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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장

기모진은 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갑자기 흥미가 시들어버린 듯 안고 있던 소만리를 놓았다. 소만리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떠 그녀를 보고 있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모진, 왜 그래?” “나 피곤해.” 그는 담담하게 이 한마디를 하고는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소만리는 곧 샤워기 물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뭔가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하게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는 마치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경연 때문인가? 기모진이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소만리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 옆에 앉아 핸드폰을 뒤졌다. “모진, 피곤하면 일찍 쉬어.” 소만리도 잠옷을 집어 들고 샤워를 하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그에게 이 말을 했는데도 이상하게 기모진은 건성으로 대답할 뿐 달리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반응에 소만리는 적잖이 걱정이 되었고 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심장을 후벼파는 것 같이 마음이 공허하고 서늘해졌다. 소만리는 샤워를 마치고 목욕가운을 걸친 후 침실로 돌아왔다. 기모진이 이미 등을 돌리고 옆으로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만리는 살금살금 침대에 올라가 남자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반년 넘게 만나지 못했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그녀는 다시 그와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품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재회의 날이 왔는데 그가 이런 차가운 모습을 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소만리는 반년 동안 그가 겪었을 수많은 어려움을 짐작하며 말없이 혼자 마음 아파했고 그의 등 뒤로 다가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어깨를 살며시 안았다. 그가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모진, 이제 몸은 다 나았어?” “응.” 기모진은 대답만 할 뿐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어떻게 다 나은 거야?” 소만리가 물었다. 그녀는 기모진이 사라진 반년 동안 어디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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