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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화

최양하가 씩 웃더니 은행 어플 화면을 보여주었다. “저녁에 서리그룹 아들이랑 가야 한다고 나랑 같이 야식 못 먹어 미안하다면서 돈을 이렇게 보내더라고.” “……” 순간 하준은 바로 분기탱천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젠장, 나한테 받아간 돈을 바로 최양하에게 나누어 주다니. 졸지에 내가 호구가 됐잖아? 아, 그리고 뭐? 서인천이랑 데이트를 나간다고?’ 하준은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 ---- 시아가 한 곡을 마치고 천천히 일어서더니 피아노 뒤에서 걸어 나와 허리 숙여 인사했다. 연회장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시아는 뿌듯함에 으쓱한 기분이 되었다. ‘이 사람들에게 그간 난 그냥 일개 연예인일 뿐이라 함께 섞이고 싶지 않은 존재였는지 몰라도 오늘 밤 드디어 모두에게 내가 얼마나 실력자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어!’ 이때 여름이 천천히 시아를 향해 걸어왔다. 악기가 놓인 곳에 시아와 여름 두 사람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우아한 강여름에게 떨어지자 시아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가 가셨다. “여름아, 자리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 여기는 무대야.” 시아가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잘못 온 거 아니야. 네 연주 끝난 거 아니니? 나도 주최측이랑 얘기했거든. 한 곡 쳐볼까 싶어서.” 여름이 다이아가 박힌 드레스 자락을 펼치며 피아노 앞으로 가서 앉았다. 시아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고개를 돌렸다. “오늘 파티 참석자들은 그냥 보통 사람들이 아니야. 유명한 대중음악 전문가인 강노명 선생님도 계시다고. 네가 함부로 나서서 장난처럼 피아노를 쳐볼 수 있는 데가 아니라고. 피아노는 집에 가서 너 혼자 치도록 해.” “내가 망신당할까 봐 걱정해 주는 거니?” 여름이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예전 기억에 의하면 음악 분야에서 여름의 천부적인 재능은 대단했었다. 둘이 함께 피아노 레슨을 받던 당시 여름은 뭘 쳐도 단숨에 배워서 선생님에게 늘 칭찬을 받고는 했었다. 나중에는 여름이 시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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