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유하연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바닥을 짚으며 힘겹게 일어섰다.
그녀는 유채린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모두가 놀랐고 유채린조차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경계하며 소리쳤다.
“또 무슨 수작 부리려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반면 유도경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 내 잘못이야. 불편하게 했다면 미안해.”
유하연은 시선을 내렸다.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려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진심으로 사과할게. 미안해.”
그 말을 들은 유채린은 냉소를 터뜨렸다.
“뭐야, 또 가식 떠는 거야? 유하연, 넌 정말 이중인격자야. 내가 네 사과를 믿을 것 같아?”
“연기하는 게 아니야.”
유하연은 감정이 실리지 않은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거야.”
“진심?”
유채린은 마치 우스꽝스러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한 태도로 비아냥거렸다.
“좋아. 정말 진심이라면 여기서 큰 소리로 나는 천박한 년이라고 세 번 외쳐봐. 그럼 믿을게.”
“유채린...”
심윤재가 나서서 유채린의 막무가내인 태도를 저지하려 했지만 유하연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더 이상 심윤재와 얽히고 싶지 않았던 유하연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또렷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천박한 년이다! 나는 천박한 년이다! 나는 천박한 년이다!”
“하하하.”
유채린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그 표정은 그야말로 승리에 도취한 모습이었다.
“유하연, 네가 이렇게 될 줄이야. 하하하...”
그녀는 주위의 사람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들었지? 스스로 천박한 년이라고 인정했어.”
주위에서도 조롱과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심윤재는 차마 그 광경을 더 볼 수 없어 시선을 돌렸고 그의 얼굴에는 참담한 고통이 스쳐 지나갔다.
유채린이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채린아.”
유도경은 별다른 말 없이 그저 유채린의 이름을 불렀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은 유채린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