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유하연은 감격에 겨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슴에 신분증을 껴안은 그녀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아무리 닦아도 계속 흘러내렸다.
그녀는 울다 웃다 한참 지나서야 겨우 감정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걸 여기 두고 간 사람이 누구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그녀는 마음이 복잡했다.
유하연은 바로 방으로 돌아가는 대신 한참을 나무줄기 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무를 타고 그대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 1층 앞마당에 도착했다.
다행히 유씨 가문 사람들은 없었다.
유하연은 곧장 뒤뜰로 향했다.
뒤뜰은 나무들을 손질하기 위해 오는 정원사 말고는 사람이 거의 들르지 않는 장소였다.
가장 아름다운 화단 옆 풀밭에 심윤재가 앉아 있었다.
이곳 역시 과거 두 사람만의 비밀 장소였다.
예전에 그녀가 사용하던 방은 이 화단과 마주 보고 있었지만 이제 그 방은 유채린의 방이 되어 있었다.
유채린이 돌아온 첫날 그녀는 유하연의 물건을 모두 밖으로 내던져버렸다.
유하연을 발견한 심윤재는 벌떡 일어섰고 그의 눈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
“나와줄 줄은 몰랐어. 정말 기뻐.”
“고마워.”
유하연은 입술을 깨물며 품 안에 있던 신분증을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신분증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심윤재를 만나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의미를 이해한 심윤재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는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떠나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고마워할 필요 없어. 애초에...”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날 네가 병원에 다녀가고 나서 네가 3년간 어떤 생활을 했는지 조사했어. 하연아, 미안해.”
유하연이 그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심윤재는 그녀의 옆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제 와서 어떤 말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사과였다.
“사과할 필요 없어.”
유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3년 전보다 훨씬 더 말라 있었다.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병약한 기색도 있었다.
노을빛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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