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유하연은 유도경이 말을 마치고 자신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한 말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출장을 떠난 며칠 동안 그녀는 어떻게든 도망칠 것이었기에 그와 동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를 빤히 보고 있다는 것은 그가 그녀를 떠보고 있다는 것이었으니 살짝 당황한 듯한 어투로 그의 말에 대꾸해 주었다.
“정, 정말요?”
유하연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살짝 피해버렸다. 그와 동거하는 것이 싫었지만 자신의 처지에 결국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이런 반응을 예상하였는지 유도경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을 내렸다.
“며칠 동안 집에 얌전히 있어.”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조금 잠겨있는 듯했고 이내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그녀를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어.”
“...”
유하연은 침묵한 뒤 다시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네.”
그녀는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유도경과 동거를 하게 된다면 그녀는 시시각각 그에게 통제당하고 살 것이 뻔했기에 상상만 해도 눈앞이 아찔했다.
다음 날이 되자 유도경은 먼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가 침대를 벗어난 뒤에야 유하연은 스르륵 눈을 떴다.
그녀는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 오늘 유도경이 출장을 가는 날이었으니 어떻게든 시간을 아껴서 도망쳐야 했으니까.
유도경이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었다. 원래부터 눈치가 빠르고 경계심이 강했기 때문이다.
유하연은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로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업무 받으러 온 척하며 유도경이 비행기에 탔는지를 무심코 물었다.
모든 걸 확인한 그녀는 쉴 틈도 없이 강아람을 찾아가 자신의 신분증을 손에 넣으려 했다.
아침 일찍 유하연의 문자를 받은 강아람은 이미 그녀의 회사 근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하연이 회사에서 나오자 그녀는 얼른 필요한 신분증을 유하연에게 건넸다.
“하연아, 꼭 무사해야 해!”
비쩍 마른 유하연의 작은 얼굴을 보니 강아람은 괜스레 코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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