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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화

최하준의 안색이 확 변했다. 여름을 죽어라 노려봤다. 여름의 눈은 물결치지 않는 호수처럼 평온했다. “민관이 말이 맞아. 우리가 사귀었던 거라면 이제 정식으로 헤어지자고 말할게. 최하준, 우리 헤어져. 다시는 당신과 만나고 싶지 않아. 영원히. 그러니까 이제 당신이 날 용서하든 말든 난 아무 상관이 없어.” 결연하면서도 평온한 여름의 얼굴을 보면서 하준은 심장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가 온몸을 덮친 것만 같았다. 여름이 코앞에 있는 데도 너무나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준은 여름과 헤어질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송영식이 무릎을 꿇으며 지안과 결혼해 달라고 애원할 때도, 여름이 백지안을 납치하라고 명령했다고 생각했을 때조차도…. 하준은 죄는 일단 육민관에게 뒤집어씌우고 여름은 반성하는 기미만 있으면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어떻게 당신이….” 하준은 한동안 입이 굳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애 손가락을 자르는 짓 같은 건 하지 말았어야지.” 여름의 눈에 원한이 가득했다. “민관이는 내 동생이야. 가족의 손가락이 잘렸을 때 기분이 어떤지 알아? 뼈가 부러지면 다시 접합하면 되고, 피부가 찢어졌으면 치료하면 되지. 하지만 손가락을 자르는 건 얘기가 달라. 잘린 손가락은 다시 자라지 않는다고! 당신은 악마야! 당신 같은 인간은 백지안과 어울리니, 가, 가서 둘이 천년만년 잘살아 보라고!” “시끄러워!” 하준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질렀다. “내가 백지안과 결혼을 하더라도 당신은 내 곁에 붙어 있어! 내가 죽을 때까지 못 놓아줘!” “그럼 죽어! 당신처럼 후안무치한 인간은 이 세상에 살아 있으면 안 되니까.” 이제 여름은 대놓고 욕을 퍼부었다. “당신 같은 인간이야말로 정신병원에서 평생토록 나오지 말았어야 해!” “……” 보호실은 갑자기 죽음과도 같은 적막에 싸였다. 하준은 핏발 가득한 눈으로 여름을 노려보았다.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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