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6장

서하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진짜 왜 이러는 걸지? 서하윤의 언짢은 듯한 표정에 차은우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같이 씻은 적이 한두 번도 아닌데 왜 그래?” 설마 최한빈때문에 나랑 말 섞는 것도 싫고 같이 씻는 것도 싫다는 건가? 같이 씻자는 말에 그녀는 하마터면 바로 싫다고 거절할 뻔했다. 서하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새벽 두 시야. 안 씻을 거면 나 먼저 씻는다.” 물어본 것 자체가 쓸데없는 짓이었다. 서하윤은 문을 닫고 안에서 잠갔다. 잠긴 문을 바라보며 차은우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지더니 싸늘한 기운을 풍겼다. 서하윤은 십여 분 만에 샤워를 마치고 나오더니 차은우를 한 번 쓱 보며 말했다. “얼른 씻어.” 그리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차은우는 어두운 안색으로 서하윤을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 문이 쾅 하고 닫혔다. 서하윤은 살짝 눈썹을 치켜 올렸다. 왜 저렇게 화가 난 거지?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따질 겨를도 없이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다. 차은우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는 1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보아하니 서하윤은 이미 잠이 든 것 같았다. 이 여자... 차은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두 사람은 항상 침대 중앙에 몸을 붙이고 누웠는데 오늘따라 서하윤은 그와 거리를 두는 듯 한쪽켠에 누워있었다. 답답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지금 와서 그와 선을 긋겠다는 뜻인 건가? 너무 늦지 않았나? 서하윤을 안고 자는 게 익숙해진 차은우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오랜만에 불면을 겪었다. 잠시 후, 결국 차은우는 서하윤 쪽으로 몸을 옮겨 그녀를 안았다. 서하윤은 그의 품이 익숙한 듯 그가 안고 있는 와중에도 깨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숨소리가 더욱 고르고 안정된 듯했다. 그제야 차은우는 마음속의 불안감이 사라지고 천천히 잠이 오기 시작했다. ㅡㅡ 아침 여섯 시 반, 서하윤은 잠에서 깼다. 최한별이 걱정되기도 했고 또 최한빈과 시간을 약속했기에 생체 시계처럼 몸이 저절로 깨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