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2장

그 말에 성지현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불가능해. 서하윤은 분명 사악한 방법을 썼을 거야. 언젠가 차은우는 그걸 알게 될 거라 믿어. 그리고 서하윤이 나보다 잘난 데가 어딨어?” 성지현의 고집에 심호민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성지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성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아가씨라 다른 사람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성향이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식당에서의 분위기로 보면 서하윤은 그런 부정한 방법 없이도 충분히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남자가 알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여자였다. 만약 다른 곳에서 서하윤을 만났다면 심호민도 그녀에게 연락처를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성지현은 달랐다. 그녀는 사람들로 하여금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ㅡㅡ F국, 호텔. 촬영이 끝나고 강은별은 바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오늘따라 날씨는 유난히 더웠다. 그녀는 우산으로 햇빛을 그나마 피할 수 있었지만 남윤길은 땡볕에서 하루 종일 촬영을 진행했다. 역시 남윤길은 정말 대단한 배우였다. 그녀는 이렇게 햇빛 아래에 오래 노출된 적이 거의 없었기에 남윤길이 점점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 팩을 붙인 채 그녀는 서하윤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 날씨도 이상하고 음식도 안 맞아서 나 세명시가 너무 그리워. 그리고 우리 하윤이도 너무 보고 싶어. 근데 남 선생님은 정말 대단해. 아니, 이렇게 더운 날씨에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촬영을 이어갔다니까.” 하지만 서하윤은 바쁜 일이 있는지 응답이 없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얼굴을 씻었다. 피부 관리를 마친 뒤 침대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혹시 남 선생님? 캐츠아이를 통해 내다보니 정말 남윤길이 서 있었다. 강은별은 다급히 문을 열었다. “남 선생님!” 남윤길은 잠옷 차림으로 서 있었는데 아직 머리가 마르지 않은 것을 보니 금방 샤워를 끝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