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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화

한동안 하준이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었던 지라 놀란 여름은 얼른 전화를 껐다. “그 사진 보고 그래요? 오해하지 말아요.” “오해? 오해는 무슨 오해?” 하준이 핸드폰을 뺏어 들었다. 눈에는 실망과 혐오가 뒤섞여 있었다. “양유진을 안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눈이 있으면 이 사진을 보라고! 당신이 더 끌어안고 있는 거 안 보입니까?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여자가 다 있지?” 하준이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아팠다. 너무나 심장이 꽉 조여왔다. 하긴 이런 사진을 보고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아니, 나도 당한 거예요! 그날 강여경한테 잡혔는데 양 대표가 구해준 거예요. 정말 그 사람하고는 아무 일 없었어요!” 여름은 고개를 저으며 울먹였다. “난 머리를 식히려고 욕조에 들어가서 밤새 있었어요.” “내가 바보인 줄 압니까?” 하준의 목에서 음산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난 사실대로 말하는 거예요.” 여름은 억울해서 열심히 해명했다. “정말 맹세할 수 있어요.” “그만! 강여름 씨, 난 당신을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준이 그녀의 턱을 와락 잡았다. “내 앞에서는 순수하고 순진한 척하더니 날 이런 식으로 가지고 놀아?” “이 사진이 언제 찍혔는지 대충 알겠군요. 전에 내가 출장 갔을 때 당신이 밤새 돌아오지 않은 날이 있었지.” “아니에요! 정말 그 사람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양 대표를 좋아하지도 않아요.” 여름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이 맞나 보군.” 하준은 그녀의 말을 아예 듣지도 않았다. 눈에 한껏 비웃음을 담아 싸늘하게 뱉었다. “그날 전화를 걸었을 때 목소리가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쇼핑한다더니 양유진과 함께 있었군요.” 말을 하다 보니 점점 더 화가 났다. 마음에 난 상처에 누가 소금이라도 뿌린 것 마냥 심장이 너무 따끔거렸다.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하준의 의심과 질책 앞에서 여름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둘 사이에 믿음은 모두 사라졌다. 여름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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