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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CCTV를 돌려봐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어 유도경은 헛웃음만 나왔다. 이렇게까지 숨어서 도망친 것을 보니 유하연이 그간 몰래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도망칠 계획을 하고 있었고 언제든 그의 곁을 떠날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의식한 유도경은 안색이 섬뜩하게 어두워졌다.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는 차갑게 이 말을 내뱉은 후 컴퓨터를 끄더니 겉옷을 챙겨 사무실을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유하연은 이미 시내를 빠져나간 상태였다. 충분히 안심할 수 있게 그녀는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탔다. 유도경이 더는 자신을 찾을 수 없을 거로 생각할 때까지 말이다. 버스에서 내린 유하연은 마을에서 며칠간 몸을 숨기고 있을 생각이었다. 그녀가 도착한 마을은 아주 외진 곳에 있었고 주위엔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들어오기도 힘든 곳이었으며 마을엔 입구와 출구가 오직 한 곳뿐이었다. 게다가 이곳의 지세는 유도경이 정말로 그녀를 찾았다고 해도 그녀가 산으로 올라가 숨는다면 찾아내기 힘들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한 그녀는 배낭을 메고 입꼬리를 올린 채 유일한 마을 입구로 들어갔지만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몇 명의 사람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주위의 지나가는 마을 주민과는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그들은 마을 입구에 서서 신분증 검사를 한 뒤 사람들을 마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런 상황에 마을 주민들도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구경만 했다. 그녀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때 그중 한 명이 그녀를 발견했다. 유하연은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그들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몰랐고 유도경이 보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지라 계속 경계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몸을 돌려 떠나버린다면 그들의 의심을 살 것이 분명했기에 심호흡한 뒤 무해한 표정을 지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마을 입구로 걸어갔다. “잠시만요.” 입구에 있던 남자들이 팔을 올리며 그녀를 막아 세웠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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