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유도경은 안쓰러운 유하연의 말도 믿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위압적인 기운을 감지한 유하연은 온몸이 굳어졌고 긴장한 채 본능적으로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 뒤꿈치가 침대에 부딪히면서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지고 나서야 발걸음을 멈췄다. 유도경이 몸을 기울이며 다가오자 머리 하나는 더 큰 그의 키가 압박감을 더했다. 결국 유하연은 침대 위로 반쯤 쓰러지듯 넘어갔다. “전 아무것도 안 했어요.” 남자의 표정이 유하연을 뼛속부터 얼어붙게 했다. 겁에 질린 그녀는 손을 뻗어 밀어내려 했지만 유도경의 차가운 시선에 움츠러들어 손을 거둬들이고는 당황한 채 이불만 움켜쥐었다. “지난번 유씨 가문 사람들이 우리 집에 왔을 때 심윤재를 만났지?” 유도경이 몸을 숙이며 손으로 그녀의 귓불을 스쳤다. 유하연은 몸을 떨었다. 그의 말 때문인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차가운 접촉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요.” 그녀는 인정할 수 없었다. “거짓말.” 그녀의 부정에 유도경은 갑자기 화를 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아 머리 위로 묶듯이 고정하고 하반신으로 그녀를 침대에 단단히 가둬버렸다. 유도경의 힘에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고 공포에 질린 그녀의 눈가는 붉어졌다. “아니에요. 전 만난 적 없어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남자의 눈빛은 핏빛으로 변해가며 점점 더 위협적으로 변했다. 유하연은 진심으로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남자는 더욱 난폭해질 뿐이었다. 유도경은 그녀의 저항을 무시한 채 거친 힘으로 그녀의 드레스를 찢어버렸다. 곧 매끈한 피부가 차가운 공기 속에 노출되었고 그녀의 살결 위로 소름이 돋았다. 황혼의 부드러운 빛 아래 그녀의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희고 연약해 보였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거칠게 짓눌렀다. 이건 그만의 체벌이었다. 유하연은 묵묵히 견디려 했지만 고통에 못 이겨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사자의 발톱 아래 놓인 사냥감처럼 필사적으로 저항해도 벗어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