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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송연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의기양양한 이정호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다시 힘을 풀었다. “넌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길 기대하는 거야? 울고불고 애원하고 네 애인이 되지 않은 걸 후회하는 모습이라도 기대한 거야?” 송연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소용이 없잖아, 그렇지 않아?” 이정호는 이를 악물었다. “우리가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너 벌써 다른 남자랑 결혼을 해? 넌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8년 동안이나. 이게 네가 말한 사랑이야?” “이정호, 너 머리에 문제 있니? 넌 온서우랑 결혼할 수 있으면서 내가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순 없다는 거야?” “난 아직 동의 안 했어!” “네가 뭔데. 내가 왜 네 동의를 받아야 하지?” “흥.” 이정호가 갑자기 비웃음을 흘렸다. “사실 너 나를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지? 8년 동안 이미 나랑 헤어질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 어쩌면 우리가 헤어지기도 전에 다른 남자를 물색하고 있었겠지. 아, 그래. 서강호. 너랑 서강호, 이미 그때부터 붙어먹은 거 아니었어?” “서강호가 너랑 결혼한 게 너를 사랑해서라고 생각해? 웃기지 마. 내가 알려줄게. 서강호는 너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나한테 자랑하려고 널 데리고 간 거야. 서강호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어. 무슨 일이든 나보다 우위에 서야 직성이 풀리거든. 하지만 이번엔 잘못 생각했어. 내 여자를 데리고 갔다고 잘난 줄 알았겠지만 넌 그저 내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야!” “이정호,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생각해 봐. 웃기지 않아? 넌 스스로를 우스운 꼴로 만들고 있는 거야.” 이정호는 송연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넌 나를 배신했어. 내가 널 후회하게 만들 거야!” 송연아는 이정호의 사고방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섰다. 침실에 들어온 그녀는 우선 숙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쪽이 신호가 약한 듯했다. “연아야, 우리 걱정하지 마. 우린 어르신이랑 같이 섬에 와 있어. 여기 해변에서 해산물을 잔뜩 주웠어! 어, 저기 저 큰 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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