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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장

남사택은 아래층에 있는 기모진이 들을 수 있도록 인기척을 내려고 했다. 초요도 덩달아 문짝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지만 주위는 아무 기척도 나지 않았다. 기모진은 희미하게 인기척이 나는 것을 들었지만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는 몰랐다. 그가 계속 귀를 기울여 보니 위층에서 누군가가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모진은 그 소리가 심상치 않아 올라가 보려고 했는데 고승겸이 계단 입구에 나타났다. “기 선생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우리 집에 손님으로 오다니,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고승겸은 차가운 얼굴로 무표정하게 위층에서 내려왔다. “방금 당신 누구 이름 불렀어? 남연풍?” 고승겸이 일부러 기모진을 떠보았다. 그 모습을 본 기모진은 차갑게 고승겸을 쳐다보았다. “고승겸, 연기할 필요 없어. 남연풍과 네가 한 편이라는 건 이미 다 알고 있어.” “어? 그래?” 고승겸은 차갑게 되물으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알면서 여긴 왜 온 거야? 우리가 같은 편인 걸 알고, 당신 부인 몸속에 독소를 해독할 수 있는 해독제가 없다는 것도 알면서 왜 여기까지 온 거냐구?” “나한테 이것저것 말할 필요 없어! 남연풍 나오라고 해!” 기모진은 고승겸과 싸울 시간이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소만리의 힘든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원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독소를 개발한 남연풍이라는 작자만이 소만리를 진정으로 도울 수 있다. 기모진이 이렇게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고 고승겸은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난 듯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그는 시중에게 홍차를 끓여 오라고 손짓했고 시중이 홍차를 가져다주자 소파에 한가롭게 앉아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고승겸, 남연풍 나오라니까. 그 여자가 여기 있다는 거 다 알아.” 기모진은 확신하며 말했다. 경도에서 한 사람의 동향쯤 파악하는 건 매우 간단한 일이었다. 그가 조사하고 싶다면 아무 문제없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기모진은 남연풍과 고승겸이 얼마 전 그들을 따라 경도에 온 사실을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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