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먼저 그녀를 아는 척한 것은 양민재였다. 그는 유하연과 예전부터 별로 친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유하연에게 호감을 느꼈지만 유하연이 그를 무자비하게 거절하자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해 이후 만날 때마다 유하연과 대립하며 갈등을 일으켰다. 유하연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유씨 가문의 후광이 사라지자 그는 당연히 기회를 틈타 유하연을 짓밟으려 했다. 그가 일부러 시비를 걸려고 한다는 걸 아는 유하연은 그에게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못 들은 척하며 현장을 둘러보았지만 유도경의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유도경의 비서가 그녀에게 유도경이 중요한 전화 때문에 테라스 쪽에 있다고 전했다. 유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별수 없이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 유씨 가문 딸도 아니면서 아직도 건방지게 구는 거야?” 유하연이 자신을 무시하자 양민재는 얼굴을 찌푸리며 악의적인 말로 비웃었다. “그때는 그래도 봉황의 탈을 쓴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 보니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를 야생닭이잖아.” 그 말에 주위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유하연을 비웃으며 마치 그녀가 처한 곤경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이 사회에서는 자신보다 낮은 사람은 깔아뭉개고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은 높이 올려치는 것이 전통이었다. 유하연은 싸늘한 얼굴로 양민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어떤 상황이든 너처럼 털 몇 가닥 없는 놈한테는 티끌만큼도 관심 없어.” 그 말에 양민재의 얼굴이 벌게졌다. 양민재는 겨우 스물여섯 살 정도였지만 일찍 탈모 되는 가문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그는 끊임없이 모발 이식을 했지만 탈모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고 언제나 가발을 쓰고 다녀야 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탈모가 진행된 그의 모습을 봤었다. 하지만 아픈 구석을 찔린 양민재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유하연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예전엔 내가 눈에 안 찬다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 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해? 유채린이 너를 눈엣가시로 여긴다면 넌 하루아침에 그 집안에서 쫓겨날 거야. 유하연, 네가 정말 유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