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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정략결혼이라면

박수혁의 눈동자에 날카로운 잔인함이 스쳐지났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고고함과 폭풍 같은 감정들이 소은정을 압도했다. 말을 마친 박수혁이 소은정의 어깨를 풀어준 순간, 마침 집사가 다가왔다. “아가씨... 어? 박 대표님이 어떻게 여기에...” 집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고 박수혁은 어느새 평소와 같은 포커페이스로 돌아온 상태였다. 하지만 소은정은 화가 난 건지 창백한 안색이었고 그 모습에 집사는 바로 경계 어린 시선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소은정이 덮고 있는 재킷을 발견한 집사는 따로 챙긴 숄을 그녀에게 건넸다. “아가씨,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소은정은 심호흡을 한 뒤 박수혁의 어깨를 밀쳐냈다. 그리고 정장 재킷을 거칠게 벗어 바닥에 내팽개친 뒤 집사가 건넨 숄을 걸쳤다. 차가운 눈빛으로 박수혁을 노려보던 소은정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돌렸고 집사가 바로 그 뒤를 따랐다. 하, 젠틀한 척하더니 겨우 그 정도로 인내심이 바닥난 거야? 감히 날 협박해? 내가 아니라 박우혁을 건드리겠다? 양아치 같은 자식. 화가 난 소은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놀라게 한 건가? 잠시 고민하던 박수혁이 휴대폰을 꺼냈다. “이 비서, 박우혁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폐쇄하고 내일부터 서진 지사로 출근하라고 해.” “네, 대표님.” 한편, 소은정의 본가. 소은호는 일찍 퇴근해 서재에서 소찬식과 회사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소은해는 소호랑을 씻겨주겠노라 애쓰고 있었다. 물론 소호랑은 강력하게 거부하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집으로 돌아온 소은정을 발견한 소은해가 물었다. “뭐야?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 인기척에 소은호와 소찬식도 서재에서 나왔다. “오늘 재밌었어?” 소은호가 부드러운 미소로 물었다. 가족들을 보니 방금 전까지 언짢던 기분이 눈 녹 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아빠, 오빠, 어서 태한그룹 쪽에 선물을 보내주세요. 어쨌든 박수혁이 절 구해준 건 사실이니까요. 저희를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어요.” 생명의 은인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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