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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유지민은 밤새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했다. 거실로 나와보니 강시현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전미자가 유지민을 향해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유민아, 얼른 와서 밥 먹어. 조금 있다가 네 삼촌이 너를 데려다줄 거야.” 유지민이 피식 웃더니 차갑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내 차를 타고 가.” 강시현이 엄숙한 어조로 말하자 유지민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양민하가 강시현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시현아, 나 지금 납치당했어. 나를 구해줘.” “뭐, 뭐라고? 민하야, 어디에 있어?” 양민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강시현이 어두운 표정을 하고서 차갑게 말했다. “차에서 내려.” 유지민은 익숙하다는 듯이 차에서 내렸다. 유지민이 강시현과 단둘이 있을 때마다 양민하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전화를 걸었다. ‘납치당했다고?’ 유지민이 피식 웃고는 차에서 내리려는데 강시현이 입을 열었다. “네가 벌인 짓이야?” 강시현은 유지민이 양민하를 납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유지민이 심호흡하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이런 유치한 짓을 벌일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에요.” 유지민이 차 문을 닫자마자 그 차량은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유지민은 점점 멀어지는 차의 뒷모습을 보면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강하 그룹에 가서 인수인계해야 하기에 이쪽으로 오고 있는 택시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타자 이상한 향수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온몸에 힘이 풀려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당신을 도와주었으니 나중에 딴소리하면 안 돼.” “조용히 해. 일단 제대로 속인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유지민은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을 본 양민하가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는 유지민과 양민하를 번갈아 보면서 씩 웃었다. “오늘 너희들을 납치한 덕분에 부자가 되게 생겼어. 강 대표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절대 풀어주지 않을 거야.” 양민하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이진욱, 우리는 이미 이혼한 사이인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그리고 유지민을 납치한 이유가 뭔데?” 유지민이 깜짝 놀라더니 이진욱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양민하가 전남편인 이진욱한테 납치당했다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이진욱이 차갑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같은 남자로서 강시현이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해서 그래. 어릴 적부터 직접 키운 조카를 먼저 구하려고 하겠지. 민하야, 나는 너랑 이혼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이렇게 변한 건 전부 네 탓이야.” 유지민의 몸에 밧줄이 묶여 있었고 들고 있던 가방은 구석에 내팽개쳐졌다. 몇 분 후, 창고 밖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차량이 창고 문을 뚫고 들어왔다. 이진욱은 몽둥이를 들고 흥분해하면서 그쪽을 쳐다보았다. 차에서 내린 강시현은 유지민을 본 순간,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진욱,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너랑 민하는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 “강 대표, 내가 민하랑 이혼한 건 맞지만 두 사람이 갑자기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어. 배가 아파서 그저 보내줄 수 없겠던데? 오늘 내가 부른 값을 주지 않으면 이 두 여자를 내놓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이진욱이 말을 이었다. “강 대표의 조카는 마침 내가 원하던 스타일이었어. 돈을 주고 싶지 않으면 이 여자를 데리고 놀아볼 생각이야.” 이진욱의 말에 강시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유지민은 강시현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구해줄 거라고 기대했다. 이때 양민하가 안간힘을 쓰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진욱 쪽으로 달려갔다. “나한테 이러는 것도 부족해서 애먼 사람을 납치해? 지민아, 내가 붙잡고 있을 테니 얼른 도망가. 일어날 수 있지?” 이진욱은 몽둥이를 들고 양민하를 향해 휘두르려고 했다. 깜짝 놀란 강시현이 다급히 말했다. “그만해.” 강시현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서 양민하를 품에 껴안았다. “얼마를 주면 민하를 풀어줄 셈이야?” 이진욱이 피식 웃더니 팔짱을 끼고 말했다. “100억.” 양민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시현아, 나는 괜찮으니까 얼른 지민을 데리고 가. 이진욱은 나한테 손을 댈 용기조차 없는 놈이야.” 강시현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100억을 줄게.” 이진욱이 카드 내역을 확인하고는 밧줄을 풀었다. 양민하는 강시현의 품에 안겼다. “역시 강 대표는 남자가 봐도 멋있어. 민하가 나랑 이혼하겠다고 한 것도 전부 강 대표 때문이겠지. 어린 조카는 200억이야. 거래하지 않는다면 오늘 밤에 내 장난감이 될지도 몰라.” 이진욱이 벨트를 풀면서 말하자 유지민은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삼촌...” 강시현이 고민하고 있을 때 양민하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민하야, 괜찮아? 정신 좀 차려 봐.” 강시현은 양민하를 안고 곧바로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진욱이 목청을 높이고 물었다. “강 대표, 조카는 구하지 않을 건가?” 강시현이 자리에 멈춰서서 의식을 잃은 양민하를 쳐다보았다. 지금으로서는 양민하를 구하는 게 더 중요했다. “내 비서가 돈을 가지고 올 거야.” 유지민은 차갑게 돌아선 강시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두 눈은 초점 없이 허공을 바라보았고 절망스러워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 이진욱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유지민 쪽으로 다가가자 몸을 숨기고 있던 김유성이 나타나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감히 지민한테 손을 대려고 해?” 3일 후. 유지민은 캐리어를 끌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강시현은 양민하를 돌보느라 3날째 출근하지 않았다. 전미자가 유지민을 설득해 보았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김유성이 붉어진 두 눈으로 유지민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지민아, 강시현처럼 나쁜 남자 때문에 속상해하지 말고 외국에 가서 행복하게 살아. 꼭 잘 지내야 해.” “배웅해 줘서 고마워.” 유지민은 김유성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강시현, 당신 눈앞에서 사라져 줄게. 다시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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