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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거지는 아니잖아?

원한빈은 허인혜를 죽어라 노려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원한빈은 자신이 뭘 잘못한 줄 알고 허인혜가 있는 곳으로 부랴부랴 달려갔었다. 사과를 하든 무릎을 꿇든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원한빈의 시야에 들어온 건 너무나 다정한 모습으로 호텔에 들어가는 이태성과 허인혜의 모습이었다. 그 뒤로 다니던 학교까지 자퇴하고 허인혜는 완전히 그의 세계에서 사라졌다. 그때부터는 다른 사람들한테 만나던 여자가 죽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인생 최대의 치욕,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했으니까. 친구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원한빈과 허인혜를 번갈아 돌아보았다. 세상에... 결혼 전 날 이런 재미있는 볼거리라니. 점점 흥미롭게 진행되는 스토리에 사람들의 두 눈이 반짝였다. 허인혜는 초조한 얼굴로 이태성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니에요. 저 진짜 거짓말한 거 아니에요. 난 당신 정말 사랑해요...” 하지만 그녀의 애원에도 이태성의 미간을 찌푸린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허인혜는 두 눈을 질끈 감더니 고개를 돌려 원한빈을 노려보았다. “겨우 5000만원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래서 결혼식 전 날에 이렇게 깽판을 쳐야겠어? 한때 사랑했던 여자한테 그 정도도 못 해줘?” 하, 뻔뻔하긴... 순간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혐오감이 더해졌다. 하지만 분노에 부들부들 떠는 허인혜에게 그런 것 따위가 보일 리가 없었다. “뭐? 나랑 결혼하겠다고? 돈 한 푼 없는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결혼을 논해? 뻔뻔한 건 너야, 원한빈!” 허인혜는 소은정을 노려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는 너도 결국 돈 많은 여자랑 사귀게 됐잖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욕해!” “아, 그러니까 이태성 씨가 한빈 씨보다 부자라서 한빈 씨를 찼다는 거죠?” “누구라도 그렇게 선택했을 거예요!” 무의식적으로 대답한 허인혜는 말실수를 했음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어색하게 이태성을 돌아보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이태성의 눈빛에서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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