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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3화

백지안의 여우짓은 상상을 초월한다. 순진무구한 척하며 뒤로 하는 악랄한 짓에 자신은 눈이 멀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도 이제 조만간 걔한테 처절하게 당하게 될 거야.” 하준이 경고했다. “하준아, 너 애가 왜 이 지경이 되었냐? 네가 싫어서 헤어졌으면 그만이지 왜 남까지 가지고 난리야?” 송영식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지안이는 건드리지 마. 한 번만 더 선 넘으면 네가 아무리 내 친구라고도 경찰에 신고하고 법적으로 해결하겠어.” “그래.” 하준이 끄덕였다.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지. 백지안, 잘 들어. 며칠 내로 이전에 넘겼던 위자료를 모두 돌려줬으면 해. 내놓지 못하겠다면 곧 고소장이 날아갈 거야.” 백지안은 한껏 불쌍한 척을 했다. “너, 내가 알던 그 최하준이 맞아?” 송영식이 분노에 씩씩거렸다. “야, 정말 너무 하네. 이미 준 것을 어떻게 다시 돌려달라고 하냐?” “왜 안 돼? 우린 사실혼 관계도 아니었는데 수천 억을 주다니 말이 되나? 게다가 몇 년 동안 내가 영하 뒤를 얼마나 봐주었는데. 몇 년 동안 백지안이 펑펑 쓰고 다닌 생활비도 모두 내가 대고 있었다고. 그동안 쓴 돈도 모두 다 돌려받을 거야.” 하준은 냉랭하게 한 마디를 남기고 상혁과 차를 타고 떠났다. 백지안은 초조한 얼굴로 송영식을 바라보았다. “하준이 갑자기 왜 저래? 돌려달랄 줄 모르고 현금은 다 투자하는데 넣어버렸는데 이제 난 어떡해?” “하준이가 저렇게 염치없이 굴 줄은 나도 몰랐다.” 송영식이 백지안의 어깨를 토닥였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준이가 정말 소송을 건다면 저 녀석 실력으로는 반드시 이길 텐데.” 백지안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목숨 같은 돈을 내놓고 싶지 않았다. 그 돈이 없이 어떻게 지금 같은 사치스러운 삶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요즘 한창 재벌가의 여자들이 만나자고 슬슬 연락을 주고 있어 재미를 들이고 있었는데… “하지만, 지난번에 강여름이랑 송사에서는 하준이도 졌잖아?” “그건 하준이가 결국 변론을 포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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