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심윤재가 도착했을 때 본 장면은 바로 유하연이 수치스러운 말을 내뱉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옆에는 유채린이 함께 있었는데 얼굴에는 짜증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유채린은 그의 모습에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러나 유하연을 발견한 그는 멈칫했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눈치챈 심윤재의 눈에는 분노가 차올랐고 바로 유하연을 보호하러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유채린은 그의 팔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놔.” 심윤재는 얼굴을 찌푸린 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내 뱃속에 윤재 씨 아이가 있어.” 유채린이 높고 날카로운 말투로 심윤재를 제지했다. 심윤재는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뭐 하려고? 가지 마.” 유채린은 심윤재를 막아서며 그를 놓지 않으려고 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유하연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씁쓸한 미소를 흘린 유하연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유도경은 일부러 그녀를 이 모임에 초대했고 유채린은 일부러 심윤재를 데려와서 유하연이 얼마나 창피하고 쓸모없고 부끄러운 상태인지를 보여주려 했다. 모든 것은 그들이 유하연을 완전히 무시하고 심윤재 앞에서 자존심까지 잃게 만들기 위한 계획이었다. 유하연은 눈을 감으며 더 이상 그들의 역겨운 표정을 보지 않으려 했다. 모든 걸 내려놓은 유하연을 바라보며 심윤재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의 눈에는 유하연을 향한 연민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 유하연이 깊은 구덩이에 빠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녀를 도와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그의 힘만으로 모든 걸 극복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그가 나서면 유하연을 더 곤란하게 만들 뿐이었다. 결국 심윤재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채린은 유하연을 향한 심윤재의 연민을 보고 그 깊은 감정에 상처를 받았다. 유채린은 질투가 치밀어 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윤재 씨는 한 번도 이런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