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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6장

남연풍은 병상에 누워 말똥말똥 천진난만한 눈을 하고 있는 기여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침대 옆에 살며시 놓았다. 야비함과 비웃음으로 가득했던 남연풍의 눈빛이 순간 온화한 기여온의 작은 얼굴 위로 스쳐 지나갔고 다시 도도하고 경멸에 찬 시선으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 “소만리, 난 당신이 아주 특별하고 매우 강인한 여자라는 걸 알고 있지만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내가 매우 악독한 여자라는 걸. 당신 몸속의 그 독소 말이에요. 내가 당신을 위해 특별히 만든 거예요.” “그래서?” 소만리가 담담하게 되물었다. 남연풍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3회 연속 발작을 했고 이제 다음에는 독소가 서서히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게 돼요.” 남연풍은 잠시 동안 말을 멈추었다가 소만리를 향해 두 걸음 다가섰다. 눈앞에 보이는 소만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남연풍은 아쉬운 척하며 말했다. “소만리, 이 마지막 단계는 당신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요?” “네.” 남연풍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소만리, 한 가지만 더 물을게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두렵고 무서워서 돌아보기도 싫은 일이 뭐였어요?” 가장 두렵고 무서워서 돌아보기도 싫은 일... 소만리는 왠지 자신의 감정이 한순간에 남연풍의 말에 이끌린 듯 지난 몇 년간 느꼈던 괴롭고 암담했던 기억들을 한꺼번에 떠올렸다... 남연풍도 소만리의 눈에 순간적으로 불안한 빛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소만리, 소만리.” 갑자기 귓가에 다정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소만리는 번뜩 정신을 차리고 눈을 들어 보았다. 언제 갔는지 남연풍은 없었고 눈앞에는 기모진과 기란군이 보였다. 소만리는 이내 정신을 가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모진, 기란군. 이제 왔네.” “엄마, 방금 무슨 생각 했어? 나랑 아빠랑 계속 불렀는데 엄마는 못 들은 것 같았어.” 기란군의 잘생긴 얼굴이 의혹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기모진도 곤혹스러워하며 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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