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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5장

소만리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일어나 고개를 돌려 굳어버린 여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린 자식 앞에서 이런 불청객과 대면하고 싶지 않았지만 병실을 나오자니 아이 혼자 두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뭐예요? 나를 보는 당신 얼굴이 왠지 겁에 질린 얼굴 같은데요?” 여자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네 귀염둥이 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위로차 온 거니까.” 남연풍이 거들먹거리며 들어왔고 핑크빛 안개꽃 한 다발을 기여온에게 건넸다. 소만리는 속으로는 남연풍의 손을 막고 싶었지만 자신의 과격한 반응에 아이가 놀랄까 봐 기여온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남연풍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여온, 너 주려고 이 꽃다발 사 온 거야. 마음에 들어? 핑크색 안개꽃 네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라던데 잘 감상해 둬. 어쩌면 나중에는 이런 예쁜 꽃 받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남연풍이 꽃다발을 건넸지만 기여온은 받지 않았고 아이의 예쁘고 영민한 눈망울은 가만히 남연풍을 바라보기만 했다. 소만리는 더 이상 남연풍의 행동을 봐줄 수가 없었다. 남연풍이 지금 하는 말은 분명 저주에 가까웠다. “남연풍, 그 정도 양심이 있으면 하던 대로 계속 나와 내 남편한테나 덤벼요. 어린아이를 괴롭히다니 그게 무슨 짓이에요?” 남연풍은 꽃다발을 들고 똑바로 서 있다가 소만리가 화를 내자 오히려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당신 딸도 보통이 아니네요. 당신과 기모진의 혼을 쏙 빼놓을 만해.” 남연풍은 의미심장하게 웃었고 소만리는 남연풍이 하는 말뜻을 똑똑히 알아들었다. “쯧. 아이를 어떻게 가르친 거야? 내가 좋은 마음으로 꽃을 사 와서 병문안을 왔는데 무슨 애가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없어.” 남연풍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피식 비웃더니 문득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맞아. 내가 어떻게 잊을 수가 있지? 소중한 당신 딸 벙어리였죠. 강연이라고 하는 여자가 당신 딸을 벙어리로 만들었댔지 아마.” 이 말에 소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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