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18살의 여름날, 첫사랑이 전화 와서 성신우한테 고백하라고 했다. 그는 장미꽃을 들고 현장에 갔는데, 알고 보니 그건 진실 진실 or 모험 게임의 내기였다.성신우는 자기의 청춘이 그날 죽었다고 생각했다.36살의 겨울, 사고로 성신우는 정말 죽었다. 자기가 첫사랑한테 낭비했던 7년이 너무 원통스러웠다.그는 다시 태어났고 18살의 여름으로 돌아갔다.이번 생엔 찌질이로 살지 않고 자신을 되찾은 성신우,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 여자를 만났다.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이 점점 짙어질 때쯤, 첫사랑이 또 쫓아왔다."신우야, 왜 나 대꾸 안 해줘?'"신우야, 우리 전으로 돌아가면 안 돼?""신우야, 우우우, 내가 잘못했어, 난 너 좋아해..."성신우는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말했다."내가 너 쫓아다닐 때는 그렇게 무시하더니, 내가 안 좋아한다는데 왜 울어?"좋은 여자 여백연이 말했다."성신우, 네가 있는 곳이면 바람까지 따뜻한 것 같아." 



































“서예은? 질린 지가 언젠데.”
주현진은 비웃음이 담긴 눈빛으로 술잔을 흔들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말했다.
“지안이처럼 애교 많은 여자가 진짜 여자지. 서예은은...”
구석진 곳, 유리잔 하나가 남자의 손바닥 안에서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
서예은은 연애 3주년 기념 케이크를 꽉 움켜쥔 채, 그의 선명한 손가락 마디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은하 그룹 대표 박시우는 천천히 손가락의 피를 닦아내며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서예은 씨, 나랑 결혼할래요?”
...
경성이 발칵 뒤집혔다.
모두는 그저 하찮은 디자이너가 재벌에게 매달린 줄 알았지만, 사실 이 결혼은 그가 5년 전부터 꾸민 함정이었다.
박시우의 프라이빗 갤러리에는 그녀의 옆모습이 천여 점이 걸려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비 오는 골목에서 고양이를 돌보던 모습부터 패리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보석을 정리하던 순간까지.
깊은 밤, 그는 담배를 물고 폭우 속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주현진의 CCTV 영상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자기 아내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
...
훗날, 한 경제 기자는 냉혈한으로 소문난 박 대표가 아내 앞에 무릎 꿇고 떨리는 손으로 임신 진단서를 들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반면 서예은은 결혼반지를 흔들며 가볍게 웃었다.
“박시우 씨, 놀랍죠?”
순간, 냉혈한으로 소문났던 남자는 눈가가 붉게 달아오르더니 그녀의 약지에 난 오래된 반지 흔적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예은아, 네가 스물두 살이었던 그 해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
“무... 무슨 말이요?”
“케이크가 너무 달콤했어.”
박시우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전생, 강다인은 오빠들에게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오빠들은 그녀의 재력으로 그녀의 자존심을 짓밟고 가짜 동생 김지우에게만 지극정성이었다. 친동생 강다인은 결국 집 밖으로 쫓겨나 객사하는 운명에 이른다.
환생 후, 강다인은 딱 한 가지 원칙만 따르기로 한다.
“이타적인 마음을 거두고, 쉽게 용서하지도 화해하지도 않는다. 나는 이기적이더라도 혼자 멋지게 살 것이다.”
오빠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왜 내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지지? 아, 다인이가 약을 안 줬구나.’
‘왜 시스템에 자꾸 문제가 생기지? 아, 다인이가 복구하지 않았구나.’
‘왜 신약 개발 속도가 이렇게 느리지? 아, 다인이가 실험을 도와주지 않았구나.’
‘왜 대본 수준이 이 따위지? 아, 다인이가 신작을 쓰지 않았구나.’
‘왜 요즘 경기에서 자꾸만 지는 거지? 아, 다인이가 은퇴했구나.’
오빠들은 그녀의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다인아, 제발 돌아와. 우리는 가족이잖아.”
강다인은 차갑게 웃었다.
“사고는 난 다음에 문제를 발견하고, 주식도 오른 다음에 사야 했다고 후회하지. 이제야 잘못을 알았다고 해서 내가 용서할 줄 알았어? 절대 안 해!” 

5년 전, 안신혜는 사랑했던 남자와 의붓언니의 배신으로 모든 걸 잃었다.
얼굴은 망가지고, 거리로 내몰린 끝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뱃속 아이마저 하늘로 보냈다.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확신한 그 날, 피로 물든 텅 빈 병실을 본 강준혁은 미친 듯이 해성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5년 후, 새로운 모습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안신혜.
복수를 시작하려던 순간, 한 부녀에게 그만 다리를 붙잡히고 마는데...
꼬마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그녀를 끌어안았다.
“엄마, 이제 아름이 필요 없는 거예요?”
해성의 최고 권력자, 강준혁이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당겼다.
“자기야, 나도 버릴 거야?”
안신혜는 어리둥절했다.
“네? 그나저나 두 분... 누구시죠?”
그리고 강씨 가문의 정식 며느리로서 강준혁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다.
복수는 통쾌하게, 사랑은 뜨겁게!
“죽은 자를 대신해서 결혼했다더니, 정말 뻔뻔하네.”
수군거리는 사람들 앞에 두 아이가 당당히 외친다.
“이분은 우리 엄마예요. 친엄마!”
강준혁도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며 단호하게 덧붙였다.
“이 여자는 내 아내야. 찐 와이프!”
온 해성이 그녀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경성 재계의 최고 권력 가문의 후계자인 고인성은 여자를 곁에 두지 않는 금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손목에는 검은 염주를 차고 다니며, 당장이라도 세속을 떠나 출가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친구들이 화려한 밤 문화를 즐기며 흥청망청할 때도 그는 늘 한결같았다.
“난 흥미 없어. 이해는 안 되지만, 존중할게.”
하지만 고인성도 결국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할아버지 고성진의 결혼 압박에 질려버린 그는 마침내 폭탄선언을 했다.
“저 결혼 안 해요. 차라리 출가하겠습니다.”
그제야 고성진의 얼굴에 진짜 위기감이 스쳤다.
한편, 진짜 딸의 대타로 살아왔던 송유리는 송씨 가문이 진짜 딸을 찾으면서 집에서 쫓겨났다. 부모도, 기댈 곳도 없는 그녀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비웃음까지 샀다.
손에 쥔 것 하나 없는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서빙 아르바이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술집에서 서빙을 하던 송유리는 실수로 잘못 들어간 방에서 마침 고인성을 마주쳤다.
“너... 네 몸에서 나는 이 향기는 뭐야? 최면이라도 걸려고? 그런 거라면 성공했어.”
그날 이후, 고인성은 ‘송유리’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독에 중독된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그가 그녀에게 보이는 극진한 다정함은 마치 영혼이라도 내어줄 것 같았고, 그녀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었다.
예전에는 모두가 퇴근해도 혼자 남아 밤늦게까지 일하던 고인성이었지만, 지금은 사무실에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간에 퇴근 준비를 마치는 게 일상이었다.
“효율적으로 일하죠? 퇴근할 시간이 됐으면 다들 퇴근해야죠. 아내가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갑니다.”
'도대체 누가 누굴 기다리는 건지... 참...'
사무실에 남은 직원들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들은 여전히 일에 치여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정작 고인성은 사랑에 빠진 ‘순정남’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