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장
소만리가 이렇게 말한 것은 기여온에게 기모진이 아빠라는 사실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로 인해 기여온이 입을 열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여온아, 엄마 말 알아듣겠어?”
소만리가 참을성 있게 물었다.
기여온은 알 듯 말 듯 두 번 큰 눈을 깜빡이더니 작은 다리를 딛고 거실로 돌아섰다.
맑고 깨끗한 눈동자에 기모진의 모습이 비쳤다.
“여온아, 잘생긴 오빠가 진짜 여온이 아빠야.”
소만리가 또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소만리는 기여온이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 여온이의 눈에 한 줄기 빛이 보였다.
어쩌면 기여온이 심리적인 장벽을 뚫고 다시 말을 꺼내도록 하는 것은 간단한 인내로는 성공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각자 방으로 돌아간 뒤 소만리도 기모진과 함께 침실로 돌아왔다.
기모진은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하고 그녀는 내일 이혼 수속을 하기 위한 자료를 정리하러 갔다.
마침 이때 경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만리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경연, 무슨 일이에요?”
전화기 너머 경연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부모님께 호적등본을 받으러 갔었는데, 내일 당신과 이혼한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부모님이 화를 내셨어요. 혹시 당신한테 전화를 할지도 모르니 받지 않아도 돼요.”
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미안해요. 경연. 당신은 너무도 완벽하고 훌륭한 사람인데 나 때문에 이혼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어요.”
경연은 담담하게 그녀에게 대답했다.
“사실, 당신과 유명무실한 결혼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그의 말속에는 그녀에 대한 애정과 호감이 은근히 배어 있었다.
소만리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경연, 정말 고마워요. 나보다 더 좋은 여자를 꼭 만날 수 있을 거예...”
소만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물방울이 맺힌 손바닥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고개가 강제로 돌려지는 순간 기모진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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