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6장

그녀는 서하윤과 빙빙 돌려서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다. 말을 마치고 성지현은 서하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서하윤은 이 말이 아주 익숙했다. 몇 달 전, 심은아도 비슷한 말을 했고 하정희는 심지어 수표를 주며 그녀에게 차은우와 이혼하라고 했다. “왜 내가 먼저 이혼을 제기해야 해? 너 차은우와 감정 있다며? 서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거라면 차은우가 나한테 먼저 이혼을 제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자신 없어?” 서하윤은 성지현을 비웃듯 반문했다. 오늘 차은우가 그녀에게 이혼을 제안한다면 그녀는 바로 동의할 것이다. 끈질기게 얽히는 건 의미가 없다. 서하윤의 반문에 성지현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말은 차마 차은우에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도 자존심이 있었기에 차은우와 다른 여자와 결혼해도 절대 불쾌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세명시 사람들은 차은우가 그녀를 기다렸다고 믿었고 청하 그룹 미래의 안주인은 그녀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그녀는 모든 것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성지현은 차은우가 일부러 그녀를 화나게 하려고 이런 짓을 벌였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서하윤과 초스피드 결혼을 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성지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서하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서하윤은 여전히 차은우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지현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너한테 먼저 제기하라는 건 은우가 너무 많은 심리적 부담을 가지지 말았으면 해서야.” “넌 정말 배려가 깊은 사람이구나.” 서하윤이 말했다. “억울하게 이혼하지 않을 거야. 어차피 두 사람은 결혼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잖아. 아무튼 내가 충분한 보상은 줄게. 서하윤, 솔직하게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말해봐. 난 네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줄 수도 있어.” 성지현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악물을 처리하는 데만 그녀는 40억을 요구했다. 그러니 지금 차은우와 이혼하기 위해서는 분