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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화

하준은 아파서 헉하더니 원망스러운 말투로 툭 뱉었다. “다른 남자를 칭찬하니까 그러지.” 여름은 어이가 없었다. “내 말이 틀려? 송영식 대표가 얼굴 잘생긴 것 말고는 천하에 쓸모없는 인간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장점이 꽤 있잖아.” “걔가 당신 욕한 적도 있다고.” 하준이 부루퉁해서 말했다. 자다 깨서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 칭찬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 우울한 일이 있겠는가? “당신은 안 했어?” 여름이 하준을 일깨웠다. “남 험담하지 말지? 내가 당신 옛날얘기 하나씩 꺼내길 바라는 거야?” “……” 하준은 아무 말 없이 여름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자기야, 나 배고프다.” 여름은 웃었다. “이런 우연이 있나? 밥도 안 먹고 지금까지 있었더니 난 힘이 하나도 없어.” “…내가 먹을 것 좀 만들어 줄까?” 하준이 여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내가 한 음식은 자기가 한 것처럼 맛있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먹어 줄 거지?” “정 안 되면 계란찜 해 먹자. 가르쳐 줄게.” 여름이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여름의 도움을 받아 하준은 간단한 점심을 차릴 수 있었다. 둘 다 너무 시장했던 덕에 하준의 처참한 요리 실력에도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밥을 다 먹자 상혁이 회사 일로 전화를 걸어왔다. 하준은 지시를 마치더니 말했다. “내 옷 좀 성운빌로 가져 와. 이제 여기서 지낼 거야.” “쿨럭, 아, 알겠습니다.” 여름이 휴대 전화를 빼앗아 가더니 외쳤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러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왜?” 하준의 입이 튀어나왔다. “일단은 동거하고 싶지 않아.” 여름이 일어났다. “밤을 보낼 거면 내가 당신 집으로 갈게. 그리고, 집안일 하는 사람 불러줘. 당신 집에 가서 밥하고 빨래할 생각은 없거든.” 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여름은 생글생글 웃었다. “우리 집은 좁잖아? 그리고 일해주는 사람도 없으면 당신 삼시 세끼에 옷이며 양말이며 다 내가 빨아야 한다면, 미안하지만 안 되겠어. 절대 안 할 거야. 백지안은 무슨 공주님 모시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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