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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화

“강여름….” 하준의 이 사이로 이름이 새 나왔다. 얼굴은 민망할 정도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계속 그렇게 자꾸 지안이랑 일 들먹이지 말아 줄래?” “아니, 난 알아야겠어. 신경 쓰이거든.” 여름이 하준의 목에 매달렸다. “내가 더 매력적이야, 백지안이 더 매력적이야? 오늘 제대로 말해줄 때까지 계속 물어볼래.” 하준은 골치가 아팠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억지를 부리는 모습까지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심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게 그렇게 대답하기가 힘들어? 알겠네. 백지안을엄청나게 안았나 보네. 당신이랑 안 놀아.” 여름은 화난 척하며 하준을 밀치더니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 하준은 당황해서 급히 뒤에서 여름을 안았다. “알았어, 말할게. 사실은… 실은 백지안과는 관계를 가질 수 없었어.” 여름의 몸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하준을 쳐다보았다. “거짓말 작작 하시지. 그렇게 백지안을 좋아했으면서 어떻게 안지 않을 수가 있어?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거짓말이 아니야.” 하준이 씁쓸하게 웃었다. “지안이만 안으면 속이 뒤집어져서 몇 번이나 토했다고. 그때 내가 미친 듯이 당신을 찾아왔을 때도 지안이가 나에게 약을 썼는데도 안 돼서 토하고 난 뒤였거든. 여름은 정신이 멍해졌다. 시험 삼아 물어본 것이었는데 민정화가 한 말이 사실이었다니…. “전에 비뇨기과에서 만난 적이 있었잖아?” 하준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여름의 손을 잡았다. “난 나에게 문제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당신하고는… 아주 정상이더라고. 그래서 지안이에게만 안 되는가 싶어서 다른 …여자들도 시도를 해봤는데 역시나 구토만 올라왔어.” “다른 여자에게도…시도를 해봤다고?” 여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병증을 확인해 보려고 그랬지. 정말로 뭘 어쩌려는 뜻은 없었어. 오해하지 말라고. 내 사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해.” 하준이 급히 변명했다. “그런데 왜 진작에 나에게 그런 말은 안 했어?” 여름이 손을 뺐다. “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게 나뿐이라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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