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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달콤한 함정
“서예은? 질린 지가 언젠데.” 주현진은 비웃음이 담긴 눈빛으로 술잔을 흔들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말했다. “지안이처럼 애교 많은 여자가 진짜 여자지. 서예은은...” 구석진 곳, 유리잔 하나가 남자의 손바닥 안에서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 서예은은 연애 3주년 기념 케이크를 꽉 움켜쥔 채, 그의 선명한 손가락 마디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은하 그룹 대표 박시우는 천천히 손가락의 피를 닦아내며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서예은 씨, 나랑 결혼할래요?” ... 경성이 발칵 뒤집혔다. 모두는 그저 하찮은 디자이너가 재벌에게 매달린 줄 알았지만, 사실 이 결혼은 그가 5년 전부터 꾸민 함정이었다. 박시우의 프라이빗 갤러리에는 그녀의 옆모습이 천여 점이 걸려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비 오는 골목에서 고양이를 돌보던 모습부터 패리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보석을 정리하던 순간까지. 깊은 밤, 그는 담배를 물고 폭우 속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주현진의 CCTV 영상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자기 아내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 ... 훗날, 한 경제 기자는 냉혈한으로 소문난 박 대표가 아내 앞에 무릎 꿇고 떨리는 손으로 임신 진단서를 들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반면 서예은은 결혼반지를 흔들며 가볍게 웃었다. “박시우 씨, 놀랍죠?” 순간, 냉혈한으로 소문났던 남자는 눈가가 붉게 달아오르더니 그녀의 약지에 난 오래된 반지 흔적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예은아, 네가 스물두 살이었던 그 해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 “무... 무슨 말이요?” “케이크가 너무 달콤했어.” 박시우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못난이 연애법칙
심윤서는 어릴 때부터 예쁜 얼굴로 인해 수많은 이성의 관심을 받았다. 열여덟 살 대학에 입학하는 해에 평소 순종적이던 그녀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찾아가 일부러 추하게 보이는 화장을 하고 심씨 가문의 딸이라는 신분까지 숨긴 채 홀로 부산의 천경대학교에 입학한 것이었다. 대학 생활 2년 동안 심윤서는 더 이상 남자들의 시선을 끌지 않았고 조용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룸메이트와 바에 갔다가 우연히 부산에서 이름난 부잣집 도련님으로 제멋대로이고 거침없기로 유명한 전우빈을 만나게 되었다. 전우빈은 2년 전 갑자기 천경대에 건물 한 채를 기부하고 대학원에 들어와 공부를 시작했고 평소 수업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고 가끔 슈퍼카를 타고 캠퍼스를 누비며 소란을 일으키곤 했다. 바에서 전우빈이 자신을 구해준 후 심윤서는 전우빈에게 완전히 빠져버렸음을 깨달았고 발렌타인데이 때 심윤서는 용기를 내어 전우빈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평범하고 재미없는 자신이 거절당할 거로 생각했지만 그녀는 최소한 마음을 전해보고 싶었다. 결국 전우빈은 심윤서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심윤서는 전우빈이 사랑하는 사람은 강하연임을 알게 되었고 결국 자신은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서진 약속
99번째로 서울의 신흥 권력자가 벌인 정사의 뒤처리를 하던 때에 백하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장 의사 신분으로 다시 복귀할래요. 만약 죽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을 거고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옅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때 네가 선호 치료비 마련하려고 그 생지옥에 갔던 거 알지? 그러다 목숨 잃을 뻔도 했잖아. 선호랑 다시 만난 지 이제 1년도 안 됐는데... 정말 후회 안 해?” 백하임은 거울 속에 비친 뼈만 남은 듯 초췌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어린 동생을 홀로 키워냈다. 졸업 후에는 서울 최고의 병원에서 일할 수도 있었지만 백하임이 선택한 건 전쟁터였다. 총알이 허벅지를 관통해도, 폭발로 인해 팔 하나를 잃어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후회 안 해요. 열흘 뒤에 차 한 대만 보내줘요.” 전화를 끊은 백하임은 의수로 바닥에 흩어진 콘돔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지난 반 년 동안 고선호는 매일 밤, 다른 여자를 데려와 문밖에서도 생생히 들릴 만큼 그들의 신음을 흘려보냈다. 매번 끝나면 백하임에게 뒷정리를 시켰고 심지어 사랑을 나눈 상대에게 임신이 쉽게 되도록 도움을 주는 약까지 직접 처방하게 했다. 이 모든 건 다 전에 그녀가 고선호를 배신했던 일 때문이다. 즉, 아직 그는 그 일을 잊지 못해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는 것이다.
재벌딸의 인턴생활
회사 단체 채팅방에서 행정 팀장이 갑자기 시비를 걸었다. [방금 어떤 인턴이 옷매무새도 제대로 못 한 채 대표님 사무실에서 나오는 걸 봤어요. 입술도 다 번졌던데요? 참 열심히 사네요!] 채팅방은 순식간에 다들 그 인턴이 어느 부서인지 추측하느라 난리법석을 떠는 메시지들로 도배가 됐다. 상대방은 곧바로 비아냥을 이어 갔다. [요즘 MZ세대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이런 암묵적인 관행까지 받아들이네. 진짜 도가 지나쳐.] [우리는 죽어라 기획안 만들고 있는데 누구는 다리만 벌리고 입만 놀리면 쉽게 오퍼를 받는 꼴이라니!] [병 걸릴까 봐 무섭지도 않나 봐? 저런 능력 없는 낙하산 대표한테도 몸을 팔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뻔뻔해서 내가 다 역겨워. 대표님은 막 약혼하셨는데 너는 그걸 알면서도 끼어든 방해꾼이야!”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답장했다. [사정도 모르면서 함부로 떠들지 말고, 발언 자제하세요.] 그러자 다음 순간, 그녀가 곧장 나를 멘션 했다. [내 말에 양심이 찔렸니? 감히 말대꾸까지 해? 네가 바닥에 무릎 꿇은 사진이라도 뿌려야겠어? 천박한 년!] 나는 멍해졌다. ‘나는 친아빠 사무실에서 바닥에 떨어진 콘택트렌즈를 찾아주고 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이게 암묵적인 관행을 받아들인 게 된 거지?’
초고속 결혼으로 몸값 억대 사모님?!
중병에 걸린 엄마 때문에 돈이 급했던 신이서는 남자 친구에게 돈을 빌리려고 했으나, 남자 친구가 엄마의 죽음을 바라며 유산까지 나눌 생각을 한다는 걸 알게 된다.신이서는 단호하게 헤어짐을 결심하고, 나이 차이에 구애받지 않고 우정을 맺은 친구의 아들과 결혼에 골인한다.신이서는 초고속으로 결혼한 남편이 그저 매일 업무가 바쁜 프로그래머에 냉담한 성격을 지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은 점점 더 신이서를 의지하게 되었다.중요한 회의마다 프로그래머 남편의 모습이 보이자 신이서는 의문이 들었다.요즘 프로그래머들은 이런 일도 하는 건가?그러다 서울에서 개최하는 중요한 상업 회의에서, 모두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몸값이 수천억에 달한다는 대표님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신이서는 그 대표님이 자신의 남편과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챘다!다른 여자의 호감 표시에도 대표님은 카메라 앞에서 결혼반지를 보이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유부남입니다."신이서가 그 사람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훑어보자, 바로 자신이 선물한 바로 그 반지였다.감히 신분을 숨기다니! 오늘 밤 대표님은... 크게 혼날 게 분명했다!
처음처럼 사랑하라
“온서빈 씨, 온라인 면접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계약서는 메일로 보내드렸고 보름 안에 런던으로 오셔야 하는데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전화기 반대편에서 바다 건너 멀리 있는 남자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자 온서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번에 동의했다.“문제없습니다. 제시간에 갈게요.”전화가 끊어질 때쯤 문이 열리고 심유정이 들어와 온서빈을 보자마자 살가운 얼굴로 종이봉투를 건넸다.“어제 로펌에 일이 생겨서 같이 새해를 맞이하지 못했네. 화 풀어.”진심을 담은 그녀의 말에 온서빈이 별다른 질문도 없이 봉투를 건네받아 들여다보니 종이봉투 안에는 나무 팔찌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얼마나 성의가 없으면 팔찌에 아무런 포장도 하지 않았을까.무척 비싼 거다. 하지만 이 팔찌가 비싼 게 아니라 세트로 들어있는 다른 염주 팔찌가 비싼 거고 이 나무 팔찌는 그저 증정품에 불과했다.나무 팔찌가 있다는 건 심유정이 염주 팔찌를 샀다는 말인데 증정품을 그에게 준 거다.어제 송성진이 보내준 사진 속 눈길을 사로잡는 질감과 크기의 팔찌를 보지 못했다면 온서빈은 5년을 사귄 여자 친구가 진품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남자 친구에겐 증정품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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