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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큰일 났다! 이다빈은 속으로 외쳤다. 현장에 사람이 아주 많다. 게다가 언론 기자들도 있고 생방송까지 진행되고 있다. 만약 정체가 탄로 나면 국제간의 분쟁과 추격에 휘말릴 것이고 앞으로 평온한 날이 없을 것이다. 이다빈이 다급해 할 때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귓가에 차분하면서도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비켜주세요.” 차분한 말투에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배어 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격투기의 왕, 용재혁이다. 바로 이 교수의 경호원이다. 이다빈은 머리에 용재혁의 옷을 쓰고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언제 돌아왔어?” “조금 전에.” 용재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늦어서 미안해.” “네 탓이 아니잖아. 너도 국제 격투기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였으니까. 어때? 이겼어?” 용재혁은 우승 메달을 주머니에서 꺼내 이다빈의 손에 쥐여줬다. “바래다줄게.” 이다빈은 용재혁의 우승에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진짜 나를 배웅해주는 거야? 영광이네.” “나노신소재 연구의 성공도 아직 축하한다는 말을 못 했잖아. 괜찮으면 오늘 이 일을 축하 선물로 할게.” 용재혁의 말에 이다빈은 메달을 호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방금 경기에서 이기는 바람에 아직 축하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어. 갖고 싶은 게 있어?” “같이 밥이나 먹어.” 용재혁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 두 사람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자리를 떴다. 이다빈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박현우는 미간을 점점 더 찌푸렸다. “현우야,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어? 이 교수가 벌써 저 멀리 갔어. 물어볼 게 있다며?” 성도섭이 손가락으로 박현우의 팔을 찌르며 물었다. 박현우는 2초 정도 멈칫하더니 이내 말했다. “방금 얼굴이 드러날 뻔했어. 누군가와 닮은 것 같지 않아?” “누구?” “그 여자.” “그 여자? 누구? 누구인데?” 어리둥절해 하는 성도섭의 모습에 박현우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의 뒷조사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계속 시골에 살았던 이다빈은 시골에 있을 때부터 결석도 많이 하고 시험에서 여러 번 0점을 맞았다. 그리고 스무 살인데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 그런 여자가 어떻게... 옆모습이 닮았다고 해도 ‘닮은꼴’에만 국한될 뿐이다. “가자.” 박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머릿속의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이다빈이 방금 떠난 방향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이내 그녀를 따라잡았다. “이 교수님, 잠깐만요.” 이다빈이 박현우를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혹시 방금 모자와 마스크가 벗겨졌을 때 자기를 발견하고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은 시종일관 평온한 모습을 유지했다. “박 대표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나요?” “궁금한 게 있는데요. 우리가 일면식이 있는 사이도 아닌데 왜 박선 그룹으로 내정했나요?” 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러면서 위아래로 이다빈의 몸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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