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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이정호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지난 일은 없던 걸로 해줄게. 네가 내 곁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예전처럼 다 받아주고 다 용서해 줄게. 하지만 결혼은 기대하지 마.” 그 말에 송연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참 대단하다. 온서우랑 결혼을 약속했으니 나는 첩으로 삼겠다는 거야?” “맞아. 그것도 너니까 가능한 얘기야.” “그것참 영광이네. 근데 난 온서우 씨가 좀 안쓰럽다. 네가 그렇게 감동적이고 위대한 사랑이라고 떠들었지만 결국은 결혼을 하기도 전부터 다른 여자를 품으려 하는 거잖아? 네 사랑은 정말 싸구려야.” “송연아,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야. 잘 생각해.” “됐어. 너 같은 놈 옆에 빌붙을 만큼 난 한가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아.” 그때 온서우가 탈의실에서 나왔다. 직원이 그녀를 다른 쪽 거울 앞으로 안내하려 했지만, 그녀는 굳이 송연아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정호야, 어때? 이 드레스 잘 어울리지 않아?” 온서우는 거울 대신 이정호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정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정말 잘 어울려.” “연아 씨가 입은 드레스보다도?” 이정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당연히 네가 입은 드레스가 더 아름답지.” 그제야 만족한 온서우는 거울 쪽으로 돌아섰다. 거울 속 자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옆에 서 있는 송연아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송윤아 씨가 입은 드레스도 꽤 비싸겠죠?” 온서우가 대뜸 묻자, 직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자 온서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여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들만 디자이너로 모신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러니 드레스 가격도 어마어마하겠죠. 제가 하나 조언드릴게요. 아무나 매장으로 들어오게 하지 마세요. 최소한 이 드레스들을 살 능력이 되는 사람인지 확인부터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송연아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화낼 가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고 무시했다. “착용해보니 마음에 드네요. 더 수선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송연아가 직원에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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