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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아직 잘 모르시나본데, 강여름 씨의 목숨은 내가 결정합니다. 당신은 진작에 결정권이 없어진 거 모릅니까?’ 말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최하준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다치지 않은 팔로 여름을 일으켜 세워 안았다. “쭌!” “싫다는 말은 안 듣는 걸로.” 최하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경고했다. “그게 아니라, 내가 하려던 말은 날 놔주라는 말이었어요. 제 발로 걸어서 방에 갈 수 있어요. 이렇게 무거운데 한 팔로 안고 있으면 멀쩡한 한 쪽 팔도 남아나질 않겠어요.” 여름이 포기한 듯 한숨을 쉬었다. 꽤나 영리하게 눈치껏 행동하는 여름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최하준이 여름을 슬쩍 놔주었다. 여름은 얌전하게 그를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최하준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서재로 돌아가 일을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여름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최하준이 이를 닦고 나와보니 침대 위에 여름이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깊은 잠에 빠졌는지 입가에 침이 흘러 베개를 적시고 있었다. 쯧. 최하준이 입을 실룩거리더니 핸드폰을 꺼내어 몰래 이 모습을 찍었다. ‘좋았어. 내일 보여줘야지. 흐흐. 창피해서 난리치겠지.’ 자신의 계략에 만족해하면서 조심스럽게 옆방 서재로 들어갔다. 어쩌다 알아낸 노트북 비밀번호로 컴퓨터를 열어 방금 여름이 했던 작업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 복잡하게 얽힌 디자인 원고를 자세히 보았다. 최하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디자인들을 살펴보았다. 고작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 한 작업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화신그룹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이틀만에 이걸 다 해내라고 했어?’ ***** 아침 아홉 시. 침대에서 번쩍 눈을 뜬 여름은 바로 시계를 보았다. 아홉 시 반?! 미치고 팔짝 뛰겠네. 완벽한 지각이다. 여름은 서재로 총알같이 튀어 들어갔다. 시간이 없다. 아직 남은 작업을 끝내려고 노트북을 열었다. 클릭하고 프로그램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러자 곧 여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네 개가 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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