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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용재혁의 말에 이다빈은 곧바로 옷을 입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그때 열이 난 것은 옷을 적게 입었기 때문이다. 연구소의 노교수들은 마치 그녀의 친할아버지처럼 이러쿵저러쿵 말을 했다. “이 교수님, 교수님은 나라의 기둥이에요. 몸을 아껴야 해요.” “아직 젊고 정정하지만 몸조심해요. 나중에 늙으면 후회할 거예요.” “방금 주방에서 끓이라고 한 생강차, 꼭 드세요. 그리고 잠은 제때 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해요. 음식도 밸런스 맞게 영양을 섭취해야 하고요...” 노교수들은 평소에는 학문적으로 공손하게 대해주다가도 건강에 연루되면 모두 어른으로 변했다. 이때 이다빈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용재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야.” “뭐가 잘못됐는데?” 용재혁은 백미러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차 좀 봐. 우리를 계속 따라온 것 같아.” 이다빈은 무심코 지나쳤지만 용재혁이 이상하다고 한 이상 이상할 것이다. “차에 탄 사람이 우리를 몰래 찍는다고?” “그럴 수 있어.” 이다빈이 손을 들어 턱을 만지작거리자 그녀의 눈동자에 빛이 돌았다. “그저 몰래 찍는 거면 괜찮아. 하지만 계속 우리를 따라온다면 상대방의 목적은 분명 불순할 거야. 박씨네 별장으로 가는 유일한 길인 데다 이 고개도 박씨 소유야. 웬만하면 다른 차량은 나오지 않아야 해.” “너의 분석도 일리가 있어.” 용재혁이 물었다. 이다빈은 백미러로 차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유턴해, 부딪혀.” “응?” 용재혁은 어리둥절해 하며 이다빈을 돌아보았다. 이다빈의 얼굴에는 다소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진짜로?” “너무 짜릿하지 않아?” 이다빈이 운전대를 잡은 용재혁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차를 몰다가 부딪혔을 겁니다. “하지만 네가 아직 차에 있잖아.” 용재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괜찮아. 부딪혀!” 용재혁은 이를 악물었다. “그럼 잘 잡아.” “응.” 박현우는 창가에 서서 망원경을 들고 바라보다가 이다빈의 차 뒤를 따르는 차를 발견했다. 도대체 누가 그들을 미행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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