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유하연은 그대로 제자리에 얼어버렸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뒤에 있던 사람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의심하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마음이 급해진 유하연은 입술을 짓이겼지만 긴장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엄두가 나지 않았고 도망칠 엄두는 더 나지 않았다.
정말로 이대로 도망친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가 수상한 사람임을 알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커다란 형체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더니 그녀의 앞에 우뚝 멈춰 섰다. 상대의 형체에 유하연은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유도경의 유능한 부하직원 중 한 명이었으니까.
원래 그녀는 갑작스러운 신분증 검사에 의심하기도 했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남자에 바로 이 모든 상황이 자신 때문에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그녀는 도망친 적 있었다.
3년 동안 그녀가 도망친 횟수는 적어도 일곱 번은 될 것이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중 대부분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들켜 잡히었다.
유하연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긴장해졌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목소리도 더 낮게 깔았다.
“무슨 일이죠?”
남자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그녀를 위아래 훑어보다가 의심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보세요.”
유하연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머리가 천근만근으로 느껴졌다.
자신의 위장이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도 먹힐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비록 그녀가 보기엔 완벽한 위장이었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의 안목은 평범하지 않았고 심지어 예전에 형사 일도 했었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유하연은 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못 들었어요? 고개를 들어보라니까요.”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엄숙하게 들렸고 의심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
그의 목소리에 신분증 검사하던 사람들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유하연은 더는 피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지라 이를 악물고 심호흡한 뒤 고개를 확 들어 올렸다.
“이게 지금...”
유하연이 고개를 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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