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송연아는 순간 얼어붙었다. 여기가 부모님의 집 아닌가? 그가 말한 나무는 바로 이 집 마당에 있던 석류나무였다.
‘잠깐, 이정호가 오늘 이 집을 허물겠다고 하지 않았어?’
서강호는 송연아의 손에 열쇠를 쥐여주며 말했다.
“나 초대 안 해 줄 거예요? 연아 씨 집에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송연아는 손에 쥔 열쇠를 바라보며 생각이 복잡해졌다.
“강, 강호 씨가 이 키를 갖고 있어요? 분명 이정호한테 있었는데. 이정호는 이 집을 허문다고 했었고...”
송연아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
“강호 씨, 그 집을 이정호에게서 산 거예요?”
서강호는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내가 샀어요.”
송연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정호가 당신에게 팔 리가 없잖아요.”
이 집은 이정호가 분명 그녀를 벌하기 위해 밀어버리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어떻게 서강호에게 팔 수 있단 말인가?
“간단해요. 이성 그룹과 우리 영세 그룹의 협력을 성사시키고 싶으면 이 집을 나에게 넘겨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거든요.”
송연아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니까 서강호는 두 회사의 협력을 조건으로 이 집을 되찾아준 것이다.
서강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래된 집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여기로 이사 오는 건 어때요?”
송연아는 마음속에서 여러 감정이 뒤엉켰다. 그녀는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서강호는 그 잘못을 바로잡아 주었다.
마치 가슴에 난 상처가 계속 피를 흘리고 있는데 그냥 놔둘 수밖에 없던 상처를 서강호가 단숨에 지혈해 주더니 흔적도 없이 아물게 해준 느낌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돌아서서 서강호를 꼭 끌어안았다.
“우리 여기로 이사 오는 건 어때요?”
이건 서강호의 대답이었다.
“이렇게 낡은 곳에서 사람이 살 수나 있겠어?”
그리고 이정호는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놨었다.
“안에 분명 보물이 있을 것 같은데요?”
서강호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송연아는 발끝으로 서서 그의 턱에 가볍게 입 맞추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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