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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화

“그리고 이 사건은 백지안과 반드시.. 관련이 있어요.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백지안의 배후에 있는 인물입니다.” 육민관이 간신히 말을 이었다. “놈은 이미… 우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보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여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얘기를 최하준에게도 다 했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더군요.” 육민관이 피식 웃었다. “누님 남자 보는 눈은 왜 그렇게 후졌어요? 내가… 훨씬 나은 것 같은데.” “내가 너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어떻게, 조금 더 버틸 수 있겠어?” 여름이 걱정스럽게 민관을 바라보았다. “약 기운 때문에 힘들어서 그렇지….” 민관이 헐떡거렸다. “하지만… 통증이 정신을 깨어있게 해줘요. 오히려 그래서 버틸 수 있네요. 그리고 누님, 제가 죽으면 죽는 거죠. 어쨌거나… 제 목숨은 어차피 누님께 빚졌던 것인걸요.” “그런 소리 마. 어쨌든 내가 널 데리고 나갈 거니까.” 여름이 새빨갛게 부은 눈을 하고 민관의 손을 잡으며 맹세했다. 이때 철문이 열리더니 하준이 들어왔다.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하준의 눈이 번뜩했다. “손가락뿐 아니라 손까지도 잃어버리고 싶은 모양이지?” 하준이 성큼성큼 들어오더니 여름을 확 잡아챘다. “그만 해!” 여름은 결국 주먹을 날렸다. 생각지 못한 일격에 전혀 방비가 없던 하준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몸의 고통은 마음의 고통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다른 남자 때문에 내게 주먹질을 하다니.” 하준은 폭주하는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며 여름을 노려보았다. “이렇게 감싸고 도는 꼴을 보니 살려둘 수가 없군그래.” “민관이에게 앞으로 손가락 하나라도 까닥해 봐. 당신 눈앞에서 내가 죽어버리겠어.” 여름이 협박했다. “이놈을 사랑하나?” 하준이 눈이 악마처럼 번득였다. “이 아이는 내 가족이야.” 여름이 붉어진 눈으로 하준을 노려보았다. “나랑 윤서가 타향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지내는 동안 민관이가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았더라면 우린 애진작에 죽었을 거야. 내가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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