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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싫으면 말고

소은정의 목소리가 촬영장에 울려 퍼지고 직원들 중에는 쾌재를 부르는 이들도 꽤 있었다. 바이올렛이 연예인들을 상대로 등급을 나눈다는 사실은 패션업계에서 다 알고 있는 비밀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매출이나 대중들의 반응이 워낙 좋다 보니 모델로 찍힌 연예인들도 순간적인 모욕감보다 인기를 선택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뒤에서 욕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바이올렛과 일하기 위해 편집장과 포토그래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이 바닥의 룰이었다. 하지만 추악한 그들의 밑낯을 포장하는 예쁜 포장지를 걷어낸 것이나 다름없는 소은정의 말에 장고은도 이세준도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넘어가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가만히 있던 도준호가 어떻게든 이 분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입을 열었다. “대표님, 바이올렛은 섹시 화보를 모토로 하는 패션잡지입니다. 촬영 중에 작은 트러블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다들 한 발씩 물러나는 게 어떨까요? 호영 씨 촬영은 계속 진행하되 노출 수위는 낮춰주세요. 손호영 씨는 곧 SC그룹의 신제품 모델을 맡게 될 사람입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는 SC그룹에게 손호영 씨의 노출사진은 결코 이득이 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이 사진 때문에 SC그룹의 신제품 매출에 영향이 간다면... 손호영 씨는 물론이고 세준 씨, 고은 편집장님도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겠어요?” 도준호가 물꼬를 틀어주자 장고은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도 대표님 말씀대로 진행하죠. 세준 씨, 잘 알아들었죠?” 하지만 소은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번 촬영은 없었던 걸로 하죠. 다들 철수해 주세요.” 소은정의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록 바이올렛 쪽에서 먼저 촬영을 제안한 건 맞지만 손호영 정도 레벨의 연예인에게 바이올렛 화보 촬영은 하늘에서 내려준 기회 그 자체, 감지덕지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엎어버린다니... 애써 미소를 유지하던 장고은의 표정도 어느새 굳고 말았다. “대표님, 사업만 하셔서 잘 모르나 본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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