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심윤재는 유채린의 손을 피해버렸다. 당황한 유채린은 화가 났지만 조금 상처받은 눈길로 심윤재를 보았다. “일부러 날 여기로 데리고 온 거야?” 유채린이 대놓고 화난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도 심윤재는 동요하지 않고 분노를 억누르며 낮게 깐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그의 말에 유채린은 켕기는 구석이 있었지만 이내 당당한 모습으로 오히려 심윤재를 탓하며 화를 냈다. “그래서 뭐?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유하연 때문에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야? 천박하기 짝이 없는 유하연이 그렇게 좋아?” 말을 하다 보니 유채린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눈가도 어느새 붉어졌다. 표정은 분노에 휩싸여 살벌하게 변했다. 심윤재는 유채린의 목소리에 이끌려 자신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행인이 꽤나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심호흡하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꾹 억눌렀다. 이제 막 그 일을 해결한 상황에서 그는 더 이상 자신 때문에 유하연이 유언비어에 둘러싸이길 원치 않았다. 게다가 유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지금 정략결혼을 맺은 사이였던지라 그는 유채린과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유채린이 밖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창피를 당하게 되는 건 유씨 가문뿐만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니야.” 분노를 억누른 심윤재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냥 바빠서 그래. 매일 출근도 해야 하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해서 이런 의미 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의 말에 유채린은 화가 사라지게 되었다. “유하연이 의미 없게 느껴져?” 그녀는 이내 기쁜 얼굴로 심윤재의 팔에 팔짱을 꼈다. “알았어. 그럼 앞으로도 유하연을 시야에서 치워줄게. 그럼 됐지?” 이번에 그는 그녀의 팔을 뿌리치지 않았다. 하지만 유채린은 불쾌감을 드러내는 앙다문 그의 입술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른 한편 유하연은 묵묵히 유도경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클럽에서 나오자 언제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었는지 모를 운전기사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차에 올라탄 뒤 유도경은 자연스럽게 칸막이를 확 내려놓았다. 원래부터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