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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너였어
경성 재계의 최고 권력 가문의 후계자인 고인성은 여자를 곁에 두지 않는 금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손목에는 검은 염주를 차고 다니며, 당장이라도 세속을 떠나 출가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친구들이 화려한 밤 문화를 즐기며 흥청망청할 때도 그는 늘 한결같았다. “난 흥미 없어. 이해는 안 되지만, 존중할게.” 하지만 고인성도 결국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할아버지 고성진의 결혼 압박에 질려버린 그는 마침내 폭탄선언을 했다. “저 결혼 안 해요. 차라리 출가하겠습니다.” 그제야 고성진의 얼굴에 진짜 위기감이 스쳤다. 한편, 진짜 딸의 대타로 살아왔던 송유리는 송씨 가문이 진짜 딸을 찾으면서 집에서 쫓겨났다. 부모도, 기댈 곳도 없는 그녀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비웃음까지 샀다. 손에 쥔 것 하나 없는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서빙 아르바이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술집에서 서빙을 하던 송유리는 실수로 잘못 들어간 방에서 마침 고인성을 마주쳤다. “너... 네 몸에서 나는 이 향기는 뭐야? 최면이라도 걸려고? 그런 거라면 성공했어.” 그날 이후, 고인성은 ‘송유리’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독에 중독된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그가 그녀에게 보이는 극진한 다정함은 마치 영혼이라도 내어줄 것 같았고, 그녀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었다. 예전에는 모두가 퇴근해도 혼자 남아 밤늦게까지 일하던 고인성이었지만, 지금은 사무실에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간에 퇴근 준비를 마치는 게 일상이었다. “효율적으로 일하죠? 퇴근할 시간이 됐으면 다들 퇴근해야죠. 아내가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갑니다.” '도대체 누가 누굴 기다리는 건지... 참...' 사무실에 남은 직원들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들은 여전히 일에 치여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정작 고인성은 사랑에 빠진 ‘순정남’이 되어 있었다.
남편의 첫사랑이 나였다니
[선 고구마, 후 사이다] 결혼한 3년 동안, 박재현은 고성은과 한 달에 2번만 만나서 부부로서의 의무를 이행했다. 그는 그녀에게 무심하고도 무지했다. 그렇게 3년의 계약이 끝나고, 그는 부리나케 첫사랑을 만나러 가려고 했다. 고서은 또한 쿨하게 뒤돌아섰다. “박재현, 우리 이혼하자.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에게는 더 이상 어떠한 기대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가정을 포기한 채 일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직장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고성은의 곁에는 더 이상 박재현의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재능에 한 번, 또 한 번 굴복하기 시작했다. 박재현은 점점 더 그녀에게로 이끌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완전히 떠난 다음이었다. 그제야 과거의 진실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는 그녀를 두 번이나 잊었다. 그녀가 오직 그를 지켜주기 위해 익숙한 곳을 떠나 와줬는데도, 그녀가 원하는 건 오직 은혜를 갚는 것뿐인데도 몰라줬다. 후회가 치밀었지만, 고성은은 이미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라가 있었다. 포기하지 않으려고 해도 돌아오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사모님 노릇에는 관심이 없으시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박재현이 그녀를 쫓아다닐 차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후의 수를 꺼낼 수밖에 없다.
너를 놓친 후에야 비로소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윤채원은 진료실 안에서 전 남자 친구를 보게 된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성도 바꾸고 이름도 바꿔버렸으며 뚱뚱했던 모습에서 완전히 마른 체형으로 탈바꿈해 버렸다. 그래서일까, 배유현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가 자신 몰래 딸을 출산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엄마, 왜 울어요?” 딸이 손을 잡아 오며 물었다. 윤채원은 아이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 풋풋했던 학창 시절, 윤채원은 배유현을 몰래 지켜만 보다가 대학교에 진학한 뒤 드디어 그와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성한 대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고고하고 차갑기 그지없는 배유현이 뚱뚱한 여자와 비밀 연애를 하고 있는 소문이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누구나 다 아는 조롱거리가 되었다. 배유현의 21번째 생일날, 윤채원은 생일을 축하해주러 갔다가 닫혀 있는 문틈으로 감정 하나 섞이지 않은 냉랭한 목소리를 들어버렸다. “내가 진심으로 걔와 사귈 리 없잖아. 그리고 나 다음 달에 유학 가.” 윤채원의 비참하고도 아픈 첫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남자와 다시 재회해 버리고 말았다. 윤채원은 끊임없이 선을 그으며 배유현과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배유현은 지치지 않는 불도저처럼 그녀가 그어둔 선을 싹 다 무시한 채 자꾸 안쪽으로 넘어오려고 했다. 이윽고 넘어와서는 뻔뻔한 얼굴로 애교, 협박 등 갖은 수를 전부 다 동원해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들을 싹 다 쫓아내 버렸다. “배유현 씨, 나 남편 있는 거 몰라요?” 배유현은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으며 조금의 죄책감도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더 나을 텐데? 솔직히 내가 더 어리고 잘났잖아요.” “남편을 버리지 못하겠으면 채원 씨 애인이라도 시켜줘요. 내가 남편보다 훨씬 더 예뻐하고 사랑해 줄 테니까.” 7년 전, 뚱뚱했던 그녀와 몰래 연애했던 사람도 배유현이었고 7년 후인 지금, 기꺼이 상간남이 되겠다며 들이대고 있는 사람도 역시 배유현이었다. “당신 진짜 미친 것 같아.” “맞아. 그러니까 윤채원 씨가 나 책임져요. 평생 내 곁에서.”
재벌집 딸의 수상한 사생활
진짜 영애와 가짜 영애의 사주풀이 이야기.한씨 가문에서 쫓겨난 뒤, 한가을은 순식간에 몸값이 1조가 넘는 진짜 영애가 되었다.한씨 일가는 너무나 후회가 되어 여태껏 키워온 은혜를 핑계로 강씨 가문에게 지분을 내놓으라고 했다.그러나 한가을은 피식 웃더니 진실 부적을 한씨 일가의 못생긴 얼굴에 붙였다.똥차 남친이 자신에게 매달리니 한가을은 손짓 하나로 매일 밤 악몽을 꾸게 했다.사촌 형제들은 그녀가 창피하다며 무시했다.그러던 어느 날, 송씨 일가가 직접 그녀를 찾아왔다.“강 도사님이 제 딸을 살려준다면 그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 수 있습니다!”게다가 강씨 가문과 원한 사이인 서씨 일가도 뻔뻔함을 무릅쓰고 찾아왔다.“이 동생이 여태껏 철이 없었어요. 강 도사님만 도와준다면 강 대표님을 제 친형처럼 모실게요!”결국 그녀에게 버릇없이 굴던 사촌 동생마저 강아지처럼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가을 누나는 내 유일한 누나예요! 누가 감히 내 누나를 건드린다면 지옥 끝까지 쫓아갈 거예요!”정신을 차린 강씨 가문은 그제야 그들이 여태껏 불쌍하게 여겼던 귀염둥이가 진정한 불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험악한 것들을 쫓고 부적을 그리고 사람까지 살리며 게다가 금수저, 이수현에게 대시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하여 이수현이 스스로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 “대시할 필요 없어. 난 이미 네 것이야.”
이중연애
남자친구의 어떤 능력이 워낙 남달랐던 탓에 우리는 매번 사랑을 나눌 때마다 새로운 방식을 찾아 헤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남자친구는 결혼 이야기를 꺼내며 나를 달래곤 했다. “우리 졸업하면 바로 결혼하자.” 이런 속삭임을 나는 진심으로 믿었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학점을 채우며 조기 졸업을 하려 애썼고 밤이면 남몰래 온갖 자료들을 찾아보며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일에 몰두했다. 오직 그의 몸이 만족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다 어느 날, 너무 늦게까지 공부한 탓에 통금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허겁지겁 그를 찾아 클럽으로 갔을 때 나는 뜻하지 않게 그와 친구들의 한가로운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시안이 형, 형 여자친구 정말 그렇게까지 화끈합니까?” “거짓말일 리가 있나. 이거 다 시안이 형이 손수 길들인 거라니까.” “그럼, 임설아는요?” 김시안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눈빛이 한순간 부드러워졌다. “주세린은 달라. 주세린은 아주 순수해.” 바로 그 순간부터 나는 김시안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학교로 돌아온 나는 곧장 교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그 비밀 프로젝트, 저 신청하고 싶습니다.” 이제부터 나의 일생은 오직 나라만을 위할 것이다.
첫 사랑은 계모 딸
서고은은 업계에서 소문난 매혹적인 아가씨였다. 그녀의 살짝 올라간 붉은 입술과 눈꼬리는 사람을 홀릴 듯 아름다웠다. 이시현은 재벌가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상속자로 차갑고 고고했으며 금욕적이고 절제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극과 극인 두 사람이 깊은 밤 마이바흐 뒷좌석에서 서로를 놓지 못한 채 얽히고, 자선 파티의 화장실에서 미친 듯이 탐하며, 개인 와인 창고의 통유리 앞에서 그가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고 박아댄 끝에 다리가 풀려버리는 순간들을 아무도 몰랐다. 또 한 번의 이성을 놓아버린 채 빠져든 밤이 지나간 뒤, 욕실에서는 빗물이 흐르는 듯한 샤워 소리가 들렸다. 서고은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아버지 서동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주도에 있다는 죽을 날 앞둔 재벌가 도련님이 액운을 막아주는 신부를 급하게 찾는다면서요. 내가 시집갈게요.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전화기 너머로 서동수는 억누르지 못한 기쁨이 가득했다. “말만 해! 네가 시집만 가준다면 아버지가 뭐든지 다 들어줄게!” “집에 가서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지만,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전화를 끊고 일어나 옷을 입으려던 순간, 시야 한쪽에 이시현이 옆에 두고 간 노트북 화면이 들어왔다. 카톡 대화창이 환히 켜져 있었고, 마지막 메시지는 ‘단비’라는 여자에게서 온 것이었다. [시현 오빠, 번개 쳐서 너무 무서워요...] 서고은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그때 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고, 이시현이 걸어 나왔다. 물방울이 그의 쇄골을 따라 흘러내렸고, 셔츠는 자연스럽게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어 금욕적인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게 나른한 분위기를 풍겼다. “회사에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 외투를 집어 들며 여전히 냉정한 목소리로 이시현이 말했다. 서고은은 붉은 입술을 가볍게 올리며 대답했다. “회사 일 맞아? 아니면 네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거야?”
죽어줘서 고마워
5년간의 연애와 3년간의 결혼생활, 송서아는 박유준과 그렇게 백년해로할 줄 알았다.심지어 남편 박유준의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들었을 때도 함께 죽으리라 마음먹었다. 생과 사는 결코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을 거라 믿었으니까.하지만 박유준은 죽지 않았다. 그는 단지 다른 이의 남편이 되어 있었을 뿐.송서아는 깊은 슬픔을 떨쳐내고 이토록 황당한 쇼를 직접 끝냈다. 그리고 가문의 뜻에 따라 정략결혼을 받아들였다.경원에서 명성이 자자한 김씨 일가, 이 집안 장남이 이혼녀와 결혼한다는 소식은 상류층에 소문이 쫙 깔렸다.송서아 본인마저도 김원우가 딱한 사정이 있어서 서둘러 자신과 결혼하는 거로 여겼다.김씨 일가는 그녀에게 원하는 걸 주었고 그녀 또한 김원우의 체면을 살려줘야만 했다.사리 밝은 송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이를 원한다면 우리 함께 입양해요. 내가 잠시 숨어지낸 뒤에 우리 아이라고 외부에 알리면 되죠.”별안간 김원우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너야말로 원하면 얘기해. 굳이 이렇게 돌려 말하지 말고.”김원우의 친구들은 그가 왜 멀쩡한 부잣집 도련님 생활을 뿌리치고 송서아의 꽁무니나 쫓아다니냐고 쉬쉬거렸다.다만 김원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쫓아다니는 게 뭐? 결국 다 내 것이 될 텐데!”다들 그가 달갑게 송서아의 껌딱지가 되어준다고 비웃었지만 정작 그들은 알지 못했다. 짝사랑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옆자리를 차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의 가짜 사랑에 속아
송해인은 한은찬을 15년 동안 죽을 만큼 사랑했지만 정작 출산 당일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은찬은 그녀의 귀에 바짝 다가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해인아, 영원히 깨어나지 마. 내게 넌 이제 아무런 가치도 없어.” 다정하고 깊은 정을 가진 남편이라고 믿었지만 알고 보니 그녀에게 끝없는 혐오와 이용만 품고 있었다. 그리고 송해인이 목숨을 걸고 낳은 쌍둥이 남매는 병상 앞에서 한은찬의 첫사랑을’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완전히 절망한 송해인은 깨어나자마자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단호하게 이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혼 후 한은찬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의 삶 곳곳이 송해인의 흔적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 여자는 이미 그의 습관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다시 만났을 때 송해인은 수석 의학 전문가의 신분으로 회의에 나타났고 찬란히 빛나는 모습으로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한때 그에게만 온전히 마음을 쏟았던 이 여자는 이제 눈길 한 번 주려 하지 않았다. 한은찬은 그녀가 아직 화가 나 있을 뿐 자신이 한마디만 하면 송해인은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어차피 그녀는 그를 뼛속까지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그 후 배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 약혼식에서 그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송해인이 활짝 웃으며 배도현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질투에 미쳐버린 한은찬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유리잔을 움켜쥐어 산산조각을 냈다. 그러자 손에 피가 흘러내렸다...
달콤한 함정
“서예은? 질린 지가 언젠데.” 주현진은 비웃음이 담긴 눈빛으로 술잔을 흔들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말했다. “지안이처럼 애교 많은 여자가 진짜 여자지. 서예은은...” 구석진 곳, 유리잔 하나가 남자의 손바닥 안에서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 서예은은 연애 3주년 기념 케이크를 꽉 움켜쥔 채, 그의 선명한 손가락 마디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은하 그룹 대표 박시우는 천천히 손가락의 피를 닦아내며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서예은 씨, 나랑 결혼할래요?” ... 경성이 발칵 뒤집혔다. 모두는 그저 하찮은 디자이너가 재벌에게 매달린 줄 알았지만, 사실 이 결혼은 그가 5년 전부터 꾸민 함정이었다. 박시우의 프라이빗 갤러리에는 그녀의 옆모습이 천여 점이 걸려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비 오는 골목에서 고양이를 돌보던 모습부터 패리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보석을 정리하던 순간까지. 깊은 밤, 그는 담배를 물고 폭우 속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주현진의 CCTV 영상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자기 아내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 ... 훗날, 한 경제 기자는 냉혈한으로 소문난 박 대표가 아내 앞에 무릎 꿇고 떨리는 손으로 임신 진단서를 들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반면 서예은은 결혼반지를 흔들며 가볍게 웃었다. “박시우 씨, 놀랍죠?” 순간, 냉혈한으로 소문났던 남자는 눈가가 붉게 달아오르더니 그녀의 약지에 난 오래된 반지 흔적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예은아, 네가 스물두 살이었던 그 해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 “무... 무슨 말이요?” “케이크가 너무 달콤했어.” 박시우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산후조리원으로 온 비밀
서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원시아에게는 ‘아내 바라기’로 불리는 완벽한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그런 그녀가 산후조리 중이던 어느 날, 낯선 사람에게서 친구 추가 요청을 받았다.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신도운이 바람피웠어요. 증거도 있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독이 발린 갈고리처럼 눈에 박혀 숨이 턱 막혔다. 원시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세면대 앞에 서서 그녀가 방금 갈아입은 피 묻은 바지를 손수 빨고 있는 신도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밖에서는 위엄 있고 고귀한 신해 그룹의 대표, 하지만 그녀의 앞에서는 누구보다 익숙하게 허드렛일을 해내는 남자였다. 그는 원시아의 일만큼은 단 한 번도 남의 손에 맡긴 적이 없었다. 원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리고 그 친구 요청을 바로 삭제했다. 신도운은 원시아가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세상 모든 남자가 바람을 피운다 해도 신도운만큼은 절대 아닐 거라 믿은 것이었다. 그러나 사흘 뒤, 또다시 같은 계정에서 요청이 왔다. [못 믿겠다면 신도운의 코트 안주머니를 확인해 보세요.] 상대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차 있었고 원시아의 심장은 점점 공포심에 쥐어짜이듯 조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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