 남자의 얼굴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줄행랑을 치게 된다. *2년 후, 원유희는 고모의 부탁으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고, 고모가 주최한 파티에서 고모의 양아들을 만나게 된다. 근데 그의 얼굴이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가 않다.‘설마 그때 그 남자가 김신걸?’제성 바닥에서 재력이면 재력, 인물이면 인물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김신걸은 어딜 가나 화제의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만인의 사랑을 받은 그는 만사에 냉정하고 사랑을 줘본 적이 없는 남자다.*어느 날 김신걸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파에 곱게 머리를 땋은 여자 아이가 앉아있었다.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아이를 한참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어디서 본 얼굴인데…… 내가 아는 여자랑 똑같이 생겼어.”여자 아이의 반짝거리는 눈동자와 가지런한 눈썹은 김신걸의 시선을 앗아갔다.“그래요? 나랑 우리 오빠들도 똑같이 생겼는데!”때마침 TV에서 김신걸이 방송국 기자와 인터뷰했던 장면이 나왔다.“김 선생님, 당신은 돈, 외모, 권력 모든 것을 가졌잖아요. 다음 생에 딱 하나만 가지고 태어나야 한다면 뭘 가지고 싶나요?”“다 필요 없고, 번식력.”
백 번의 청혼
윤이슬은 서울 상류사회에서 가장 고고하고 차가운 매력을 가진 인물로 통했다. 수많은 재벌 2세들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했으나 결국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기억을 잃은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강원도 대관령의 양떼목장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던, 이름이 혁이라는 남자였다. 키는 훤칠했고 얼굴은 한눈에 시선이 멈출 만큼 잘생겼다. 말수는 적지만 마음만큼은 뜨겁게 그녀 곁을 지켰다. 평생 결혼에 뜻이 없던 윤이슬조차도 그가 99번이나 청혼을 반복하자, 결국 마음의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서울로 돌아와 혼인신고를 하려던 날, 혁이는 문득 집안의 오래된 규칙이 떠올랐다. 그날의 운세 풀이에서 길운이 떠야만 혼인이 성립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그가 99번이나 운세를 보았음에도 결과는 단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 모두 액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윤이슬이 임신했을 때, 100번째 운세를 봤는데 그마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또다시 액운이었다. 윤이슬의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혁이는 눈가를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액운이라는 결과 따위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반드시 윤이슬, 아이와 함께 가정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혼인신고를 하러 가던 길, 누군가 뒤에서 고의로 차를 들이박았다. 혁이는 충돌 직후 범인의 공격에 쓰러졌고 윤이슬은 잔혹한 납치범들에게 끌려갔다.
꿈에서 깰 시간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하자던 소꿉친구는 졸업식 날, 내가 아닌 내 동생 강소원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그리고 유명한 서울시 재벌였던 이도현은 대뜸 나에게 다가와 평생을 함께 살자며 고백했다.이도현과 결혼한 지 5년, 그는 나를 무척 아껴주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사랑을 속삭였다.하지만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나는 그와 친구의 대화 내용을 우연히 들어버렸고 그날, 내 세상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너 대체 언제까지 지유 옆에 있을 생각이야? 처음부터 소원이 때문에 접근한 거잖아.”“이제는 곁에 있는 게 누구든 상관없어졌어. 그리고 내가 강지유 곁에 있어야 소원이가 행복해져. 적어도 내가 곁에 있는 한 지유가 소원이의 결혼생활을 방해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이도현이 늘 손에 들고 다니던 일기장의 마지막 장에는 강소원의 이름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소원이가 늘 행복하길.][소원이가 하는 일에 세상 모든 행운이 함께하길][이번 생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다음 생에는 반드시 너의 남자가 되어 당당히 지켜줄게.]행복했던 5년의 나날이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이도현의 배신을 알게 된 나는 가짜 신분을 만들고 죽음을 계획했다.이도현, 너와는 오늘로써 끝이야.
부서진 약속
99번째로 서울의 신흥 권력자가 벌인 정사의 뒤처리를 하던 때에 백하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장 의사 신분으로 다시 복귀할래요. 만약 죽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을 거고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옅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때 네가 선호 치료비 마련하려고 그 생지옥에 갔던 거 알지? 그러다 목숨 잃을 뻔도 했잖아. 선호랑 다시 만난 지 이제 1년도 안 됐는데... 정말 후회 안 해?” 백하임은 거울 속에 비친 뼈만 남은 듯 초췌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어린 동생을 홀로 키워냈다. 졸업 후에는 서울 최고의 병원에서 일할 수도 있었지만 백하임이 선택한 건 전쟁터였다. 총알이 허벅지를 관통해도, 폭발로 인해 팔 하나를 잃어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후회 안 해요. 열흘 뒤에 차 한 대만 보내줘요.” 전화를 끊은 백하임은 의수로 바닥에 흩어진 콘돔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지난 반 년 동안 고선호는 매일 밤, 다른 여자를 데려와 문밖에서도 생생히 들릴 만큼 그들의 신음을 흘려보냈다. 매번 끝나면 백하임에게 뒷정리를 시켰고 심지어 사랑을 나눈 상대에게 임신이 쉽게 되도록 도움을 주는 약까지 직접 처방하게 했다. 이 모든 건 다 전에 그녀가 고선호를 배신했던 일 때문이다. 즉, 아직 그는 그 일을 잊지 못해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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