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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장

"네가 없으니까 잠이 안 와." 그는 쉰 소리로 말했다. 이다빈은 새빨간 입술을 뻥긋거렸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다빈아, 내가 내일 이사 올까?" 박현우는 잘생긴 얼굴로, 매력 있는 목소리로 부탁하는 말투로 말했는데 그 말을 들은 이다빈은 왜인지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결국 이성이 모든 걸 이겨냈다. "네가 살 곳이 있는데 왜 여기 왔어? 게다가 네가 가면 네 동생은 누가 상관해?" 이 집에서 박서명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이다빈이 나타나기 전에 그는 박현우의 말만 들었고 아빠가 와도 소용없었다. "같이 올게." 박현우의 말을 들은 이다빈은 어이가 없었다. "아예 가족들 모두 데리고 오지 그래?" "좋은 생각이야, 마침 네 집에 하인들도 없고 집사랑 주방 아줌마도 없는데, 내가 내일 다 데리고 올게." 이다빈은 할 말을 잃었다. "됐어, 그만하지? 그냥 서로 혼자 사는 게 좋지 않아?" "알겠네." 박현우는 지긋한 눈빛으로 이다빈을 쳐다보았고 이다빈은 눈을 깜빡였다. "뭘 알았는데?" 박현우는 자기 마음대로 이다빈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네 뜻이 뭔지 알겠다고. 거리를 둬야 더 애틋해진다는 거잖아, 지금 날 다스리겠다는 거잖아." 후- 이다빈은 숨을 크게 내쉬었고 그를 때리고 싶었다. "늦었어, 나 잘 거야. 네 마음대로 생각해, 내가 자는 걸 방해하지 말고." 말하고는 박현우한테서 손을 빼고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반쯤 올라가다 그녀는 뒤돌아 박현우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고 있어? 거실에서 자고 싶어?" 박현우는 아주 활짝 웃었다. "그래." 기쁘게 답하고는 얼른 위층으로 올라가 이다빈의 방문 앞에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다빈이 그를 잡았다. "뭐 하는 거야?" "자야지." "네 방으로 가." 이다빈이 자기랑 같이 자려고 하는 줄 알았던 박현우는 조금 실망했다. "같이 안 자도 돼?" "그냥 네 별장에 가서 자." 이다빈은 박현우를 흘겨보았다. '그래, 천천히 해야 해, 너무 급해하면 안 돼.' 장면이 바뀌었고 박창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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