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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화

“오후에 뭘 산다고 나가서는 실종되었어. 나도 연락이 안 돼.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더니 해변 별장에도 안 돌아왔다는 거야. 그래서 CCTV를 찾아봤더니 쇼핑몰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코와 입을 막더니 차에 태워 갔더라고.” 송영식이 화가 나서 말했다. “당장 돌아와. 지안이 혼자 버려져서 혹시라도 건달 같은 놈들에게 끌려간 거라면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지금 바로 갈게.” 하준이 일어섰다. 뒤에서 여름이 하준을 안으며 달라붙으며 애교스럽게 물었다. “나 버리고 가는 거야?” “같이 가자.” 하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난 백지안 일에는 간여하고 싶지 않은걸. 송영식이랑 이주혁에게 가보라고 하면 되잖아.” 여름이 조그맣게 속삭였다. 하준의 깊은 눈동자가 더욱 어두워졌다. 곧이어 아직 끊기지 않은 전화기 저쪽에서 송영식의 고함이 들려왔다. “강여름! 정말 못됐구먼. 지안이가 납치됐다고! 여차하면 놈들이 지안이를 죽일지도 모르는데 지금 이 와중에 질투를 한다고? 사람이 되어서 동정심도 없는 거야? 하준이는 대체 어쩌자고 저런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거야?” “영식아!” 하준이 송영식에게 더는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 진지한 얼굴로 여름을 돌아보았다. “함께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여기 남아 있어도 좋아. 내일 내가 차 실장에게 마중하라고 할게. 아니면 남아서 며칠 더 있어도 좋고.” “차 실장은 당신이 어디 멀리 보내지 않았어?” “당장 돌아오라고 할게” 하준은 말을 마치더니 바로 옷을 입고 휴대 전화를 들었다. 문을 여니 산에서 부는 밤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여름은 몸을 감싸 안았다. 하준은 추운 줄도 몰고 그대로 나갔다. 여름은 무릎을 감싸 안고 조용히 웃었다. ‘아까는 그 달콤한 말에 속아서 넘어갈 뻔했네. 이렇게 바로 얼굴을 바꿀 줄이야. 뭐, 이런 것도 괜찮네. 최소한 내가 앞으로 쉽게 마음 줄 일은 없겠어. 다 백지안 덕이지. 낮에 최하준이랑 산에 올라갔던 일로 뉴스가 난리가 나니 밤에 백지안이 납치라, 이렇게 타이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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