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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화

하준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오 씨냐니, 무슨 소리야?” “오지랖 씨냐고. 뭔 오지랖이 이렇게 넒어?” 여름이 대꾸했다. 하준은 화가 났다. “당신은 내 전처이고 양하는 내 동생이 아닌가? 그런데 둘이 같이 어울리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당신은 안 부끄러운지 몰라도 나는 부끄럽다고.” “최양하 씨를 동생 취급하기는 하나? 회사에서도 형에게 함부로 당하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최양하 씨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데.” 여름이 언짢은 듯 말을 이었다. “난 당신보다 더 제멋대로 하는 이기적인 인간은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당신이 최양하를 그렇게 아낀다는 말이군.” 하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말투에는 한기가 배어있었다. “내 목숨의 은인인데 최양하 씨를 위해서 한 마디쯤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여름이 웃었다. “게다가 우리 둘 다 비혼 상태인데, 만나면 안 될 이유가 뭐 있어? 양하 씨는 인물도 훤하고 좋잖아.” “뭐라고?” 하준이 여름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우리 집안에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어.” “집안에서 용납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집안에서 제대로 존중받지도 못하는데 나한테 오면 얼마나 좋아. 관리해야 할 회사 볼륨도 커져서 난 마침 손이 필요한 참이거든. 날 제수씨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모른다고.” 여름이 하준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던졌다. “인생은 원래 서프라이즈로 가득한 거잖아.” “……” 하준의 옆 이마에서 아플 정도로 힘줄이 불뚝거렸다. 도저히 여름과는 대화가 안 될 것 같았다. 여름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심장에 과부하가 오는 느낌이었다. “강여름, 당신을 내가 부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둘이 사람 망신시키는 꼴은 못 봐.” “뭐, 나도 그냥 해본 소리야. 어쨌거나 날 따라다니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최양하는 그냥 날 추종하는 남자들 무리의 하나일 뿐이라고. 난 아직 사람을 고르지도 않았어.” 여름은 그 말을 남기더니 바람처럼 떠나버렸다. 하준은 주먹으로 나무를 쳤다. ‘이혼을 했는데도 왜 이렇게 난 강여름에게 휘둘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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