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1장

차은우가 없으니 성지현의 얼굴에는 웃음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은우 어제 내 생파에 왔었어. 사진 봤지?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긴 하지만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 그러니까 네 주제를 잘 파악하길 바란다. 그리고 네가 차은우와 결혼하게 된 계기가 할머니 외에도 설마... 다른 사악한 수단을 쓴 건 아니겠지?” 서하윤은 손을 씻고 난 후 휴지로 손을 닦고 그녀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앞뒤 다르게 행동할 필요 없어. 그리고 네가 꿍꿍이가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을 거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말을 마친 서하윤은 곧장 화장실을 나갔다. 성지현은 서하윤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괘씸한 년. 나한테 꿍꿍이가 있다는 거야? 난 어딜 가나 떠받들리는 존재야. 그런데 감히 날 그렇게 생각해? 설마 차은우한테도 내 험담을 하는 건 아니겠지? ㅡㅡ 식당에서 나온 성지현과 심호민은 차은우와 서하윤과 함께 산을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서하윤은 괜히 기분 때문에 아름다운 경치를 놓칠까 혼자 잡화점에 들르겠다고 하더니 차은우에겐 신경도 쓰지 않고 혼자 잡화점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운영하는 잡화점에는 기념품이나 엽서, 그리고 아기자기한 작은 장식품들이 아주 많아 시간을 때우기엔 딱이었다. 그녀는 몇 가지 기념품을 고른 뒤 밀크티 한 잔을 사 들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밀크티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가 앉았다. 차은우였다. “같이 내려가지 그랬어?” 서하윤이 물었다. 차은우의 표정은 왠지 차갑게 느껴졌다. “내가 누군지 몰라?” 서하윤은 그의 싸늘한 말투에 깜짝 놀랐다. “은우 씨... 잖아.” 차은우는 그녀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의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말이다. “나 네 남편이야.” 서하윤은 또 놀랐다. 이게 무슨 뜻일까? “너 왜 나만 두고 혼자 떠났어?” 차은우가 물었다. 서하윤은 당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