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유지민은 강인혁의 시선을 보면서 마음이 약간 설렜다. 심장이 저도 모르게 쿵쾅거리고 있었다. 입술을 말았던 유지민이 얘기했다. “지금 우리의 관계는... 계약 관계니까 이렇게 소중한 물건을 갖고 있을 수 없어요.” 계약 관계. 그 단어에 강인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강인혁은 이미 유지민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강인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받아. 이미 너에게 줬으니 다시 돌려받을 생각은 없어.” “하지만 이건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유지민이 고집을 부리며 얘기했다. 하지만 강인혁이 유지민에게로 몸을 밀착시키면서 다가왔다. 유지민은 어느새 강인혁의 품 안에 갇힌 꼴이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불빛 아래 조각 같은 얼굴과 다부진 몸이었다. 유지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강인혁은 유지민의 눈을 보면서 얘기했다. “지민아, 난 네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는 이 가보를 넘기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가 꼭 잘 간직하고 있어 줘.” 강인혁은 유지민을 구석으로 몰아놓고 유지민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것에 능한 사람이다. 유지민은 그저 시선을 내리깔고 얼굴을 붉힌 채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럼 제가 받을게요.” 강인혁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유지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두 사람이 헤어지고 강인혁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때 다시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화장실에서 나온 유지민은 바로 김현경을 맞닥뜨렸다. 김현경은 화장실을 슥 훑어보고 유지민의 붉어진 얼굴을 보더니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인혁아, 두 사람은 오늘 돌아가지 말고 여기서 자. 밤도 깊었는데 지민이를 보낼 수 없잖아.” 강인혁은 유지민을 보면서 허락을 구했다. 유지민은 거절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김현경은 몰래 웃으면서 강인혁에게 눈치를 주었다. 유지민은 2층에 있는 강인혁의 침실에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강인혁은 침대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노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