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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장

“그래요.” 이다빈도 그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박현우가 손을 잡고 걸어가도 가만히 있었다. 박유진과 유미의 얼굴은 신호등처럼 빨강, 노랑, 초록색을 오갔다. 참 다채롭기 그지없었다. “유진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현우 오빠가 이다빈을 정말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지? 만약 정말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떡해?” 말을 하는 유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눈이 빨개졌다. “허튼소리 하지 마. 우리 사촌 오빠가 눈이 멀었어? 어떻게 이다빈 같은 여자가 마음에 들 수 있겠어.” “그런데 현우 오빠가 이다빈에게 그렇게 비싼 예복을 사줬어.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아마 자기 체면 때문에 그런 것 같아.” “그럼 현우 오빠가 이다빈의 손을 잡았어. 한 번도 여자 손을 잡은 것을 본 적이 없어. 심지어 내 손도 잡아본 적이 없고.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 건데?” 박유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그녀도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이다빈과 박현우는 이미 저 멀리 걸어갔다.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요.” 이다빈이 와인을 들며 말했다. 박현우도 술잔을 들더니 이다빈이 들고 있던 잔과 가볍게 부딪치며 말했다. “원래 내가 해야 할 일이야. 감사하다고 할 필요 없어.” “그런데...” 이다빈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뭐?” 이다빈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유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박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우 씨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조금 전처럼 그렇게 행동하면 따라다니던 여자가 마음을 돌리면 어떡해요?” 박현우는 입꼬리를 양 끝으로 끌어당겼다. 약간의 유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의 말투를 들어보니 왠지 질투하는 것 같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질투라는 거 안 해요.” 아까까지도 기뻤던 박현우는 이다빈의 말에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박유진과 유미는 이다빈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상의 중이었다. 곧 이다빈을 망신시킬 방법을 생각해냈다. 두 사람은 다시 이다빈 앞에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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