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3장

링거를 다 맞은 서하윤은 그 길로 병원을 나왔다. 몸에 있는 약물은 이미 모두 빠져나갔기에 집에서 푹 쉬기만 하면 될 상황이었다. 차은우는 그녀를 힐리우스로 데려다준 뒤 급히 다른 일로 떠났다. 마침 그녀도 빨리 씻고 자고 싶었다. 곧 본가에서 음식을 보내왔고 그녀는 간단하게 먹은 후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감아도 잠은 오지 않고 마음이 뒤숭숭했다. 결국 그녀는 휴대폰을 켜고 박재성과 동료들에게서 온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슬슬 잠이 몰려와 저도 몰래 잠이 들었다. 꿈결에. 그녀는 마치 그 어두운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침대에 누워 사람들의 혐오감 넘치는 눈총을 받으며 그녀는 가혹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죽기보다 더 고통스러운 약을 억지로 먹어야 하고 진라희과 임진택, 그리고 임수아와 강민준까지... 그들의 얼굴이 눈앞에 선명하게 보였다. “너 왜 아직도 살아있어? 왜 아직도 안 죽었어? 내가 왜 매일 네 시중을 들어야지?” “서하윤, 너 지금 꼴이 너무 역겨워. 네가 한때 내 여자친구였다는 걸 생각하면 난 널 당장이라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야.” “네 남자친구는 내가 미치도록 좋대. 날 위해서 널 죽일 수도 있다고 했어. 엄마 아빠와 오빠들까지 모두 네가 아닌 날 사랑해. 네가 아무리 친딸이고 친동생이면 뭐해? 넌 영원히 나보다 못한 존재야.” 서하윤은 이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었지만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런 기분은 정말 무기력했다. 마치 현재의 모든 평화로운 삶이 그녀의 환상인 것처럼 말이다. “강민준, 너 미쳤어? 이거 놔! 우리 오빠들이 널 가만두지 않아!” 임수아가 벗어나려고 할수록 강민준은 더 그녀를 옭아맸다. “감히 날 속였어? 나 좋아한다며? 나랑 결혼하겠다며? 서하윤이 죽으면 나한테 시집와서 날 도와 임씨 집안의 모든 걸 빼앗아 주겠다고 했잖아!” “꿈 깨! 내가 너랑 결혼해? 너한테 그런 자격이 있어? 당장 이거 풀어. 우리 집안에서 널 가만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