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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장

강연은 이 그림자를 만들어낸 정체가 누구인지 보고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눈동자에 순식간에 기모진의 아름답지만 끔찍할 정도로 냉담한 얼굴이 비쳤다. 남자가 빛을 거슬러 역광으로 그녀의 앞에 섰다. 늘씬한 몸은 마치 한 줄기 빙하처럼 차갑게 굳어져 온몸에 무시무시한 서늘함이 퍼지고 있었다. 강연은 심장이 벌벌 떨렸지만 이내 진정하고 도도한 자세로 말했다. “기모진, 네가 나 이렇게 한 거야? 빨리 풀어줘!”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오만했다. 물론 지금은 기모진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 그가 기억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강연은 감정의 동요를 전혀 보이지 않고 서 있는 남자를 보며 힘겹게 얼굴을 젖혔다. “기모진, 당신은 분명히 아주 똑똑한 남자인데 도대체 누가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소만리는 당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당신이 내 남자가 되어준다고 약속만 해 준다면 내가 남자로서의 진정한 기쁨을 느끼게 해 줄게...” “퍽!” 기모진은 거리낌 없이 시원하게 강연의 뺨을 후려갈겼다. “악.” 강연은 아파서 소리를 질렀지만 기모진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가 이렇게 차갑고 평온할수록 더욱더 폭풍 전야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강연은 며칠 동안 뺨을 몇 대나 맞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뺨이 화끈거리고 입가에도 다시 비린내가 가득한 피가 배어 나왔다. 기모진이 얼마나 힘이 센 지 얼마나 그녀를 미워하는지 얼마나 그녀를 칼로 베어버리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강연은 통증을 누그러뜨릴 새도 없이 기모진에게 멱살을 잡혔다. 눈앞의 조각 같은 남자의 이목구비가 강연을 아련하게 설레게 했다. 하지만 기모진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빛은 강연의 정신을 또렷하게 했고 두려움도 점점 더 켜졌다. “기모진, 함부로 하지 마. 당신이 기억을 상실한 걸 내가 이용한 건 맞아. 하지만 당신이 요트에서 죽을 뻔한 걸 내가 살렸어...” “퍽!”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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