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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화

“왜 그래?” 하준이 의아해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당신이랑 백지안 이야기 듣고 싶지 않아서 그래.” 여름이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했다. “미안해.” 하준이 여름을 돌려세웠다. 그러더니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 “지금 내 마음은 너무나 확실해. 널 사랑해.” 여름은 하준의 키스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저도 모르게 하준의 목에 팔을 둘렀다. 원래는 일어나서 출근을 할 생각이었으나 결국 회사에 가지 못했다. 다음날, 하준은 운전해서 여름을 데려다주려고 했다. 여름은 입구 상가 앞에 잠시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 “왜 그래?” 하준이 여름을 돌아보았다. 어제 하루를 같이 보내고 났더니 여름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막 피어나는 장미처럼 눈부시게 촉촉한 느낌이었다. “병원 좀 다녀와야 해.” 여름은 안전벨트를 풀더니 내렸다. 곧 산부인과를 들러 사후 피임약을 받아오더니 생수 한 병과 함께 들고 차에 탔다. “뭘 산 거야?” 하준이 매우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생수와 함께 약을 삼킨 여름은 눈을 깜빡이더니 가방에서 사후피임약을 꺼내 보여주었다. 핸들을 잡은 하준의 손등에서 힘줄이 불끈거렸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그런 거 먹지 말지. 난 당신랑 평생을 함께할 거야. 아이도….” “지난번에는 함께 밤을 보내고 나서 당신이 사다 줬잖아.” 여름이 하준의 말을 끊었다. “난 좀 두렵다고.” “전에는 내가 왜 그랬….” “전에 임신했을 때의 안 좋은 기억도 아직 내게는 트라우마야. 그런 고통과 두려움을 다시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내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봐줬으면 좋겠어.” 여름이 가차 없이 말했다. “정말 미안해.” 하준은 너무나 괴로웠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이전의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왜 여름이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을까? 아무리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도 내 아이를 가진 여자에게. 왜 조금 더 다정하게 해주지 못했을까?’ 생각할수록 그때의 자신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앞으로는 약 먹지 마. 부작용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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