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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장

남연풍은 눈앞의 광경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 넋을 잃고 고승겸을 쳐다보았다. 고승겸은 손에 총을 쥔 채 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감정이라고는 없는 포커페이스처럼 싸늘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보이던 온화하고 우아한 도련님은 온데간데없었다. 이 순간 그는 마치 냉혈하고 무자비한 어둠의 공작처럼 세상의 어두운 기운을 다 빨아들인 사람 같았다. 고승겸이 방금 한 행동은 기모진이 그녀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저 사람, 날 위해 총을 쏜 건가? 날 위해? 남연풍의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고승겸은 기모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누구도 내 눈앞에서 이 집에 있는 물건을 가져갈 수 없어. 어떤 물건도!” 물건. 고승겸의 이런 표현을 듣고 잠시 착각에 빠진 남연풍의 두근거림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렇다. 그가 어떻게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겠는가. 항상 이용만 하는 주종 관계일 뿐이었다. 그는 단지 그녀가 아직 이용 가치가 있기 때문에 곁에 둔 것이었다. “기모진, 남연풍을 놔줘.” 고승겸이 재차 요구했다. 그의 눈빛이 한층 차가워졌다. 그러나 기모진의 시선은 고승겸보다 더 차가웠다. “해독제를 구할 수 없다면 난 여기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거야.” 이 말을 듣고 무표정하던 고승겸의 얼굴에 마침내 일말의 변화가 보였다. “기모진, 확실해?” “난 단연코 확실해. 확실하지 않은 것은 당신들이야.” 기모진은 더욱 힘차게 남연풍을 잡아당겼다. “기모진, 당신 정말 도전적이군.” 고승겸이 갑자기 이런 뜬금없는 말을 했다. 그러나 기모진은 고승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이 남자가 자신에게 손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모진은 이미 다 준비를 해 두었다. 그때 계단 위쪽에서 어수선하고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기모진!” 남사택의 목소리가 들렸다. 떠나려던 기모진의 발걸음과 총을 쏘려던 고승겸의 몸짓이 동시에 멈추었다. “쿵쿵쿵쿵.” 남사택이 서둘러 위층에서 뛰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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