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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9장

경연이 자못 심각하게 말했다. 소만리는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마음속에 꿍꿍이가 그득하게 들어차 있는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기는 Y 국이었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여기서 누굴 안 본들 후회할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내가 당신을 속인 것 같아?” 소만리의 눈 속에서 의심하는 빛을 읽은 경연은 갑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어 천천히 물건을 꺼내어 보였다. “이게 뭔지 알아?” 소만리는 엷은 시선을 들어 올리며 경연이 손에 들고 있는 에메랄드 팔찌를 보았고 그녀의 눈빛은 돌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성큼성큼 경연에게 다가가 팔찌를 손에 쥐었다. 팔찌의 이 서늘한 촉감이 그녀에게 전해지자 그녀는 마치 누군가의 온기에 닿은 것 같았다. “엄마.” 소만리는 팔찌 안쪽에 새겨진 글씨를 멍하니 바라보며 이것이 바로 사화정의 팔찌임을 확인했다. 이것은 사화정과 모현이 결혼할 때 모현이 사화정에게 보낸 사랑의 증표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사화정은 한 번도 몸에 지니지 않은 적이 없었다. 소만리는 의아한 듯 팔찌를 움켜쥐고 눈시울을 붉혔다. “경연, 이게 무슨 뜻이야?” 그녀는 다급하게 물었다. “왜 우리 엄마 팔찌가 당신한테 있지?” “날 데리고 누굴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도대체 그게 누구야!” 그녀가 절박해진 마음으로 따지며 경연의 팔을 잡아당겼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어떤 추측이 강하게 일었지만 그녀는 감히 더 깊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정말 이건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경연은 손을 들어 소만리의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을 살며시 닦아내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귀밑머리를 쓸어 올려주었다. 뜻밖에도 소만리의 심장이 설레었다. 소만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경연은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보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때 마침 남사택이 나타났다. 그는 또 주삿바늘을 들고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소만리는 저항하려 했지만 경연이 조금 전에 한 말이 귓전에 울렸다. 그녀는 그 두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비록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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