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이다빈, 하나만 말할게.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결혼은 했지만 이 한 달 동안은 내 호적상의 약혼녀야. 그러니까 다른 남자들과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마.”
이다빈은 돌아서지 않고 대신 고개만 돌리고 말했다.
“그럼 박현우 씨도 다른 여성들과도 친하게 지내면 되지 않을까요?”
박현우는 목이 메었다.
“가자.”
이다빈은 임이준을 향해 한마디 한 뒤 자리를 떴다.
박현우는 이다빈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성도섭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다빈이 보통 인물은 아닌 것 같아. 로봇 수리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게다가 바둑계의 고수인 이 고수라니! 이런 장점들이 공부 못하는 것을 충분히 덮을 수 있어. 현우야, 진심으로 조언하는데 잘 잡아. 이런 여자 흔치 않아. 때로는 거짓말하는 것이 사람이 정말 불쾌하게 하지만 이미 충분히 훌륭해. 너와 조금은 어울리는 것 같아.”
박현우는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이다빈은 임이준과 식사를 마친 뒤 이씨 가문으로 돌아와 옷을 챙겼다.
“뭐 하는 거야?”
나효심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수능이 곧 코앞이라 서주대에 입학하기 위해 조용히 밖에서 공부하려고요.”
이다빈은 짐 정리를 하면서 대답했다.
“어디로 이사 갈 건데? 적당한 집은 구했어?”
“네, 구했어요.”
“어디로 이사 갈 거야? 어떤 집인데? 한 달 월세가 얼마야?”
나효심은 이다빈이 비싼 집을 구해 돈을 낭비할까 봐 걱정되었다.
이다빈도 그녀 말속의 의미를 알아챘다.
“이은영이 이사할 때 구한 집보다 비싸지 않아요.”
나효심은 이 말을 듣자마자 왠지 불쾌했다.
2년 전, 이은영은 한 달에 400만 원 남짓한 집을 구했다. 이다빈 말투로 보아하니 이은영보다 조금 싸지만 적어도 200만 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왜 그렇게 비싼 집으로 구했어? 조용한 환경에서 공부만 하면 되지 않아? 내가 찾아볼게.”
나효심은 말을 하면서 월세를 구하는 앱을 켰다.
“이것 봐, 얼마나 싼데. 한 달에 16만 원밖에 안 하는데 화장실도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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