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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유지민은 제때 회사에 도착했다. 퇴사 전에 정리 및 인수인계가 필요한 많은 업무가 있었기에 그녀는 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점심시간까지 바빴다. 아래층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서 배를 채우려 카운터에 줄을 서서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귀가 자연스럽게 ‘강 대표님'이라는 단어를 포착했다. 앞줄의 두 여학생이 가십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유지민은 그녀들을 본 적이 있다. 대표님 사무실의 비서였다. “강 대표님의 여자친구인가요?”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새로 계약한 여배우라고 하지 않았어요?” “헛소리 아니에요. 내가 커피를 가져다줄 때, 강 대표님이 그 여자의 손을 잡고 속삭이고 있었어요. 회사에 들어온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강 대표님이 누구에게 속삭이는 걸 언제 본 적 있어요?” “아아, 이건 무슨 ‘총수가 10년 고련 끝에 첫사랑으로 돌아온다’라는 시나리오인가? 맙소사, 너무 잘 어울렸단 말이에요!” “듣자 하니 예전에 강 대표님이 심지어 가업도 버리고 굳이 그분과 함께 도망갔다고 해요.” 위에서 갑자기 신맛이 나기 시작했다. 유지민는 참기 힘들 정도로 아프게 느껴졌는데 손에 든 샌드위치조차도 역겨웠다. 그녀는 샌드위치를 제자리에 놓고 허겁지겁 카페를 떠났다. 바보처럼 착각에 잠겨있던 이런 나날은 진작에 끝났어야 했다. 유지민은 사무실로 돌아와 가장 먼저 사직서를 출력하고 서명했다. 서명한 사직서를 봉투에 넣자마자 누군가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그녀의 비서였다. “유 팀장님, 강 대표님께서 부르세요.” “알았어요.” 유지민은 봉투를 서랍에 넣고 일어나 사무실을 떠났다. 대표님 사무실은 38층에 있고, 홍보팀은 12층에 있어 유지민은 먼저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가 20층 회사 구내식당에 도착했을 때 멈췄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유지민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느라 누가 들어왔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지민 씨.” 유지민은 그녀를 부르는 줄 알고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지만, 양민하와 그녀의 매니저가 그녀를 등지고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지민 씨’는 양민하의 매니저가 부른 것이었는데 양민하를 부르는 것이었다. 양민하를 왜 ‘지민 씨’로 부르는 거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유지민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심지어 이때 소리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도 잊은채 소리내어 물었다. “당신이... 왜 지민 씨예요?” 양민하는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린 듯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학교에서 10대 가수 경연대회에 나갔는데, 중학교 2학년 때 한 곡을 골랐어. 그 노래에는 ‘지민’이라는 가사가 있었는데, 그 소절을 부를 때 음이 깨져서 망신당한 적 있어. 친구들이 그때부터 나를 놀리기를 좋아했고, 나중에 소문이 퍼지면서 지민이 내 예명이 된 거지.” 유지민은 멍하니 물었다. “학교 때 언제요?” “고1, 네 삼촌도 알아.” 마치 무슨 기쁜 일이 떠오른 듯, 양민하는 더 밝게 웃었다. “시현이가 가장 나빴어. 그때 시현이 앞장서서 나에게 지어준 별명이 바로 이거야.” ‘그렇구나.’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고, 스스로 그녀만의 편애라고 생각했던 것이 전부 훔친 것이었다. 전부 그녀가 염치없이 훔쳐 온 것이었다. 강시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아니었다. 전부, 모두 가짜였다. 유지민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하마터면 똑바로 서지 못하고 넘어질 뻔했다. 양민하는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 “지민 씨, 괜찮아?” 유지민은 멍하니 고개를 저었지만 양민하의 입가에 피어오른 득의양양한 미소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덜 자란 계집애. 넌 상대가 되지 못해. 몇 마디 말로 이렇게 충격을 받다니. 전혀 두렵지 않아.’ 원래 양민하는 유지민을 대단한 라이벌로 여겼다. 소문에는 강시현이 그녀를 매우 아끼고 사랑한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겨우 이 정도였다. 양민하는 마음속으로는 차갑게 웃었지만, 겉으로는 매우 세심하게 유지민를 부축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38층에 도착하자 문이 열렸고 강시현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양민하를 보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왜 이렇게 늦었어?” “네가 일이 바빠서 점심을 까먹을까 봐 특별히 식당에 가서 먹을 것을 사 왔어.” 양민하는 그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며 유지민을 끌어냈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지민이를 만났는데 지민 씨랑 할 말이 있어?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방해될까?” 유지민는 침묵한 채 서 있는데, 안색이 매우 좋지 않다. 강시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그녀를 냉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방해하긴. 올라오라고 한 건 네 얘기 하려는 거야.” “그래? 무슨 일인데?” 양민하가 물었다. 유지민도 그를 이상하게 보았다. “너 소속사와 영화를 찍기로 했잖아. 후속 홍보 작업은 홍보팀의 협력이 필요해.” 강시현은 양민하를 바라보며 온화한 목소리로 설명하다가 다시 유지민를 바라보았다. “네가 책임지고 진행해. 반드시 멋지게 해내야 해. 난 양민하에 대한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뉴스가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아.” “미안해요.” 유지민은 입술을 깨물고 심호흡을 했다. “영화 발표는 최소 3개월 후에 해야 하니, 그때는 제가 책임질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강시현은 불쾌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 했다. 그때 비서가 휴대폰을 들고 와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강시현은 전화를 받고 귀찮은 듯 유지민에게 손을 흔들며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강시현은 안방으로 들어가 전화 통화를 했고, 유지민과 양민하 등은 밖에 있었다. 유지민은 소파에 앉은 채 양민하와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양민하는 그녀에게 말을 걸며 식당에서 포장한 도시락을 열었다. “지민 씨, 와서 좀 도와줄래?” 양민하는 국그릇을 들고 말했다. “나 혼자서는 잘 안돼.” 유지민은 어쩔 수 없이 도와주려고 일어나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국그릇에 손이 닿기도 전에 국그릇은 양민하의 손에서 떨어졌고, 뜨거운 국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대부분 양민하의 발목에 떨어졌다. “앗! 뜨거워!” 양민하가 비명을 질렀다. 유지민은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손을 뻗는 동작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강시현은 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왔다. 양민하가 두 눈이 빨갛게 된 채 발목을 감싸는 것을 본 그는 급히 다가가 살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어?” 양민하는 고통스럽게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지민 씨를 탓하지 마.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사고였어, 지민 씨도 이렇게 되는 걸 원하지 않았을 거야.” 유지민은 갑자기 양민하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채 막 입을 열고 변명하려 했지만, 강시현의 분노에 놀라 멍해졌다. “유지민!” 강시현은 눈빛이 차갑고 어조가 엄숙했다. “사과해!” 유지민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난...” 양민하는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다급하게 말했다. “왜 그렇게 화를 내. 지민 씨 놀라잖아. 분명히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사과할 필요 없어. 괜찮아, 지민 씨, 두려워하지 마.”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어떻게 가르쳤어?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지, 다 잊었어?” 강시현의 말에 유지민는 침묵한 채 서 있었다. 목구멍이 마치 1t에 달하는 레몬즙을 삼킨 것처럼 시큰거렸다. 그는 묻지도 않고 양민하의 말을 믿었다. “삼촌이 날 어릴 때부터 키웠다면서 나를 믿지 않는 거예요?” 유지민는 목이 쉰 채 얼굴을 붉혔다. 강시현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렸을 때 그 얌전한 아이는 진작부터 어디 갔는지도 모르겠어. 너 김유성이랑 어울려 놀더니 버르장머리도 없어졌어!” “삼촌이 버렸어요.” 유지민은 그를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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