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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전 와이프

차가운 목소리로 묻긴 했지만 박수혁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니야. 우 비서밖에 옆에 없었으니까 은정이가 착각하고 내 차에 탄 거잖아?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 건가? 한편 소은정은 이한석이 건넨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커피가 식도와 위를 적시고 온기는 순식간에 팔다리로 퍼져나갔다. 그제야 숨이 트이는 기분에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봤던 날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박수혁을 찢어발겨도 시원치 않은 기분이었지만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는 비즈니스 파트너이니 형식적인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며칠 전에 왔어. 나랑 우 비서는 일 때문에 늦게 온 거고.” 잠깐 멈칫하던 소은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그녀의 말에도 박수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릴 뿐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모습에 소은정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가 이상하긴 하지만... 차라리 이게 나아. 예전처럼 차갑게 구는 게 더 낫다고. 잘됐다. 드디어 내 인생에서 박수혁이라는 낙인을 지웠어. 짧은 대화를 마지막으로 차 안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워싱턴 빌딩 앞에 차가 멈춰 서고 소은정이 말없이 내리려던 순간, 박수혁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저녁에 같이 밥 먹을래?” “출장으로 온 거라 바빠. 미안.” 소은정의 깔끔한 거절에 박수혁은 스르륵 손의 힘을 풀었지만 그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지고 말았다. 소은정 정도 되는 사람이 직접 차문을 열게 둘 수는 없는 노릇, 조수석에서 내린 이한석이 눈치껏 문을 열어주고 머리를 보호해 주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조심하세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차에서 내린 소은정은 여전히 고급스럽고 당당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고마워요. 그럼 이만.” 고개를 숙인 이한석은 빌딩 안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는 우연준을 발견한 뒤에야 다시 차에 올라탔다. 여자가 내리고 클라이언트는 드디어 내내 그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질문을 내뱉었다. “박 대표님, 저분은...” 입술을 꾹 다문 박수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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